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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와칸다 포에버 Jan 02. 2023

성실하지 못한 직장인

노동요 - 주절주절

최근 들어 게을러졌음을 자주 느낀다. 잠에서 깨어도 바로 일어나지 않고 여기저기 몸을 뒤척이며 스마트폰으로 인터넷을 보는 게 일상이 됐다. 다른 일을 하더라도 예전보다 느려졌다. 좋게 말하면 여유가 생긴 거지만 여유라기보다 나태에 가깝다. 문제는 스스로 알고 있으면서도 고치지 않는다는 것이다. 나이를 먹어서 그렇다는 자기 합리화로 태만을 너그럽게 받아들인다. 그래서 해야 할 일을 제시간에 해결하지 못하고 늦게 끝내거나 다음날로 미룬다.


회사 일도 마찬가지였다. 열의가 없어짐을 잘 느끼고 있다. 남들이 하지 않는 잡일을 도맡던 것도 귀찮아졌다. 누구라도 해야 하는 일인데 조금만 더 힘들고 귀찮아지자고 생각했던 것이 스트레스로 바뀌었나 보다. 나만 하고 남들은 하지 않는 것 같은 피해의식에 덩달아 미루고 있다. 내가 이기적인 모습을 싫어하는 것을 잘 알고 있는데도 말이다.


남에게 성실하다는 말을 곧잘 들었다. ‘착하게 생겼다’ 와 더불어 칭찬할 거리나 특색이 없을 때 자주 사용하는 표현이다. 그래도 좋게 받아들였다. 정말 칭찬할 게 없어서 그럴 수도 있지만 내 모습에서 성실함을 보는 사람도 있을 테니까. 뭐든 성실하게 임하면 좋은 결과를 얻을 거라는 기대가 어렸을 때부터 있었기에 그렇게 행동했던 것 같다. 하지만 이제 나와 어울리지 않는 표현 같다는 생각이 들기 시작했다.


부지런한 사람, 꾸준히 자기 일을 하는 사람을 나는 좋아한다. 그래서 주변의 성실함을 볼 때 나는 자극받고 그 사람을 좋게 보게 된다. 순간의 장면으로 판단할 수 있는지는 모르겠지만, 설령 그게 착각일지라도 인상이 달라진다. 출근길 버스를 타고 가는 길에 반대편 도로의 택배기사가 정지 신호에 차가 멈춰 있는 동안 무슨 리스트 같은 것을 정리하는 것을 봤다. 단순한 업무일 수 있겠으나 그 모습이 참 꼼꼼하고 성실해 보였다.


또 지나는 지하상가에서 유독 일찍 문을 여는 가게를 봤다. 다른 가게는 아직 셔터를 올리지 않았는데 항상 먼저 문을 열고 이미 진열된 상품을 닦고 잘 보이게 방향을 조정한다. 이른 아침에 돌아다니는 사람도, 물건을 사는 사람도 별로 없다. 물건 사는 사람 중 상품의 위치를 예민하게 바라보는 사람도 드물 것이다. 그런데도 깔끔하게 준비를 마치는 모습은 참 인상적이었다.


순간 지나치는 사람들이지만 몸에 밴 그 성실함으로 이른 시간에 작은 일도 열심히 하는 그들은 감동적이었다. 나를 보니 나는 지금 불만만 가득 찬 상태였다. 저렇게 열심히 일하는 사람도 있는데 나는 지금 뭐 하고 있는 건지 돌아봤다. ‘예전의 나였다면’ 돌아오지 않는 과거만 톺아보는 모습은 정말 멋없었다.


한편으로는 그들을 바라보는 내 시선이 잘못된 연민과 계급 의식은 아닌지 생각했다. 분명 아닌 걸 알지만 은연중에 나보다 아래로 내려 본 것은 아닌지 말이다. 잠깐의 혼란이 있었지만 성실함에 대해 존경심을 느끼고 자기반성을 했다는 데에 그렇지 않은 거라고 결론지었다.


직장 생활을 아주 오래 한 것도 아닌데도 나는 점점 타성에 젖고 나태에 무뎌지고 있었다. 쉽고 빠르게 예전의 좋은 모습으로 현재를 바꿀 수는 없겠지만 착각이든 아니든 예전의 성실했던 나로 돌아가려고 노력하겠다고 다짐했다. 적어도 스스로 느끼기에 부끄럽지 않도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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