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생을 바꾼 단 한 마디
나는 나와 정반대인 사람을 동경할 때가 많다. 아이러니한 게 막상 동경하는 이와 함께 하면 불편하다. 내 성향과 너무 다르기 때문이다. 예를 들면 부정적인 생각을 자주 하는 나는 긍정적인 사람, 낙천적인 사람을 부러워하고 그들처럼 되고 싶어 한다. 하지만 그들과 함께하면 금방 피곤해진다. 나와 다르기 때문이다. 그래도 그들의 태도와 마음가짐과 나를 비교하고 반성한다. 하지만 나는 쉽게 변하지 못한다. 이 황당한 반응의 연속은 내 삶에서 반복하고 있다.
긍정의 힘에 대해 말하고 증명한 책이나 방송은 세상에 너무 많다. 과거에도 그랬고 점점 세상이 개인화되고 부정적인 에너지가 강해지는 것 같은 이때도 그렇다. 긍정적인 태도를 누구나 한 번은 삶에 적용하려 했겠지만 이게 쉬운 일이 아니다. 나도 여러 미디어를 접하면서 동기부여를 하고 노력했지만 오래 묵은 제 기질에서 벗어나질 못했다. 내 마음대로 되지 않는 세상사에 긍정보다는 분노와 부정으로 반응할 때도 많았을 것이다. 가끔 궁금할 때도 있다. 긍정적인 사람은 매사에 계속 긍정적일 수 있을까? 이들은 긍정적이라 힘들 때가 없었을까? 영화 <예스 맨>은 부정적인 한 사람이 긍정적으로 변하며 겪는 이야기를 보여준다.
대출회사 상담 직원 칼 앨런(짐 캐리)은 ‘NO’라는 말을 입에 달고 사는 부정적인 사람이다. 하지만 친구의 권유로 한 프로그램에 가입하고 삶이 바뀐다. 긍정적인 사고가 행운을 부른다는 프로그램의 가르침에 따라 모든 일에 ‘YES’라고 대답하다 보니 일상이 신나게 느껴진다. 긍정의 힘이라며 무조건 NO가 아닌 YES로 대답하는 칼에게 예상하지 못한 일이 닥친다.
무조건 YES라고 외치면 좋을까? 이 덕분에 영화 속 칼도 곤란한 상황에 빠진다. 그리고 영화는 말한다. 진심에서 우러나온 YES가 사람을 변화시키며 무분별한 긍정은 오히려 그 사람의 진심을 해칠 수도 있다고. 요행을 기대하며 외치는 YES는 기대와 다른 상황을 만들 수 있다. 무조건 긍정이 아닌, 아니라고 판단하면 NO를 외칠 수도 있어야 한다. 긍정과 부정만 좇는 것이 아니라 자기 주도적인 판단과 행동을 삶에 적용해야 한다는 것이다.
이 영화는 감정을 다양하게 표현하고 여러 상황 연기를 할 수 있는 다재다능함을 가진 짐 캐리의 연기가 돋보이는 영화다. 짐 캐리가 아닌 다른 배우도 연기할 수 있겠지만 짐 캐리보다 더 맛깔나게 연기하지는 못했을 것이다. <이터널 선샤인> 같은 영화를 기대한다면 가볍고 <브루스 올마이티> 같은 영화를 기대한다면 조금은 지루한 느낌이 들 수도 있겠지만 짐 캐리는 자신을 돋보이게 하는 법을 이 영화에서도 잘 보여주고 있다.
영화를 보는 동안 방송인 노홍철이 생각났다. 방송마다 광기에 가까운 ‘긍정’을 보여줬기 때문이다. 미디어가 아닌 현실 속의 그가 영화 속 칼 이상으로 긍정적으로 사는지는 모르겠지만 보는 사람들에게 생각할 거리나 배울 점을 주는 것만으로도 그의 삶에 묻어나오는 태도는 선한 영향력이 있다고 할 수 있다. 나 또한 한번은 나를 돌아보고 삶에 긍정의 힘을 적용해보고 싶다. 칼이 그랬던 것처럼 내가 겪어보지 못한 삶을 통해 승승장구하고 좋은 인연도 만날 수 있을지 어찌 알겠는가. 기분 좋은 상상에 내 안에 감춰진 긍정 회로가 도는 것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