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즘 유독 토크쇼가 재미없다. 그냥 예의상, 의무적, 규칙적으로 보는 기분이다. 미디어에 자주 노출하는 인물뿐 아니라 가끔 볼 수 있어 방송에서도 대대적으로 홍보하는 신비감 있는 인물까지. 누가 나와도 크게 기대되지 않고 끌리지 않는다. 종종 예상하지 못한 사람과 이야기에 웃음꽃이 필 때도 있지만 그 확률은 매우 낮다. MBC <라디오 스타>, tvN <유 퀴즈 온 더 블럭> 등 토크쇼가 왜 이리 재미없어진 걸까.
첫째로 토크쇼가 아니더라도 인물에 대해 정보를 얻을 수 있는 창구가 너무 많아졌기 때문이다. 기술의 발달은 TV 프로그램뿐만 아니라 이 세상 모든 것에 긍정적이든 부정적이든 영향을 줬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적어도 토크쇼에는 부정적인 영향을 주지 않았나 생각한다. 기술의 발달로 다양한 미디어가 등장했고 그 미디어를 접하기도 쉬워졌다. 굳이 TV가 아니라도 누군가에 대해 궁금한 정보를 쉽고 빠르게 얻을 수 있다. 인터넷으로 검색만 해도 다양한 정보가 나온다. 또 잡지사, 언론사 등의 인터뷰도 인터넷이나 영상이나 기사 원문으로 찾아볼 수 있다. 이제 시청자들은 웬만한 일을 궁금해하지 않는다. 새로운 이야기를 캐어 내려는 역할이 아닌 이미 아는 내용을 되묻는 역할이 되어버린 TV 토크쇼가 지루해질 수밖에 없다.
이렇게 예측이 가능한 질문을 남발하는 토크쇼는 재미없어질 수밖에 없는 또 하나의 장애물을 만난다. 바로 불편함이다. 이 불편함은 시청자의 불편함, 출연자의 불편함. 두 가지가 있다. 질문에 불편함을 느끼는 시청자가 많다. 자신이 선호하는 출연자가 민감해할 질문을 받거나 혹은 자신이 여기기에 도가 지나친 이야깃거리가 나온다면 참지 않고 항의한다. 방송국은 이 빈도가 늘면 편집으로, 또는 애초에 진행부터 순화할 수밖에 없다. 이를 역으로 이용해 ‘매운맛’이라며 발칙한 질문을 자신들의 대단한 특징인 것처럼 표현하는 방송도 있다. 예전이라면 아무것도 아니었을 질문인데 말이다.
둘째로 출연자가 질문에 민감하다. 한 콘텐츠에서 코미디언 김구라는 “요즘 토크쇼에서 출연하는 특정 연예인들은 자신이 꺼리는 질문을 사전 차단하고 마음에 들지 않는 부분은 편집해달라고 요청한다. 유명한 출연자들은 새로 나온 영화, 노래 등 홍보를 위해 출연하지, 자신을 솔직히 이야기하고자 나오지 않는다”고 말했다. 이미지로 먹고산다는 연예인이기에 자신의 이미지를 보호하기 위해 사전에 검열하는 작업도 필요하겠지만 팬, 시청자에게 너무 자신을 숨기는 것은 아닌지 생각하게 된다.
이러한 이유로 이야기할 거리가 한정되어 버린다. 요즘 방송에서는 캐릭터를 설정하듯 질문도 카테고리를 설정해서 질문하는 것 같다. 강주은, 손미나, 파비앙, 하니가 게스트로 출연한 <라디오 스타>의 한 회차 방송을 예로 들자면 강주은=최민수, 손미나=스페인, 파비앙=축구, 하니=아이돌 시절이 정해진 질문의 카테고리다. 물론 질문이 꼬리에 꼬리를 물기는 한다. 하지만 철저히 카테고리 안에서 질문이 파생된다. 파비앙은 이강인, 한국 축구에 대해서 질문이 파생되고 손미나는 스페인 국왕과 산티아고 순례길에 대해 이야기한다. 하지만 위에 언급한 대로 이들이 최근에 했다기보다는 예전부터 활동했거나 언급했던 것이고 미디어에 여러 차례 노출된 것이다. 그래서 기시감이 든다. 예전에 보고 들은 것을 다시 보는 느낌이 들어 재미가 떨어진다.
그래서 요즘 <유 퀴즈 온 더 블럭>의 행보가 아쉽다. 초창기 여기저기 걸어 다니며 누군가의 숨어 있는 이야기를 찾는 게 아니라 유명인과 화제의 인물을 찾아 그 인물이 한 이야기를 물어본다. 유명인의 평전을 읽는 듯한 이야기들, 누군가의 예측할 수 없는 이야기가 아닌 화젯거리에 대해 다시 정확하게 이야기해달라는 식이다. 그러니 출연자의 폭도 좁아진다. 유명인이나 잠깐의 화제 인물밖에 출연할 수 없다. 이런 방식의 약점은 금방 소재가 고갈된다는 것이다. 방송 자체가 사람 섭외에 애쓰는 것이 눈에 보인다. 방송 처음과 마지막에 여운을 남겼던 주제도 억지로 끼워서 맞추는 느낌이다.
미디어의 홍수에서 예전에 했던 같은 이야기는 찾기 쉽다. 그래서 조금이라도 다른 이야기는 눈에 띄기 마련이다. 그렇기 때문에 지금의 토크쇼는 조금 더 발칙함이 있어야 한다. 하지만 그럴 수 없는 시대가 되어버렸다. 작은 돌발성도 엄청난 무례함이 되어버렸고 많은 이가 불편해한다. 그래서 토크의 재미가 더 떨어지고 있다. 대놓고 발칙할 수 없다면 새로운 시도를 해보면 어떨까 생각이 든다. 코너 속의 코너를 만들거나 조금의 시간을 할애해 대본에 없는 질문, MC들이나 시청자가 진짜 궁금한 것을 물어보는 시간을 가져보면 어떨까. 남들이 여태 안 물어본 것을 물어보는, 참신한 질문을 찾는 대결을 하는 방식으로 말이다. 그러다 보면 시청자 입장에서도 궁금한 질문이 나오지 않을까.
돌이켜보면 2000년대 초반 예능이 지금 예능보다 시대를 훌쩍 뛰어넘는 시도를 많이 했던 것이 아닐까. 과거의 향수에 젖고, 아는 게 많아도 재미가 없어질 수 있다는 것을 새삼스럽게 느끼는 요즘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