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떻게 끝날지 궁금해
주말에 방송사마다 있는 영화 프로그램을 보면 다른 두 영화를 비교하는 코너가 있다. 영화를 재미있게 풀어 흥미를 일으키는데 흥행작뿐만 아니라 망작, 괴작, 무명작 모두 그렇게 해낸다. 이미 본 영화라고 해도 빠르고 현란한 해설에 한 번 더 보고 싶게 하고 보지 못한 영화는 찾아보게끔 한다. 그래서 이런 코너를 진행하는 MBC <출발 비디오 여행>의 코미디언 김경식은 사기꾼이라는 별칭을 자주 듣는다. 재미있을 줄 알고 봤더니 재미없는 영화가 태반이었기 때문이다.
이 코너가 다 죽은 영화를 되살리는 역할을 하기도 하지만 이 코너에 어울리게 만들어진 영화도 많다. 코너에 나오려고 만들어지진 않았겠지만 말이다. 이런 영화들은 대개 세 가지 특성이 있다. 첫째로 재미있게 편집할 신이 곳곳에 있다는 것이다. 설령 그렇지 않더라도 방송에서 흥미롭게 포장해줄 요소가 많다. 둘째로 보고 나면 별거 없거나 황당한 흐름에 당황한다는 것이다. 보기 전 가진 기대치를 수직 하강시킨다. 셋째로 가끔 회상하게 되며 이야기나 몇몇 장면을 이야기하게 한다는 것이다. 하지만 또 볼 생각은 크게 들지 않는다.
최근에 본 영화 중 영화 비교 코너에 가장 적합한 영화를 찾았다. (요즘 방송을 보지 않아 이미 나왔을 수도 있겠다) 바로 <육사오>다. 남북 관계를 다루는 영화는 첩보, 액션 장르가 많은데 오랜만에 코미디로 만들어진 영화다. 개인적으로는 남북 관계에 로또라는 소재를 더한 영화라 보기 전부터 흥미를 불러일으켰다.
말년 병장 천우(고경표)는 우연히 로또를 줍는다. 1등에 당첨되는 경사를 겪지만, 이 로또가 바람에 날려 군사분계선을 넘어간다. 그 로또를 북한 병사 용호(이이경)가 줍게 된다. 각자의 사정을 위해 당첨금 57억의 로또의 소유권을 주장하는 와중에 주변 인물들이 가세해 협상의 판이 커진다.
참신한 상상력으로 만들어진 이야기는 그 끝맺음이 참 어렵다. 현실적인 이야기는 과거 사례나 현실적인 근거를 바탕으로 마무리 지을 수 있지만, 상상을 바탕으로 한 이야기는 시작과 중간, 끝이 모두 현실에 존재하지 않아 참고할 이야기가 없기 때문이다. 그래서 극을 잘 끌고 가더라도 허무맹랑한 전형적인 용두사미의 결말을 낼 때가 많다. 이 영화도 처음에 집중하게 만들고 중반까지는 마음껏 웃게 하지만 마무리가 조금 아쉬웠다. 끝까지 코미디로 끌고 가기 위한 어쩔 수 없는 선택이었다고 생각한다.
영화 곳곳에 재미있는 장면이 많아 영화 비교 코너에서 해설로 이를 더 빛나게 해준다면 사람들의 흥미를 자극할 수 있을 거란 생각이 들었다. 그리고 영화 비교 코너는 영화의 끝을 보여주지 않기에 더욱 궁금증을 자아낼 수 있다는 점도 이 영화를 보게 만드는 데 플러스 요인이 될 것 같았다. 보고 나면 어떤 생각을 하게 될지는 잘 모르겠지만 말이다.
그래도 남북 관계 이야기만 다루면 왠지 멋이 가미된 심각한 이야기만 만들려고 하는 요즘 영화 추세와 다른 분위기로 이끌었다는 점, 현대인의 현실적인 고뇌(?)가 많이 담긴 로또를 추가했다는 점은 올해 본 영화 이야기 중 가장 반짝였던 것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