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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와칸다 포에버 Aug 14. 2023

짬에서 나오는 바이브

본격 종합 방송 <6시 내 고향>

매일 다른 콘텐츠를 여러 개 만드는 일은 쉬운 일일까? 매일이 아니라 매주라고 해도 어려운 일일 것이다. 그만큼 시간이 한정되어 있기 때문이다. 새로운 콘텐츠에 대한 아이디어를 뽑아내기는 어렵다. 한 방송에 여러 개 콘텐츠를 넣으려 하기는 것은 더욱 어렵다. 그래서인지 몰라도 1990년대의 MBC <일요일 일요일 밤에>처럼 방송 시간 동안 여러 코너가 녹아 있던 방송과 달리 2000년대부터 하나의 방송에 하나의 이야기만 담는 방송이 늘었다.


2020년 KBS 출신 스타 PD 나영석이 tvN에서 <금요일 금요일 밤에>라는 방송을 제작한 적이 있다. 이 프로그램은 마치 1990년대 방송처럼 코너를 여러 개로 짧게 쪼개 방송했다. 당시에는 새로운 시도라며 주목받기도 했지만 1990년대 방송을 접한 사람이라면 향수를 느낄 만한 형식이었다. 이 방송은 지상파 방송이 아니라는 점을 고려하면 시청률이 아주 안 나온 것은 아니지만 다른 나영석 표 방송에 비하면 턱없이 낮은 성적표를 받았다. 이유를 생각해 보면 하나의 이야기를 주어진 시간에 결말까지 다 보는 데 익숙한 지금의 시청자에게는 낯선 방송 형식이었기에 다른 나영석 PD의 방송보다 재미를 느끼지 못했던 것 같다.


나영석 PD도 고전한 이런 방송 형식을 고수하며 7천 회 이상 방영한 방송이 있다. 바로 <6시 내 고향>이다. <6시 내 고향>은 매일 각 지역 리포터의 지역 소식뿐만 아니라 여러 방송인이 출연해 각자 다른 코너를 선보인다. 토크, 다큐, 여행 등 장르도 다양하며 농업, 수산업, 시장, 맛집, 인물 등 소재도 다양하다. ‘지역 소식’이라는 한정된 소재를 다방면으로 활용해 새로운 이야기를 만드는 것, 그것도 흥미롭게 꾸미는 것은 만만한 일이 아니다. 그렇다고 같은 내용, 같은 사람만 나올까? 물론 계절과 시기별로 흐름은 비슷하나 새로운 코너 기획을 자주 선보이고 있으며 아이돌과 유튜브 크리에이터 섭외 등 젊은 시청자층의 눈길을 끌기 위한 시도도 늘고 있다.


1990년대 방송 형식을 고수하지만 2000년대의 흐름도 놓지 않고 있다는 점에서 <6시 내 고향>의 독특함과 장수 방송으로서 관록이 눈에 띈다. 마치 과자 종합 선물 세트인데 세대 별로 좋아하는 과자뿐만 아니라 지역별 특산 과자가 섞여 있는 것 같은 기분이다. 누군가는 비슷한 방송 형식으로 매주 돌리는 것이 아니냐고 의문을 제기할 수 있다. 방송 자체가 안정적이지 않고 늘어진다면 의미 있는 비판이 될 수 있다. 하지만 <6시 내 고향>은 안정적이다. 그 원동력은 방송 진행에 있다. 하루에 여러 개 코너를 다루지만, 코너마다 짧은 시간 내에 이야기를 맺고 끊는 게 확실하다. 그래서 다음 주 해당 코너의 이야기도 기대할 수 있으며 다음 날 방영할 다른 코너도 기대할 수 있다. ‘숏폼’이라는 지금 방송 트렌드에 맞기도 하다.


더 주목해야 할 점은 이 프로그램이 지역 방송의 활성화에 기여한다는 것이다. 인구나 대학이 수도권에 편중되어 있듯 방송 또한 수도권에 편중되어 있다. 수도권에서 지역 소식을 접할 방법은 그다지 많지 않다. 우리나라 각 지역에는 방송국이 있고 지역만의 방송이 꾸준히 만들어지고 있다. 지역 자체 제작 방송이 더 활성화되면 좋겠지만 그렇게 되는 것은 현재 쉽지 않은 일이다. 그나마 <6시 내 고향>이 지역 소식을 여러 형태로 다루며 시청자에게 다양한 이야기를 만날 접점 역할을 하고 있다. 그런 점에서 <6시 내 고향>의 존재 의의는 더 크다고 할 수 있다.


이런 눈에 띄는 모습이 있지만 2030 시청자에게 KBS에 관해 묻는다면 1TV보다 2TV를 먼저 떠올리는 시청자가 더 많을 것이다. 젊은 층은 대개 예능과 드라마 가 많이 있는 2TV를 1TV보다 더 선호하기 때문이다. 시사교양, 생활 정보 프로그램 등이 많은 1TV는 할머니들이 아침부터 시작해 저녁까지 계속 틀어놓는 방송, 그래서 시청률이 꾸준한 방송, 흥미롭지 않은 방송으로 가득 찬 방송 등의 이미지를 가지고 있다.


자세히 들여다보면 지금은 오히려 1TV가 젊고 자신만의 독창성을 갖춘 방송이 많다. 소재가 익숙하지 않을 뿐이다. 2TV가 새로운 방송보다 다른 모범적인 성공을 거둔 방송과 비슷한 방송을 만드는 제작 방식을 보이는 동안 1TV는 독창성은 있지만 ‘노잼’이 될 수 있는 방송을 끊임없는 변화 시도로 젊은 시청자도 사로잡기 위해 노력했다. 지금, 이 글을 읽는 사람도 KBS 1TV를 나이 많은 사람만 보는 채널이라고 생각하고 있다면 한번 <6시 내 고향>과 1TV의 여러 프로그램을 유심히 볼 것을 권하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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