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와칸다 포에버 Jul 24. 2023

내 영혼은 틀리지 않았어

위로가 되는 재즈의 즉흥 연주

요즘 들어 사람들이 자주 하는 말 중 하나가 “이번 생은 망했어.”다. 언제 떠날지 모르는 자기의 삶을 일찍 포기, 패배 선언하며 다시 태어난다면 어떻게 하겠다고 다짐하거나 하고 싶다며 소망한다. 그래서인지 몰라도 각종 웹툰, 소설, 드라마 등에서 자주 활용되는 소재도 ‘회귀’, ‘n 회차 인생’ 등이다. 전생과 다르게 다시 태어나거나 특정 시점으로 돌아갔을 때 성공하는 그런 이야기가 인기를 얻고 있다.


망한 생은 어떤 생일까. 대개 많은 이가 본인의 생각하는 기준에 삶이 도달하지 못했거나 못할 것 같을 때 생이 망했다고 말한다. 이 기준은 매우 이상적이며 다른 말로 표현하면 ‘꿈’이라고 할 수 있다. 꿈은 남녀노소 모두의 인생에 존재한다. 그 내용은 천차만별이다. 대개 어릴 때 꿈은 무엇인지 내용 중심적인 존재지만, 어느 정도의 시점이 되면 구체적이고 명확한 목적성을 가진 존재가 된다. 이를 이루지 못했다고 느낀 이 중 누군가는 농담으로 생을 포기하고 누군가는 실제로 생을 마감한다. 내 인생은 정말 망했을까? 어떤 삶을 사는 것이 성공한 삶이며 행복하게 사는 것일까? 애니메이션 <소울>은 이 고민을 함께한다.


소울


뉴욕에서 음악 선생님으로 일하던 ‘조 가드너’(제이미 폭스)는 자신이 꿈꾸던 재즈 클럽 연주 날 사고로 영혼이 되어 ‘태어나기 전 세상’에 간다. 탄생 전 영혼들이 멘토와 함께 자신의 관심사를 발견하면 지구 통행증을 발급받을 수 있는 그곳에서 조는 지구에 가고 싶어 하지 않는 영혼 ‘22’(티나 페이)의 멘토가 된다.



영화에는 상반된 가치관을 가진 두 인물이 등장한다. 영화에서는 영혼들의 가슴에 피어나는 것을 ‘불꽃’이라고 하는데 조는 불꽃을 삶의 목적이라고 생각한다. 조는 꿈과 삶의 목적이 명확하다. 선생님이라는 안정적인 직장보다 재즈 연주자로서 살기를 원하며 열정과 최선을 다한다. 그에게 불꽃은 음악이다. 반대로 영혼 22는 꿈과 삶의 목적이 명확하지 않다. 다양한 영혼과 멘토 매칭이 있었지만, 그 누구도 22에게 불꽃을 만들어 주지 못했다. 그랬던 22가 우연히 조의 몸에 들어가 조의 일상을 경험하고 자신의 불꽃을 얻는다. 피자 한 조각, 떨어지는 낙엽 같은 일상의 소소한 것에서 발견한 22의 불꽃을 조는 이해하지 못한다. 조가 생각하는 불꽃은 더 명확하고 구체적이며 인정받을 수 있어야 하는 것인데 22가 평범한 일상에서 얻은 불꽃은 말 그대로 평범하기 때문이다.


하지만 영화에서 말하는 불꽃은 조가 생각하는 것만을 말하지 않는다. 불꽃은 삶을 살아가기 위한 준비가 되었을 때 만들어지는 삶을 살기 위한 원동력이다. 그것이 조처럼 명확하고 구체적인 꿈일 수도 있지만 결코 꿈에만 한정된 것은 아니다. 22처럼 일상에서도 얻을 수 있다. 자신의 꿈을 위해 열정을 다하는 조는 의미 있는 삶을 사는 것이고 그렇지 않은 22는 무의미한 존재일까? 영화는 우리가 편협하고 고정된 시각을 가지고 있지는 않은지 또 그걸 진리라며 자신의 시각에서 벗어난 존재를 부정하고 있는 것은 아닌지 묻는다.


조를 보며 내 모습이 보였다. 내가 생각하는 불꽃도 조가 영화 내내 말한 불꽃과 비슷하다고 느꼈다. 나도 조처럼 꿈을 좇는 삶을 살고 있었다. 그래서인지 몰라도 나는 조가 틀렸다고 생각하지 않는다. 꿈을 꾸는 것은 잘못된 게 아니다. 돌이켜보면 현실에서 22와 같은 생각을 가진 사람을 좋게 보지 않았던 것 같다. <소울>은 내 시야를 조금은 넓게 만들었다. 꿈과 삶의 목적이 명확하지 않은 것은 잘못된 게 아니며 그런 사람에게 불꽃이 없는 것도 아니다. 모두 불꽃을 가질 수 있고 어떤 불꽃을 선택하느냐는 자신의 자유이며 존중받을 수 있다.  이는 저마다 불꽃이 있는 삶을 살고 있으며 그 자체로 의미와 가치가 있다고 말할 수 있다.



영화 초반 학교 재주 밴드에서 볼 수 있었던 여학생의 자유로운 즉흥 연주(Improvation)는 이 영화에서 말하고자 했던 것을 가장 잘 표현한 장면일 수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멈추지 않는 학생의 연주에 다른 학생들은 웃었지만, 조는 그 연주를 칭찬했다. 그것은 악보에 그려진 대로 진행하는 음악의 시각으로 봤을 때는 실수와 잘못이 될 수 있지만 재즈의 시각에서 봤을 때는 훌륭한 연주다. 고정된 시각에서 벗어나면 가치 없던 것도 가치 있게 되기 마련이다. 영화를 봤다고 내 가치관이 180도 바뀐 것은 아니었지만 내가 보지 못했던 것들이 보이기 시작했고 나를 옥죄고 있던 무언가, 내 어깨를 무겁게 하고 있던 무언가가 조금은 사라지는 것 같았다.

매거진의 이전글 솟아라! 긍정의 힘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