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매거진 TV를 켰네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와칸다 포에버 Nov 06. 2023

조세호를 주목하는 이유

대화에서 찾을 수 있는 재미는 무엇이 있을까? 내가 몰랐던 사실, 정보에 대해 알 수 있다는 것인 것 같다. 그것의 깊이와 필요는 상관없이 듣는 순간 뇌 속에 자리 잡은 서고에 자리 잡게 된다. 그리고 다른 이에게 글, 말 등 다른 표현 수단으로 전달하기도 한다. 그런 점에서 나는 토크쇼 예능을 좋아한다.


그런데 지금 그 수많은 방송국에 토크쇼라 부를 만한 프로그램이 몇 없다. 독한 맛에 보던 장수 프로그램인 <라디오 스타>는 색다른 게스트 구성과 이들을 향한 참신한(어떻게 보면 짓궂은) 질문들이 사라진 지 오래다. 잔뜩 순한 맛을 입혀 가자니 이전에 보여준 색깔이 너무 강하고 향수를 일으켜 더 재미없이 느껴지게 만든다.


반대로 처음부터 순한 토크를 지향하는 <유 퀴즈 온 더 블럭>이 있다. 길거리에서 시민과 우연히 만나 이야기를 나누고 문제를 푸는 이 방송은 코로나 19 바이러스 이후로 회마다 정해진 주제에 알맞은 인물들과 이야기를 나누고 있다. 유명인도 나오지만, 일반인이 나온다고 해서 이 프로그램에 대한 몰입이 떨어지는 것은 아니다. 새로운 얼굴의 새로운 이야기인데도 우리와 거리감이 느껴지지 않는 사람들의 이야기이기에 매번 편하게 접할 수 있다.


이 재미를 배가하는 것은 진행자인 ‘큰 자기’ 유재석과 ‘작은 자기’ 조세호다. 대다수의 출연자가 방송 경험이 적을 때가 많아 이야기가 자칫 재미 없어질 수 있는데 진행자 두 사람이 이를 살려낸다. 그럴 수 있는 이유는 진행자 두 사람 모두 대화 자체를 즐기기 때문이다. 게스트를 편안하게 하고 끊임없이 대화를 이어나가는 유재석 진행 실력은 이미 수많은 방송을 통해 볼 수 있었다. 여기서 눈에 띄는 것은 조세호다.



조세호는 공개 코미디에 종종 등장하고 <웃음충전소>라는 코미디 프로그램의 <타짱>이라는 코너에서 기상천외한 분장으로 호응을 얻었다. 그리고 각종 방송에 가리지 않고 출연했다. 김구라의 말을 빌리자면 ‘중저가 연예인’ 중 한 명이었다. 여러 방송에 게스트나 패널로 출연해 성대모사로 웃기거나 연예인들의 호출에 양복을 입고 나타나 인사를 하는 등 감초 같은 역할을 도맡았다. <무한도전>의 정식 멤버가 되기도 했지만 얼마 못 가 무한 도전은 폐지돼 빛을 보지 못했다. 그런 그에게 <유 퀴즈 온 더 블럭>은 MC로서 새로운 모습을 보여줄 수 있는 곳이다.


과거 MC의 역할은 주어진 순서와 대본에 맞춰 물 흐르듯 진행하는 것이었다. 하지만 인터넷 방송이 주 무대였던 김구라가 TV 시장에 들어서면서 새로운 유형이 탄생한다. ‘호사가’, ‘과 정보 MC’ 등으로 부를 수 있겠다. 이 유형의 MC를 꼽자면 김구라, 서장훈, 팟캐스트나 라디오에서 활동 중인 최욱, 정영진 등이 있다. 이 유형의 MC들은 잡지식이 많다. 전문가처럼 한 분야에 조예가 깊기보다는 그들보다는 얕지만 넓게 많은 걸 알고 있다. 김구라는 팝, NBA 등에 관심이 많고 연예, 경제, 정치 등 여러 정보를 활용해 이야기를 진행한다. 서장훈도 대화에서 여러 지식과 정보를 활용하고 본인만의 시각과 통찰을 선보인다. 조세호도 이런 유형의 진행자다. 잡다한 내용의 이야기를 나누는 것을 피하지 않는다.


