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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와칸다 포에버 Feb 20. 2023

마이 리틀 텔레비전이 인상 깊었던 이유

덧셈, 뺄셈의 수학 공식처럼 우리 일상생활 속에서도 공식처럼 여겨지는 패턴이 있다. 바로 ‘비 오는 날에는 파전’이다. 파전 골목에 들어가 어느 곳의 파전을 먹을지 정한다. 골목에 자리 잡은 식당 모두 파전을 만들기에 어디를 가도 똑같다고 생각할 수 있다. 하지만 유독 눈에 띄게 잘 되는 파전집이 있다. 그 이유는 그들만의 전략이 있기 때문이다. 버라이어티 예능이 집결한 방송이라는 골목에서 MBC <마이 리틀 텔레비전>이 인기를 얻었던 것도 비슷한 맥락이다. 지금까지 본 예능 프로그램 중 참신한 시도를 한 방송을 꼽는다면 나는 <마이 리틀 텔레비전>을 말한다.


어느 때부턴가 예능 프로그램은 각각 큰 차이를 찾기 어려워졌다. 새로운 시도보다 잘된 것, 안정적인 것을 답습하려는 모습을 보인다. 이는 ‘궁합’에 집착하는 모습이다. 많은 사람이 파전에는 해물을 떠올린다. 시청자에게 즐거움을 주는 예능의 정체성과 버라이어티성이라는 주재료인 파와 스타의 출연과 토크, 게임이라는 ‘해물’의 조화는 이전부터 성공했다. 그래서 제작자는 이 결합에서 벗어나지 못한다. 하지만 이는 궁합에 길들어 발생한 착각이다. 음식과 방송은 다른 점이 있다. 소비자의 변화에 대한 추구다. TV라는 식탁을 마주한 시청자는 금방 음식을 질려한다. 새로운 음식이 개발되기를 기대한다.


그런 점에서 <마이 리틀 텔레비전>은 해물이 아닌 다른 재료를 넣어서 성공한 경우다. 주재료인 파는 당연히 빠지지 않는다. 여기에 해물이 아닌 다른 재료 이를테면 돼지고기를 넣어 다른 방송과 차별을 뒀다. 바로 인터넷 방송이라는 새로운 콘텐츠다. 이는 시청자의 위치에 변화를 준다. 시청자가 보기만 하는 입장에서 벗어나 방송 참여자가 되어 실시간으로 참여한다. (KBS <무엇이든 물어보세요> 같은 실시간 상담 요소가 있는 정보 방송이나 TV가 아닌 라디오 방송에서는 실시간으로 소통하는 것은 오래전 일이었다. 하지만 예능으로 보여 준 것은 거의 최초이지 않을까) 그리고 스타와 소통하고 이를 토대로 방송이 진행된다. 하지만 어떤 방송도 이 소재를 사용하지 않았기에 궁합이 맞는지 알 수 없었다. 이런 형태의 방송은 인터넷 방송에서나 가능할 것 같은 일이었기 때문이다. 한 방송에 다양한 방송이 들어가는 것은 촬영부터 편집까지 예상하기 어려운 일이었다. 그러나 그것은 기우였다. 시대의 흐름에 따른 미디어, 정보 통신의 발전이 이들의 조화에 독이 아닌 득이 되었기 때문이다.


이제 방송 제작은 방송국과 PD의 전유물이 아니다. 시청자도 소비자(Consumer)에서 프로슈머(Prosumer)로 거듭났다. TV라는 매체에서 <마이 리틀 텔레비전>처럼 시청자의 방송 참여에 대한 욕구를 깊이 반영한 방송은 없었다. 시청자와 실시간으로 함께 방송을 만든다는 것은 방송에서 눈에 보이지 않는 경계를 허무는 것이다. 제작과 송출만 하는 방송사라는 권력과 이를 수용만 하는 시청자라는 피 권력의 수직적 관계를 수평적으로 바꿨기 때문이다. 이런 쾌감과 신선함이 <마이 리틀 텔레비전>의 인기에 힘을 더했다. 파와 돼지고기의 궁합에 대한 물음표는 느낌표로 변했다. 이미 존재하는 인터넷 방송을 대중에게 끌어올렸다는 점에서 참신성은 떨어져 보일 수 있으나 소수가 즐기던 콘텐츠를 대중 앞에 선보이는 것과 이를 성공시키는 것은 쉬운 일이 아니다. 이후 방송에서 실시간 소통 요소가 가미된 방송을 종종 볼 수 있는데 이를 활용하게끔 발전시킨 것이 <마이 리틀 텔레비전>이라 해도 과언은 아닐 것이다.


콘텐츠의 신선함은 그리 오래가지 않는다. 인터넷 방송이 더욱 활성화되면서 시청자의 실시간 소통과 참여는 더는 참신한 것이 아닌 때가 됐고 시청자였던 이들이 이제는 출연자가 아닌 제작자가 되는 시대가 되었다. 그런데도 계속 안정을 추구해 같은 파전만 만드는 것은 위험하다. 안정감마저 점점 사라져 가게 문을 닫을 수 있다. 성공을 답습하는 것이 아닌 새로운 시도로 성공의 길을 개척해야 한다. 남들이 하지 않은 시도를 한 <마이 리틀 텔레비전>은 성공했고 방송의 새로운 길을 열었다. 다른 방송도 새로운 고명을 찾아 파전에 얹어야 한다. 물론 쉬운 일은 아니다. 시청자 참여 등 똑같은 방법으로 시도하는 것은 더는 참신한 방법이 아니고 그 방법이 성공한다는 보장이 없기 때문이다. 하지만 이에 성공한다면 대한민국 예능은 시청자들이 더 많이 찾는 파전 골목으로 발전할 수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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