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갑긴 하지만 빨리 헤어지고 싶은 마음
길가나 여행지에서 우연히 낯익은 사람을 만나면 어떤 생각이 들까? 친구나 가족 등 지인이라면 반갑고 놀라운 마음에 달려가 인사할지도 모른다. 해외 같은 낯선 곳에서 만난다면 더욱 그럴 것이다. 아는 사람만 그럴까. 모르는 사람이더라도 알고 보니 동향인이라면 반가울 것이다. 국적은 달라도 동양인을 본다면 괜한 안정감과 동질감을 느낄지도 모른다.
넷플릭스에서 우연히 본 영화 <리프트: 비행기를 털어라>는 그런 영화였다. 제목은 개인적으로 그다지 끌리지 않는 영화였지만 영화를 봤을 때 낯익은 이가 많아 괜히 반가운 마음이 들었다. 우리나라에서 활동한 가수였던 NS윤지(김윤지), 스파이더맨의 친구 ‘네드’로 나왔던 제이콥 배덜런, <종이의 집>에서 ‘도쿄’로 열연한 우르술라 코르베로, <레옹>으로 유명한 장 르노, 여기에 여러 영화에서 봤기에 익숙한 케빈 하트까지. 영화 곳곳에 주연부터 조연, 단역으로 아는 얼굴이 많았다. 감독도 내가 봤던 <이탈리안 잡>, <모범 시민>, <분노의 질주: 더 익스트림>을 감독한 F. 게리 그레이였다.
도둑 집단의 대장 사이러스(케빈 하트)는 고흐의 그림을 훔친 것에 대한 사면을 조건으로 내세우는 전 여자 친구 애비(구구 음바타로)의 요청에 따라 테러리스트 요르겐센(장 르노)이 빼돌린 5억 달러어치 금괴가 있는 상공 12,000미터 비행기 금고를 털기로 한다.
영화 속 경찰은 자신이 무능하다는 것을 증명하려는 것인지, 발상의 전환으로 전략을 짠 것인지 도둑 집단으로 테러 집단을 제어하려는 이이제이(以夷制夷) 전략을 활용한다. 이것이 다른 영화와 구별되는 이 영화만의 창의적인 이야기 진행일 수도 있지만 그 준비 과정이 너무 길어 영화는 지루하게 느껴진다.
영화는 처음부터 중반까지는 16부작 드라마의 3, 4화를 보다 중간 내용을 생략하고 후반부에 갑자기 14~16화로 이어져 끝난 느낌이 들게 만드는 이야기 진행을 보여준다. 범죄 액션 영화라면 서로 치고받는 긴장감이 필요한데 이 영화는 전혀 그런 게 없다. 마지막에도 통쾌함을 주려고 하는 것 같지만 전혀 시원한 느낌이 들지 않는다. 내가 고가의 장비, 이동 수단 등을 다 때려 부수는 <분노의 질주>를 비롯한 각종 블록버스터 액션 영화에 익숙해져 버린 건지, 이 영화가 잘못 만든 영화라서 그런 건지 영화를 보는 내내 혼란이 찾아왔다. 영화 끝에 보는 이에게 유쾌, 상쾌, 통쾌를 전하기 위해 보여준 반전도 그 맛이 왠지 모르게 담백한 것 같아 그저 그렇다는 느낌이 들었다.
낯선 곳에서 만나는 낯익은 이는 친근함의 정도를 떠나 반갑다. 하지만 목적지나 목표가 같지 않다면 금방 헤어지는 게 편하다. 오래 이어지는 동행은 불편하고 어색하게 느껴질 뿐이다. 이 영화가 그랬다. 아는 얼굴이 많아 처음에는 반가웠지만 빨리 헤어지고 싶은 마음이 굴뚝같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