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동요 - 철도 인생
로컬관제원으로서 2년 조금 넘는 시간의 근무를 마치고 2023년 7월부터 전철차장 직무를 맡게 됐다. 왜 직무를 바꿨는지에 대해 이야기하자면 이유는 많다. 첫째로 로컬관제원 일이 지겨웠기 때문이다. 같은 일을 늘 하는 것을 선호하는 사람도 있지만 나는 그렇지 않은 사람인 것 같다. 똑같은 일을 습관적으로 되풀이하는 것에 지루함과 지겨움을 느꼈고 이어서 무기력해지는 것을 느꼈다. 안정적으로 익숙한 일을 하고 싶은 마음도 있었지만 새로운 일을 하고 싶다는 생각이 일할 때마다 들었다.
두 번째로 로컬관제원 일에 회의감이 들었기 때문이다. 중대재해 처벌 등에 관한 법률(중대재해처벌법)이 생기면서 열차 사고를 로컬관제원의 책임으로 묻는다는 소식이 계속 들렸다. 중대재해를 예방하고 시민과 종사자의 생명과 신체를 보호하는 것을 목적으로 한다는 것은 이해한다. 하지만 사고가 났을 때 회사가 사고의 원인을 자세히 조사하고 판단하는 것 없이 로컬관제원 책임으로 몰고 가는 것은 부당하게 느껴졌다. 사고의 원인이 나라면 그 책임을 질 수는 있지만 내 실수가 아닌 일까지 내가 책임을 져야 한다면 그것은 회사의 꼬리 자르기에 말려드는 것이 아닌가. 글자만 다를 뿐 사고가 나면 네 책임이라는 식의 주기적인 공문은 엄청난 스트레스였다. 이 덕분에 인기 없던 로컬관제원은 회사 직원들이 더욱 피하는 직무가 되었다.
마지막으로 소속 역에서 나가고 싶었기 때문이다. 이전부터 다른 일을 하고 싶어 여기저기 지원했지만, 발령이 기정사실화 되었음에도 막았다. 이유를 알려주지도 않았다. 로컬관제원을 할 수 있는 자원의 부족했기 때문이 아닐까 추측되지만 그건 내 생각이다. 직원의 앞길을 막고 자기 필요 때문에 일을 시키는 것 같아 불쾌했고 이런 식이라면 내가 이 회사를 떠나는 그날까지 같은 일을 할 것만 같다는 생각도 들었다.
이러한 이유로 떠날 생각이 가득했는데 급하게 전철차장 직무를 지원받는다는 소식을 들어 지원했다. 하지만 될 거라는 생각은 하지 않았다. 전철차장이 이전부터 직원들이 말하는 ‘꿀 보직’이었기 때문에 나보다 더 경력 많은 직원이 이미 하고 싶어 줄 선 상태라 나보다 조금 일찍 들어온 사람들도 무수히 떨어지는 것을 봤기 때문에 나는 당연히 떨어질 줄 알았다. 하지만 갑작스럽게 발령이 났다는 소식을 들었고 예상하지 못한 결과에 나도 역 직원들과 급하게 인사하고 짐을 꾸렸다.
회사 직무기술서 상의 전철차장은 ‘전동열차의 안전과 원활한 고객 서비스 제공을 위해 차량에 승무하며 출입문 취급, 이례사항 대응 등의 제반 업무를 수행’하는 사람이다. 이해하기 쉽게 말하면 전철차장은 전철의 출입문을 여닫는 일을 한다. 전철을 많이 타 본 사람이라면 알겠지만, 기관사가 열차의 맨 앞에서 운전하는 것을 봤을 것이다. 반대로 전철차장은 맨 뒤에서 일한다. 승객이 내리고 타는 것을 확인하며 문을 여닫고 기관사에게 출발해도 된다고 신호를 주는 역할을 한다. 전철이 한 역의 승강장에 도착했을 때 문이 자동으로 열리는 것이 아니다. 정확한 위치에 도착한 것을 확인하고 문을 여닫고, 냉난방기의 작동 등 열차 내 여러 기능을 조작하거나 각종 안내 방송을 맡고 열차에 문제가 발생하면 출동하는 것이 차장의 역할이다.
운전은 안전을 위해 집중해야 하기 때문에 이를 하는 기관사는 힘들고 단지 문을 여닫는 전철차장은 너무 편하게 일하는 것이 아니냐고 물을 수 있겠지만 직접 해보면 신경 쓸 게 한두 개가 아니다. 승강장이 직선이라면 승객의 승하차를 쉽게 파악할 수 있지만 곡선이라면 CCTV에 의존해야 한다. 궂은 날씨나 CCTV가 고장 난 경우 이를 확인하기가 쉽지 않다. 더욱이 수많은 사람의 행동은 예측할 수 없는데 문을 닫는 순간 달려드는 사람이 꽤 많아 문을 취급하는 타이밍을 맞추기가 쉽지 않다. 문에 부딪히거나 끼는 일이 있으면 민원이 일어나기도 하고 이 책임을 차장이 져야 해서 고도의 집중이 필요하다.
