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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와칸다 포에버 Jul 31. 2023

요즘 젊은것들

노동요 - 철도 인생

요즘 젊은것들은 버릇이 없다. -기원전 1700년 수메르 점토판-

요즘 젊은것들은 나약하다. -기원전 760년 고대 그리스 일리아스-

요즘 젊은것들은 배울 의지가 없다. -기원전 280년 한비자 오두편-

요즘 젊은것들은 아버지 세대와 달리 어리석어 나라가 망했다. -580년 돌궐 비문-

요즘 젊은것들을 보면 정말 한숨만 나온다. -1311년 알바루스 펠라가우스-

요즘 젊은것들은 행실을 닦으려는 자가 참 드물다. -숙종 17년(1691년)-


어느 세대든 타 세대가 자기 마음에 안 맞을 때가 있다. 나 역시 다른 세대의 담화 대상인 요즘 젊은것이었을 테고 나도 요즘 젊은것들을 이야기할 때가 있다. 그런 걸 보면 시대를 막론하고 내가 속한 또래 집단이 아닌 이상 세대 차이는 늘 존재했던 것 같다.


역에서 일하는 사람들이 가장 가까이에서 만날 수 있는 젊은이들은 사회복무요원이다. 이들은 지겹게 나오는 세대 표현인 MZ세대, 그 중심에 있는 이들이기도 하다. MZ세대를 지칭하는 범위가 1981년부터 1996년생인 밀레니얼세대와 1997~2012년생인 Z세대로 폭넓다 보니 나도 MZ세대에 걸려 있다. 덩달아 젊어 보이는 것 같은 효과에 기분 좋기도 하지만 같은 세대라고 하기엔 민망할 정도로 나는 지금 20대 초중반의 나이를 가진 사회복무요원과 다름을 느낄 때가 많다. 지금 20대 후반, 30대 초반의 나이가 됐을 이미 소집해제한 사회복무요원과 지금 사회복무요원을 비교해도 달라 보인다. MZ세대를 하나의 세대로 몰아 연구 대상처럼 여길 게 아니라 세대를 5년 안팎의 나이로 세밀하게 쪼개 분석해야 하는 것이 아닌가 생각이 들 정도다.


역에서 일하는 사회복무요원의 업무는 ‘안전’과 관련된 일이다. 여러 상황이 일어났을 때 혼란을 수습하도록 안내하는 것이 주 업무이다. 하지만 항상 사고가 일어나는 것은 아니고 직원 수가 부족하거나 일이 바빠 다른 일에 직원이 투입되어 있을 때는 공교롭게 자기 업무 범위 이상의 것을 해야 할 때도 있다. 어찌 됐든 퇴근하기 전까지는 같은 역무실에 있어야 하기에 일을 빨리 해결하는 것이 서로 편하기 때문이다. 그렇다고 역무원이 해야 하는 일을 맡기는 것은 아니다. 뒤에 말하겠지만 그렇게 하면 다양한 일을 겪게 된다. 이런 상황에서 같은 사회복무요원이더라도 여러 부류로 나뉜다. 특유의 성실함과 책임감으로 최선을 다하는 이, 새로운 일에 흥미를 느끼며 직원만큼 잘 해내는 이, 자신에게 왜 이런 일을 하게 하느냐며 불만을 가지는 이 등 다양한 반응과 행동을 볼 수 있다.


묵묵히 따라주거나 열심히 해 부탁한 일 이상의 일을 해내는 요원을 보면 고맙고 기특하다. 하지만 무슨 일을 하더라도 불만을 표하거나 바로 옆에 자리하면서 급한 상황을 거들떠보지도 않고 자기 일에 집중하는(이를테면 스마트폰 삼매경) 요원들을 보면 답답하고 화가 날 때가 있다. 자기가 충분히 해낼 수 있음에도 사회복무요원을 일을 대신할 사람으로 여기며 노예 부리듯 하는 문제 많은 직원이 간혹 있어 사회복무요원이 일을 못하고 안 한다고 하기도 민망하지만 일보다 자신에 집중하며 조금이라도 손해 보지 않으려 하는 개인주의 경향이 만연하면서 일어나는 일이라고도 할 수 있다.


내가 생각건대 이런 일들이 더 자주 있는 이유는 ‘소속감’에 있다고 본다. 새로운 환경과 사람에 적응하고 잘 지내기 위해서는 소속감이 있어야 한다. 외향적인 성격, 단체에 협력하는 협동심 등 선천적으로 단체 생활을 잘하도록 타고났거나 시간이 지나면서 정이 드는 등 어떠한 계기로 일어나는 후천적인 소속감이 생기면 근무지에서 일하는 동안 별다른 문제가 일어나지 않는다. 하지만 시간이 갈수록 이런 사회복무요원은 찾아보기가 어렵다. 누가 젊은 시절에 2년간 다른 환경에서 군 복무를 이유로 시간을 바치는 것을 달가워할까? 하지만 이 시간을 어떻게 보내는지는 자신의 마음가짐에 달렸다. 직원 입장에서는 시간이 빠르게 가기만을 바라고 일하지 않기보다 성실하게 임하기를 바란다. 하지만 그 마음가짐을 강요할 수는 없다.


