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애인과 관련한 우리나라 미디어의 이야기는 비장애인의 장애인에 대한 도움과 관련한 미담이거나 장애인 본인의 역경 극복기가 대다수다. 하지만 tvN 드라마 <우리들의 블루스>는 실제 장애인 가족이 겪는 다양한 감정과 그를 끌어안는 공동체의 모습을 보여줬다. 이 드라마에 그림 실력이 뛰어난 발달장애인 ‘영희’ 역으로 출연해 극에 생생함을 더한 정은혜 작가는 실제로 장애인이다.
<니얼굴>
정은혜 작가는 영화나 인터뷰 등 다방면의 활동으로 장애인도 비장애인처럼 활동할 수 있는 존재임을 보여주고 있다. 영화 <니얼굴>은 문호리리버마켓에서 그림 작가로 활동하는 정은혜 작가와 작가의 가족, 그곳을 찾는 사람들의 모습을 담은 다큐멘터리 영화다.
집에서 뜨개질하고 복지관에서 청소만 하던 은혜 씨는 양평 문호리리버마켓의 인기 셀러로 거듭난다. “예쁘게 그려주세요.”라는 요청에 “원래 예쁜데요 뭘~”이라는 능청스러운 서비스 멘트와 함께 그림 그리는 데 열중한다. 몰두해 그린 그림 덕분에 은혜 씨 앞에 4천 명의 사람들이 환하게 웃음 짓는다.
우리 사회의 장애인에 대한 인식은 기본적으로 선하지만 모순적이다. 장애인을 도와야 한다고 말하지만 정작 마주치면 기피한다. 또 장애인의 권리 상승에 호의적이나 깊게 신경 쓰지는 못하고 있다. 의무감과 동정심에서 나오는 섬세하지 못한 사랑과 환대는 장애인에게 오히려 배려 없는 행동일지 모른다. 모금 유도를 위해 가난을 자극적으로 묘사하여 동정심을 불러일으키는 영상이나 사진 등을 말하는 빈곤 포르노가 오히려 빈곤과 피 후원국에 대한 잘못된 고정관념을 불러일으키는 것처럼 말이다.
정은혜 작가는 뛰어난 재능을 가진 작가임과 동시에 자주 비치는 예민한 모습으로 감정 표현이 서툴지 않은, 비장애인과 다를 바 없는 사람임을 보여준다. 작가가 사회에 적응하고 재능을 발현할 수 있었던 이유는 무엇일까? 바로 주변의 헌신과 따뜻한 시선과 배려가 있었기 때문이다. 영화와 정은혜 작가는 장애인에 대한 동정과 도움을 호소하지 않는다. 장애인을 포용하는 사회의 공동체성 회복과 인식 개선이 필요함을 부드럽게 말한다.
블루스를 잘 추려면 한 사람의 빼어난 춤 실력보다 서로의 합이 더 중요하다. 함께 어울리는 것은 춤뿐만이 아니라 사회라는 울타리 안에서 대부분 필요한 일이다. 이건 비장애인과의 관계에만 한정된 것이 아니다. 우리 삶 곳곳에 있는 장애인은 베풂의 대상이 아닌 함께 호흡을 맞춰야 하는 존재다. 정은혜 작가는 지금 우리 사회가 장애인을 어떻게 바라봐야 하는지 조금씩 천천히 화두를 던지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