조세호는 많은 이야기를 하는 만큼 많은 것을 궁금해한다. 나는 진행자에게 훌륭한 진행, 초대 손님을 편안하게 하는 재주만이 아니라 ‘궁금할 만한 것’을 물어볼 줄 아는 능력도 필요하다고 생각한다. 조세호는 그 능력이 있다. 토크쇼, 인터뷰를 통해 출연자들은 대부분의 정보를 공유하고 본인의 생각과 사실을 털어놓는다. 방송을 이것저것 많이 본 사람이라면 한 인물에게 예전에 다른 방송에서 했던 질문을 하고 똑같은 답을 받는 모습을 본 적이 있을 것이다. 틀에 박힌 질문, 빤히 아는 내용을 여러 번 반복하면 재미가 없다. 하지만 조세호는 그런 질문보다는 엉뚱한 질문을 한다. 그런데 곰곰이 생각하면 그 질문은 누군가 한 번도 묻지 않았던 질문, 생각해 보니 궁금해지는 질문이다. 방송의 흐름을 끊는 것처럼 보이지만(편집상 재미를 위해 그의 질문을 그렇게 몰고 가기도 한다) 과하지 않아 거부감이 없고 소소하고 신선한 재미를 준다.


조세호의 약점이라면 매끄러운 진행이 부족하다는 것이다. (이것을 웃음으로 승화하려는 것인지 계속 능숙하지 못한 모습을 보인다) 오랜 방송 경력에도 여전히 긴장되고 이 때문에 말이 잘 나오지 않는다고 본인도 인정하며 이야기한다. 개인기나 에피소드로 웃음을 줄 수 있지만 부족한 경험, 어휘 등의 문제로 봤을 때는 아직 보조 MC나 패널이 어울려 보이기도 한다. 혼자 진행하거나 주 MC로 방송을 맡기 위해서 노력이 필요한 부분이다. 하지만 자 생각을 주저하지 않고 이야기하는 점, 인위적으로 느껴지고 약점이 될 수도 있지만 누군가를 따라 하는 것이 아니라 자신만의 멘트가 있다는 점, 다양한 경험을 토크 중간에 녹여 자신뿐만 아니라 다른 사람의 말을 풍성하게 할 수 있다는 점은 더 나은 진행자로서 발전할 수 있다는 기대를 준다.


다만 아쉬운 점은 유재석과 많은 방송을 통해 직간접적인 영향을 받아 유재석의 방송 스타일에 물들어 가는 것이다. 선하고 자신을 낮추는 유재석의 방송 진행이 잘못되었다는 것이 아니라 이전부터 보였던 조세호만의 매력을 더욱 부각해도 좋을 텐데 이보다 유재석을 모방하는 것 같아 오히려 아쉽다. 자신을 살리지 못한 채 이도 저도 아닌 진행자가 되는 것을 아닐지 걱정되기도 한다.


하지만 방송에서 보이는 조세호는 사과와 자기반성이 빠르다. 본인의 방송 진행, 개그 스타일의 일부분일 수도 있지만 모르는 부분, 본인이 실수라고 생각하는 부분에 고개를 숙이고 배우려고 한다. 이점은 조연으로서 역할, 당해주고 메워주는 역할뿐만 아니라 MC로써도 활용할 수 있는 부분이다. 굳이 출연하지 않더라도 방송을 통해서 많은 사람의 입에 오르내리는 것을 보면 많은 이의 관심과 사랑도 받는 것으로 보인다. 점점 차세대 MC가 부족하다고 말이 나오는 지금 받는 주목은 조세호에게 한 단계 더 나아갈 기회다. 이를 발판 삼아 조세호가 이제는 받치는 역할만 하는 것이 아닌 누군가를 이끌어 줄 수 있는 사람이 되어 더 큰 웃음을 줄 수 있기를 기원한다.

keyword
매거진의 이전글 달콤함 속에 긴장이 있었다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