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 디저트> 감상기
나는 쿡방이나 먹방을 그리 좋아하지 않는다. 쿡방에 흥미가 없는 이유는 내가 음식 만드는 데 큰 관심이 없기 때문이다. 먹방에 관심 없는 이유는 남이 뭔가를 많이 먹거나 음미하는 것을 보는 것이 즐겁게 다가오지 않기 때문이다. 그래서 TVING에 <더 디저트>라는 프로그램이 메인에 올라와 있을 때 보고 싶은 마음이 크게 들지 않았다. 하지만 단순하면서 직선적인 프로그램명이 기억에서 사라지지 않아 일단 보기로 했다.
<더 디저트>는 자기 브랜드를 꿈꾸는 셰프, 파티시에 10명이 창업 지원금을 놓고 경쟁을 펼치는 요리 서바이벌 프로그램이다. 다양한 상황과 그에 따른 재미와 긴장감을 주기 위해 매회 다른 미션을 주고 한 명 혹은 그 이상이 떨어지는 모습은 낯익다. 디저트를 소재로 했다는 점을 제외하면 다른 서바이벌 프로그램과 달라 보이지 않는다. 서바이벌 프로그램을 좋아하거나 디저트에 관심 있는 사람이 아닌 이상 흥미를 보이기 힘들어 대중성과 화제성을 잡기가 쉽지 않다.
서바이벌 프로그램이 조금이라도 화제성을 잡기 위해 하는 방법에는 다양한 개성을 가진 출연자를 등장시키는 것이 있다. 이 프로그램 또한 서로 다른 인물들을 선발했는데 각자 개성이 달라 어떤 과정으로 이들을 뽑았는지 모르겠지만 선발 과정에서 고심했을 거라는 생각이 들었다. 하지만 언론과 여론을 들었다 놓을 수 있는 이슈를 만들 출연자가 등장하지 않는 한 아무리 독특한 사람일지라도 큰 관심을 받기는 어렵다. 게다가 미디어 노출이 잦은 방송인이 아니라 일반인들이 주인공이기 때문에 시청자는 이들이 누군지 전혀 모르는 상태로 이들을 이해해야 한다. 그래서 이들의 이야기를 받아들이는 데 시간이 걸린다.
하지만 이 프로그램은 캐릭터 서사에 게으르지 않으며 시청자를 세심하게 배려했다. 합숙이라는 요소를 활용해 인물들의 모습을 숨김없이 관찰하게끔 유도했고 인간관계에서 오는 긴장과 심리 묘사 등을 놓지 않았다. 대개 요리 서바이벌이 요리에 집중해 인물을 뒤로 미루는 경향이 있는데 이 프로그램은 그렇지 않아 조금 색다르게 볼 수 있었다. 여기에 디저트 관련 분야의 용어 설명을 꾸준히 하며 요리 프로그램의 본분을 놓지 않았고 경험과 지식이 없는 이도 조금이나마 쉽고 편하게 볼 수 있도록 도왔다.
더 눈에 띄는 특징은 MC 성시경의 역할이다. 성시경은 음식 자체나 요리하는 것에 관심이 많은 것은 다른 미디어에도 자주 보였다. 그래서 방송에서 단지 진행자로서 이끄는 역할만 하는 것이 아니라 관찰자와 심사위원으로서 모습도 보여주며 방송을 더 재미있게 만들었다. 이를테면 요리 과정에 궁금한 것을 묻는 것이 기초적인 것에 그치지 않고 전문적이었고 심사 기준에 대해 심사위원에 묻는 것도 예리했다. 한 미션에서 심사위원에게 ‘디저트 재료가 주인공이 되어야 하는 건지, 디저트의 재료로 족한 건지’ 심사 기준을 묻는 것은 놀라웠다. 또한 심사위원 역할을 할 때도 다른 심사위원 못지않은 평, 음식에 대한 감각은 이 프로그램의 MC로서 탁월한 캐스팅을 했다는 생각이 들게 했다.
이 프로그램의 PD는 넷플릭스 <솔로지옥>을 연출한 김나현 PD다. 대개 서바이벌이 긴장감을 주는 방법은 시간과 재료 등의 제한을 주는 것이 기본적이다. 하지만 이 프로그램은 연애 프로그램에서 느낄 수 있는 묘한 긴장감이 느껴진다. 연애 요소가 없을 뿐 사람이 모여 자주 부딪치며 지내서 그런 것 같다. 그런 면에서 이 PD가 연애 프로그램에서 얻은 노하우를 요리 서바이벌에도 잘 녹인 것 같다는 생각이 든다.
어떤 호응과 평가를 얻을지 모르겠으나 음식 서바이벌 프로그램으로 독특한 재미를 주려 했기에 대박 성공은 아니라도 새로운 음식 서바이벌의 길을 텄다는 데 의의가 있지 않을까 생각한다. 마니아 요소가 있는 프로그램을 대중적으로 만들기 위해 노력한 작품이라는 평을 하고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