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와칸다 포에버 Nov 13. 2023

내가 좋아하는 NBA 꼰대 이야기

나는 타고난 재능이 뛰어난 것도 좋지만 열악한 상황을 이겨내는 것을 좋아한다. 그래서 ‘언더독’이라는 말에 정이 가는 것 같다. 언더독은 스포츠에서 우승이나 이길 확률이 적은 팀이나 선수를 말한다. 언더독이 전망과 다른 결과를 이끌어내면 인간 승리가 되기도 한다. 결이 다를 수도 있지만 어떻게 보면 누구나 알만한 언더독의 성공 이야기는 <신데렐라>인 것 같다. 신데렐라 이야기는 어릴 적 한 번쯤은 책으로 이야기를 접했을 것이다. 어려서 부모님을 잃고 계모와 언니들에게 구박을 받고 사바사바~ 어릴 때 노래를 흥얼거리기도 했다. 역경을 이겨내고 왕자와 결혼해 신분 상승으로 성공하는 이야기는 내게 짜릿함과 통쾌함을 주었다.


전 세계의 농구 잘한다는 사람이 다 모인다는 NBA에도 언더독, 신데렐라로 불리는 선수가 있다. 마이애미 히트의 ‘지미 버틀러’다. 지미 버틀러는 내가 좋아하는 NBA 선수 중 한 명이다. 어렸을 때 친모에게 버림받고 이곳저곳을 전전하는 생활, 그러다 한 친구의 가정에 입양되어 대학 진학과 NBA까지 진출, 이후 꾸준한 노력으로 출전 시간을 늘려가며 거액의 장기 계약, 결승전 진출 등을 이루며 정상급 선수에 오르기까지. 누구나 영화 같은 인생을 산다고 하지만 그는 그 누구보다 더 영화 같은 삶을 살았기 때문이다.


지미 버틀러는 우리나라에서 ‘꼰틀러’라는 별명으로 불리기도 한다. 꼰대 같은 생각을 한다는 것이다. 꼰대라고 하면 옛날 사람, 꽉 막힌 사고관을 가지고 있는 사람의 이미지가 떠오른다. 미국 현지에서도 지미 버틀러를 ‘올드 스쿨’이라고 해 신세대 선수와 달리 옛날 NBA 선수 같다고 자주 이야기한다. 어린 선수들과 융화되지 못하는 모습을 보이기도 했지만 나는 지미 버틀러의 그 마음가짐과 태도가 오늘날의 지미 버틀러를 만들었다고 생각한다.


지미 버틀러는 처음부터 낮은 순위로 NBA에 뽑힌 선수였다. NBA의 신인 선수는 드래프트라는 제도로 팀에 가게 된다. 30개 팀이 두 번씩 선수를 뽑으니, 선수에게는 총 60번의 ‘취업’ 기회가 주어지는 것이다. 뽑히지 못한 선수는 G리그라는 NBA 산하 팀 리그에 가거나 해외리그로 가거나 아예 다른 일을 하는 등 다른 길을 모색해야 한다. 지미 버틀러는 2011년 1라운드 30순위로 시카고 불스의 지명을 받았다. 그해 30번째로 뽑혔으니 대단한 것이 아니냐고 생각할 수도 있다. 하지만 드래프트는 선수의 잠재성에 대한 기대를 나타내는 지표이기도 하다. 대형 선수가 될 자질이 보이는 선수를 팀마다 먼저 선택하려 하는 것은 당연하다. 그런 자리에서 30번째는 대형 선수가 될 거라고 기대하기에는 조금 애매한 순위다. 물론 드래프트에서 뽑히지 못했지만 나중에 NBA 계약을 맺는 선수도 있고 아주 좋은 성적을 거두는 선수도 있다. 반대로 높은 순위로 뽑혔지만, 소리 소문도 없이 사라지는 선수도 있다. 지미 버틀러는 전자와 비슷한 행보를 걸었다.


그 이유는 꾸준함과 그를 뒷받침하는 노력 때문이다. 후보 선수로 시작해 조금씩 출전 시간을 늘려가던 지미 버틀러는 플레이오프에서 마이클 조던 이후 NBA의 아이콘이 된 르브론 제임스의 전담 수비를 맡게 된다. 신인 선수에게는 부담일 수 있으나 뛰어난 수비 능력으로 르브론 제임스를 잘 막아내며 르브론 제임스를 가장 잘 막는 선수 중 하나로 떠오른다. 이후에는 공격 능력도 좋아져 시즌 중 가장 기량이 발전한 선수에게 주어지는 MIP(Most Improved Player)를 수상하기도 한다. 이 과정에 얼마나 피나는 훈련이 있었겠는가. 당시 나는 ‘NBA 2K’라는 게임을 즐기고 있었는데 처음 게임이 나왔을 때만 해도 능력치가 그저 그랬던 지미 버틀러가 패치 후 능력치가 급상승해 게임 속 시카고 불스의 에이스급이 되는 모습을 볼 수 있었다. 보통 신인 선수들은 생김새도 대충 만들 때가 많은데 패치 전과 달리 패치 후 지미 버틀러의 모습이 더 실물에 가까워지는 것을 보며 역시 사람은 대접받기 위해 노력해야 한다는 나름의 깨달음을 얻었다.


지미 버틀러는 생존과 성공을 위해 항상 최선을 다해야 했다. 물론 융통성 없음이 자신에게만 그랬다면 팀 내 불협화음이 적었겠지만 이를 잘 따르는 팀(마이애미 히트)을 만나 두 번이나 결승전에 오르는 경사를 경험했으니, 그가 잘못됐다고만 말할 수는 없는 일인 것 같다. 이런 기질도 비슷한 내가 그를 더 응원하게 되고 잘되기를 바라는 것을 넘어 그처럼 나 또한 잘되기를 바라게 되는 것은 어쩌면 당연한 일이다.


불우한 성장환경을 거쳤고 큰 주목을 받지 못한 채 프로 생활을 시작했지만, 지미 버틀러는 노력과 열정으로 실력을 쌓으며 차근차근 단계를 밟고 올라 NBA의 최고 선수 중 한 명이 될 수 있었다. 대형 계약을 비롯한 수많은 영광의 순간을 경험했다. 하지만 웬만한 이룰 것을 다 이룬 지미 버틀러가 지금 가장 간절한 것은 우승일 것이다. 팀 전력상 다음 시즌 우승을 노리는 수많은 팀과 경쟁에서 이겨 결승에 다시 올라갈 거라는 보장은 없다. 또 선수로서 나이가 적은 것이 아니기에 지금의 기량을 유지할 거라는 기대와 선수 생활을 이어갈 시간이 적어 지미 버틀러의 마음을 여느 때보다 급할지도 모른다. 하지만 신데렐라의 이야기는 해피 엔딩으로 끝이 난다. 신데렐라가 왕자와 결혼하며 인간 성공 신화의 이야기에 방점을 찍었듯 지미 버틀러도 우승 트로피를 높이 드는 모습을 볼 수 있기를 기대한다. 

매거진의 이전글 나의 짧은 코로나 투병기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