에이스보다 더 뛰어난 활약하는 선수의 등장
정규 리그를 마치고 최종 우승을 가리기 위해 하는 경기를 ‘플레이오프’라고 한다. 정규 리그는 대진 운에 따른 변수가 없어 규칙적으로 공정한 경기를 할 수 있지만 여러 가지 변수에 따른 이변이 없어 긴장감이 떨어진다. 하지만 플레이오프는 예상하지 못한 일이 일어나기도 해 그런 긴장에서 오는 재미가 있다. 예를 들자면 갑자기 에이스로 여겨지는 선수보다 더 활약하는 선수가 나오는 것이다. ‘미쳤다’라는 말이 절로 나올 정도로 예상하지 못한 선수가 맹활약하며 예상외의 결과를 만들면 플레이오프의 최종 결말도 예측할 수 없게 된다.
류승완 감독의 신작 <밀수>는 플레이오프 경기를 보는 것 같은 영화였다. 김혜수, 염정아를 비롯한 유명한 배우가 많이 등장해 배우 찾아보는 재미가 있었다. 이른바 ‘발 연기’를 우려하게 하는 배우가 없었기 때문에 영화 진행에 더 집중할 수 있는 영화였다.
군천이라는 어촌에서 해녀 생활을 하는 진숙(염정아)은 과거 동료였던 춘자(김혜수)에게 큰돈을 벌 제안을 받는다. 위험한 일이지만 더 나은 생계를 위해 진숙은 동료 해녀들과 함께 밀수 일에 뛰어든다.
<밀수>를 한 팀이라고 생각했을 때 팀 내 에이스는 김혜수, 염정아다. 하지만 가장 눈에 띄는 활약을 펼치는 것은 박정민이다. 영화 <파수꾼>이나 <동주>에서 보여준 연기와 다른 느낌이지만 다른 주연 배우보다 나오는 장면마다 가장 인상에 남는 것은 박정민이다. 어리숙함과 능글맞음을 오가며 자신의 주요한 역할을 해낸다. 나머지 배우들도 그 지원 아래 자기 몫을 해내며 영화에 집중하게 한다.
인물만 다를 뿐 김혜수는 이전 영화에서 많이 맡았던 도발적인 팜 파탈의 성격을 가진 역할이었다. 색다른 역할을 맡았으면 좋았을 것 같지만 또 그런 역할을 잘 해낼 배우가 없는 것 같아 아쉬운 부분이었다. 이 밖에 배우들이 영화에서 어떤 역할을 할지 예상되었다는 것 또 그 배우들의 대다수가 과거 작품과 비슷한 유형의 역할을 맡는 것 같아 봤던 것을 또 보는 기분이 들었다는 것은 아쉬운 점이었다. (그들이 연기를 못했다는 것은 아니다)
이 영화의 큰 고민 중 하나는 유명 배우들의 비중 분할이었을 것 같은데 이에 따른 인물의 서사나 전체적인 영화의 진행이 징검다리 건너뛰는 것처럼 느껴질 때도 있지만 배우들이 이를 최대한 상쇄했다. 색감이나 구도, 진행 방식도 옛날 할리우드 영화를 보는 것 같았지만 70년대 노래를 위주로 한 배경 음악이 “맞아, 이건 옛날이야기야”라고 오히려 먼저 시원하게 인정하는 것 같아 거부감은 적었다.
이외에도 옥분 역을 맡은 고민시나 조인성의 오른팔 역을 맡은 정도원 등이 눈에 띄는 모습을 보여준 것도 생각하지 못했던 재미난 부분 중 하나였다. <밀수>는 영화판 플레이오프에서 최종 우승까지 도달할 수 있을지는 모르겠지만 갑자기 튀어나온 미친 선수들의 활약으로 보는 재미가 있었던 영화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