사소한 고민도 많아진다. 여름에 열차 내 온도가 높아 보여 에어컨을 켜면 춥다고 민원이 들어오고 그래서 약하게 켜면 또 덥다고 민원이 들어온다. 겨울도 마찬가지다. 덥다, 춥다는 민원의 반복에, 어떤 말에 맞춰야 할지 고민하며 욕을 먹는다. 일반 승객의 입장에서는 고객의 의견도 못 맞춘다고 혀를 찰 때도 있었지만 그것이 쉬운 일이 아님을 일하면서 깨달았다.
종착역에서 일도 꽤 피곤한 일이다. 유실물을 확인해야 하고 야심한 밤에 일할 때는 취객도 많아 이를 정리하는 게 꽤 골치 아프다. 깨웠을 때 얌전히 일어나는 사람이 있다면 참 고맙다. 성질을 내거나 일어나지 않는 사람 등 돌발적인 행동을 하는 사람이 열차에 남아 있다면 고달프다.
기관사가 차장의 일을 다할 수 있지 않느냐고 궁금해하는 사람이 있을 수 있다. 열차 길이가 짧은 열차는 기관사가 1인 승무를 하며 차장 일까지 맡기도 한다. 하지만 열차 이용객이 많거나 열차 길이가 8량 이상이면 안전을 위해 차장이 필요하다. (열차 1량은 간단히 말해 열차 한 칸을 말한다. 열차 1량은 승강장에서 탈 수 있는 출입문이 네 개, 반대편 문까지 합하면 총 8개다. 예를 들어 승강장에서 도착하는 열차에 출입문이 1-1부터 10-4까지 있다면 열차는 총 10량인 셈이다)
지금 나는 1호선 열차의 차장을 하고 있다. 인천부터 소요산, 신창까지 1호선 전체를 누빈다. 한 번 탄 열차를 계속 타고 다니는 것이 아니라 ‘DIA’라는 일하는 날 정해진 일정표에 따라 열차를 바꾼다. 중간마다 쉬는 시간이 있어 장시간 일하는 경우는 드물다. 육체적인 피로나 생리현상의 위험(?)이 있을 때쯤 이를 해결할 수 있어 그로 인한 애로사항은 적다(물론 운행 중 예상하지 못한 생리현상의 발생은 아직 겪어보지 못했지만, 자체 해결해야 할 것 같다는 걱정과 불편함이 있다)
솔직히 말하면 일하기 전만 하더라도 조금 얕봤던 일이다. 하지만 일을 겪어보면 전철차장도 쉬운 일이 아닌 것을 깨닫게 된다. 우선 부지런해야 한다. 출퇴근 시각이 제각각이다. 역무원이나 로컬관제원이나 정해진 시간에 출근하고 퇴근하지만, 전철차장은 주어진 일정표에 따라 열차 타에 타는 시각도 제각각이다. 교대하기 위해 미리 승강장에 나가야 하므로 시간 약속을 더욱 잘 지켜야 한다.
또 전철차장은 떠돌이 모험가 같은 일이다. 역 이곳저곳을 돌아다니는 게 처음에는 신기했다. 못 봤던 풍경을 보는 것도 소소한 재미였다. 하지만 나는 실제로 여행하는 것이 아니라 일하는 직원이다. 오랜 시간 움직이며 다니는 것이 점점 피곤한 일이다. 밤에 근무하는 날은 대개 열차가 운행을 마치는 역의 숙소에서 잠을 자야 한다. 자는 곳의 환경도 천차만별이라 잠자리에 민감한 사람은 쉽지 않다.
혼자 있어서 외로운 때도 있다. 전철차장은 참 고독하다. 역에서 일할 때는 이례 사항이 일어나면 직원이 힘을 합쳐 해결할 때가 많았다. 하지만 전철차장은 타고 있는 열차에서 일이 일어나면 혼자 해결해야 한다. 무슨 일이 일어날지 모르지만, 큰일이 일어났을 때 이를 감당할 수 있을지는 여전히 의문이고 고민이다. 당연히 일하는 시간에 일에 집중해야 한다. 하지만 역무원이 옆 사람과 이야기 나눌 수 있는 기회가 많은 반면에 전철차장은 주변에 아무도 없다. 문을 닫은 채 작은 공간에서 혼자 일하는 것을 선호하는 사람도 있겠지만 나는 조금 갑갑했다. (기관사가 반대편에 있어 심리적으로 의지하는 것은 있는 것 같다. 기관사는 어떻게 생각할지 잘 모르겠지만 말이다)
여러 가지 일을 해보고 싶어 전철차장 일에 뛰어든 만큼 언제까지 이 일을 할지는 모르겠지만 최선을 다할 셈이다. 내가 탄 차의 고객이 불편함을 느끼지 않고 목적지까지 이동하도록 돕는 것. 이를 최우선으로 생각해야겠다. 제발 일할 때마다 아무 일 없이 안전 운행할 수 있기를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