학교는 공부만 하는 곳인가
학교 다닐 때 가장 인상 깊었던 선생님은 고등학교 영어 선생님이다. 건장한 체격에 카리스마 넘치는 얼굴과 다르게 종이접기와 삼행시 짓는 것을 즐겨 수업 시간에 학생들에게 수업 진행 중 이를 권했던 선생님이었다. 그 밖에 여러 기행도 많아 수험 스트레스를 받는 학생의 입장에서는 선생님의 행동을 이해할 수 없었다. 하지만 기분 전환이 되었던 것도 사실이다. 급한 상황에서 부렸던 여유, 책만 바라보던 눈에 다양한 것을 볼 기회를 주었던 것 등 선생님 덕분에 대한민국에서 인생을 살며 학창 시절이 중요한 순간이기도 하지만 그것이 인생의 전부는 아니라는 것을 그때 그 시절, 지금에 이 시점에도 생각하게 했다.
너는 이미 지난 일이니까 하는 말이지 않으냐고 묻는다면 그것도 맞는 말이기에 크게 반박할 수는 없을 것 같다. 하지만 학교는 공부만 죽어라 해야 하는 곳은 아니라고, 그렇다면 학교는 어떤 역할을 해야 하는지에 대해서는 조금 의견을 내세울 수는 있을 것 같다. <죽은 시인의 사회>라는 영화와 함께 말이다.
웰튼 아카데미는 미국의 입시 명문고다. 이곳의 학생들은 아이비리그로 가기 위해 공부에 매진한다. 새로 부임한 영어 교사 존 키팅(로빈 윌리엄스)은 자신을 선생님이 아닌 ‘캡틴’이라고 부르라며 학생들에게 독특한 수업 방식으로 충격을 준다. 학생들은 키팅 선생님을 따르며 인생에서 중요한 것이 무엇인지 생각하게 된다.
공부하라고 말하는 것은 전 세계 모든 학교가 같을 것이다. 학생이 공부해야 하는 것은 맞다. 하지만 공부가 전부라고 말하는 것이 맞는지는 모르겠다. 물론 학벌이라는 것이 인생을 조금 더 유리하게 만들 수 있는 장치이기는 하다. 우리나라만 해도 학력이 취업에 유리한 스펙이 되기도 하기 때문이다. 또 공부한 것을 온전히 인생에서 사용하는 것은 아니지만 기초 지식을 쌓는 것이 도움 되는 것은 맞다. 하지만 내가 생각하는 학교는 공부만 하는 곳이 아니다. 관계를 쌓는 곳이다. 학업을 이룰 수 있는 곳은 학교가 아니라도 너무나 많다. 하지만 또래를 모아 오랜 시간 함께 생활할 수 있는 곳은 학교가 아니면 역할 수행을 하기 어렵다. 여러 사람과 어울리며 사회성을 기르고 상호작용 중에 자기 적성, 목표 등을 찾는 곳이 바로 학교라고 생각한다.
선생님의 입장에서 공부를 열심히 하라고 말하는 것은 제자를 위해 당연하다. 하지만 인생을 먼저 살아온 사람으로서 왜 공부해야 하는지 설명하지 않고 공부하기만을 강요하는 것은 옳은 것인지 모르겠다. 학업 외에도 앞으로 인생을 더 살아야 할 아이들에게 인생의 경험에 대해 쌓을 수 있도록 도와주는 것도 선생님의 역할이지 않을까. 또 아이들이 어떤 선생님을 만나든지 우선 선생님을 따를 수 있게 지지하고 가정에서 아이들을 훈육해야 하는 것이 부모의 역할 아닐까.
영화 속 키팅, 내 고등학교 영어 선생님 같은 사람이 지금도 같은 교육 방식을 유지한다면 어떻게 될까? 내가 한창 학교 다녔던 때와 다르게 많은 것이 변한 요즘, 이 선생님들은 학교와 학생, 학부모의 지지를 받을 수 있을까. 쓸데없는 짓을 한다며 더 난리가 날지도 모르겠다. 그래도 기억에 남는 것, 여전히 내 인생에 나름의 긍정적인 영향을 주고 있다는 점에서 이들이 옳지 못한 선생님이라고는 말하지 못할 것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