인터넷, SNS 등이 활성화되면서 점점 젊은 세대는 오프라인 커뮤니티보다 온라인 커뮤니티에 익숙하고 이를 더 선호한다. 군 복무를 해결하기 위해 억지로 다녀야 하는, 거기에 운이 좋지 않으면 노동착취라고 느껴질 만큼 자신을 부리는 사람들이 있는 오프라인 커뮤니티인 근무지는 대다수의 사회복무요원에게 불편한 곳이다. 하지만 온라인 커뮤니티는 다르다. 특히 사회복무요원들 커뮤니티는 같은 시기에 고생이라는 공통적인 공감대를 가진 이들이 모이는 곳이다. 사회복무요원은 그들만의 커뮤니티에서 자신의 상황을 설명하고 여러 팁과 노하우를 공유한다. 이들은 이곳에서 더욱 큰 소속감을 느낀다. 어떻게 보면 그들의 생활, 더 나아가 복지와 권리를 주장하기 위해선 커뮤니티의 존재가 도움이 되기도 할 것이다. 하지만 팁이라기엔 기관과 복무 관련 규정 등의 허점과 맹점을 이용해서 꼼수를 부리는 것을 그대로 따라 하는 일도 있어 눈살 찌푸리게 될 때가 있다. 책을 세워 공부하는 척하면서 잠을 자거나 다른 일을 하는 학생은 선생님이 보이지 않지만, 교탁에서 바라보는 선생님은 그 학생이 무엇을 하는지 알 수 있듯이 사회복무요원들의 행동에 이것이 진짜인지 잔꾀인지는 금방 파악할 수 있을 정도로 티가 난다. 그렇지만 꼬치꼬치 따지기보다는 알면서도 넘어가는 경우가 많다. 이를 제재할 방법도 그리 많지 않다.


문제는 직원들에게 함부로 하는 것을 자기 권리 주장의 방법이라 생각하거나 용기 있는 행동이라 여기는 요원이 가끔 있다는 것이다. 직원과 사회복무요원 간에 문제가 생기면 어떤 사회복무요원은 지지 않고 직접 직원과 싸운다. 어떤 이는 병무청에 알리거나 국민신문고에 민원을 넣는 등 다양한 방법으로 자기 불만을 표현한다. 대개 이런 일을 겪으면 직원은 징계 처분당한다. 그래서 몸 사리는 데 더 집중하는 직원이 늘고 있다. 요즘은 요원의 눈치도 봐야 하는 시대다. 권리를 존중해야 하지만 요원의 안하무인격인 태도는 결코 좋아 보이는 게 아니고 대단한 일이 아니다. 그런데도 남들이 하지 못하는 일을 자신이 해냈다고 뿌듯해하며 직원을 무시하는 이가 있고 무용담처럼 다른 이들에게 자랑하는 이도 있는데 그런 모습을 보면 안타깝기도 하다. 


다양한 사회복무요원이 있듯 이들에 대한 직원의 태도 또한 천차만별이다. 공적으로만 대하고 관계에 선을 긋는 직원, 자식뻘이라며 더 잘해주려는 직원, 친구처럼 지내는 직원 등 여러 직원이 있다. 나도 입사 초반만 하더라도 당시 요원들과 나이 차가 얼마 나지 않아 친구처럼 지냈지만 지금 복무 중인 요원들에게는 그렇게 하기가 쉽지 않다. 아무래도 나는 나이를 점점 먹고 있으니 새로 들어오는 사회복무요원과 나이 차가 점점 더 커지기 때문이다. 이제 거의 삼촌뻘이다. 어린 그들의 모습을 보며 내 지난날의 자화상을 보는 듯해 내 삶을 반성하기도 하게 된다. 느끼는 것이 있다면 세대별 사고방식은 다르나 그 나이대에 겪는 일은 크게 다르지 않다는 것이다. 그래서 별다른 표현은 하지 않아도 정이 가고 더 잘해주고 싶은 게 사실이다.


조직이 원활하게 돌아가기 위해서 필요한 것은 ‘공동의 목표’다. 나이와 성별, 환경 모두 다르나 단순히 놓고 보면 직원이나 요원이나 일하는 동안 하루 목표는 같다. 별 탈 없이 출근하고 퇴근하는 것. 출근과 퇴근 그리고 일하는 것이 너무나 익숙한 것이라 인식하지 못하고 있을 뿐이다. 이를 위해서 어떻게 해야 할지 조금만 생각하고 서로 배려하려 한다면 문제의 크기와 빈도를 줄일 수 있지 않을까.


그런 점에서 지금 복무하는 요원이나 앞으로 사회복무요원으로서 일하게 될 젊은 친구들에게 바라는 것이 있다면 자기 권리는 챙기되 비중을 그쪽에만 두는 것이 아니라 자기 일을 하면서 챙겼으면 하는 것이다. 짧고도 긴 시간이나 복무 시간 동안은 역이 직장이자 군 복무를 대체하는 곳이기 때문이다. 또 관계에 문제가 생겨 서로 얼굴 붉힐 바에 같은 곳에서 일하는 동료라는 생각으로 더 나아가 가족처럼 잘 지냈으면 한다는 것이다. 그것이 사람을 계속 대해야 하는 역 직원이나 복무를 마치고 사회로 돌아가 생활을 계속해 나갈 요원이나 모두에게 도움이 될 일이니 말이다.


일손 바쁜 역에서 사회복무요원의 존재는 상당히 크다. 여러 문제를 일으키거나 아예 일을 하지 않는 것이 아니라면 같은 공간에 사람 한 명이 더 있다는 것은 큰 힘이 된다. 직원들에게 일 도와주는 사회복무요원은 참 고마운 존재인 것이다. 이제 경력이 꽤 된 만큼 내가 만났던 사회복무요원도 셀 수 없을 만큼 많은데 모두 기억나는 것은 아니지만 열심히 했던 친구들을 생각해 보면 어디서 무슨 일을 하더라도 잘 해낼 것 같다는 생각이 든다. 오글거리지만 이렇게 외치며 글을 마무리한다. 사회복무요원 파이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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