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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와칸다 포에버 Apr 01. 2024

재난 찾아 국토대장정

여전히 세상은 따뜻합니다

일본 애니메이션 하면 미야자키 하야오가 속한 ‘지브리’ 애니메이션이 가장 먼저 떠오른다. 하지만 지금은 신카이 마코토를 떠올리는 사람도 늘어났을 것이다. 신카이 마코토를 접한 과정은 사람마다 다를 텐데 나는 게임으로 신카이 마코토를 만난 것이 최초였다. 신카이 마코토는 애니메이션 감독으로 우뚝 서기 전 일본 게임 회사 팔콤에서 일을 했는데 팔콤의 대표작이라고 할 수 있는 이스 시리즈의 <이스2 이터널> 오프닝 영상을 만들었다. 


https://youtu.be/V1LTovbZUVs


어떤 게임이든 영상 감상은 뒷전이고 게임하기에 바빴는데 이 게임은 오프닝을 건너뛰기는 영상이 너무나 눈길을 끌었다. 화려하다는 말을 되뇔 정도로 인상 깊은 영상이었는데 게임이 제작된 지 20여 년이 지났음에도 여전히 팔콤 최고의 오프닝 영상 중 하나로 회자된다고 하니 연출이 좋다고 생각했던 것은 나 혼자만의 생각은 아니었나 보다.


이 영상에서 눈에 띄는 것은 빛의 활용인데 신카이 마코토는 실제 현실의 모습을 담은 사진집을 보는 것처럼 빛과 색이 눈에 띄는 때가 많았다. (반대로 지브리 애니메이션은 부드러운 색의 동화책을 읽는 기분이었다)


이야기라 하는 것은 진행상 기승전결이 있기 때문에 극적인 효과와 표현을 위해 사건과 갈등이 포함되어야 하는 것은 당연하다. 반전이나 예상하지 못한 흐름으로 흥미를 끄는 영화가 있는 반면 신카이 마코토의 영화를 보면 왠지 뒤의 내용을 보지 않아도 어떻게 흘러갈 것인지 예상이 된다. 그래서 지루함을 느낄 때도 있지만 앞서 말한 빛을 활용한 영상미가 눈을 떼지 못하게 한다. 한창 인기몰이를 할 때 보지 못하고 뒤늦게 OTT에 나오고 나서 본 그의 최근작인 <스즈메의 문단속>도 그랬다. 



규슈의 한적한 마을에 살고 있는 소녀 ‘스즈메’는 문을 찾아 여행 중인 청년 ‘소타’를 만난다. 그의 뒤를 쫓아 산속 폐허에서 발견한 낡은 문을 스즈메가 열자, 마을에 재난의 위기가 닥쳐온다. 이후 문과 함께 발견한 수수께끼의 고양이 ‘다이진’이 소타를 의자로 바꿔 버리고 그런 소타와 함께 스즈메는 일본 각지의 폐허의 재난을 막기 위한 여행을 떠난다.



영화를 보며 떠올랐던 것은 KBS <6시 내 고향>의 코너 중 하나인 <오만보기>였다. 이 코너는 전국 각 지역으로 여행을 떠나 오만보기를 걷는 동안 만나는 사람들과 지역의 풍경을 담은 이 코너는 지방의 아름다움과 사람들의 정을 그린다.



영화 속 스즈메도 일본 각지를 돌아다니며 여러 사람을 만난다. 자신이 사는 곳을 벗어나 정처 없이 떠도는 모습, 왜 돌아다니는지 자세히 알려주지 않는 것을 의심스러운 눈으로 보면 신고감인데 만나는 사람들마다 한없이 친절하다. 어린 스즈메가 딱해서 그런 걸까? 인간마다 있는 정 때문인 걸까? 친한 사람도 경계하고 낯선 사람은 더욱 경계하는 지금 시대 정서와 달라 영화를 보는 내내 나의 인간성을 돌아보게 됐다. 영화에 등장하는 사람들보다 선과 악이 모호하고 어떻게 보면 이기적으로도 느껴지는 다이진이 오히려 더 지금 세상을 사는 인간의 모습처럼 느껴졌다.



이 영화가 선보이는 눈부시고 따뜻한 빛은 재난이 곧 일어날 것이라는 것을 미리 알려주면서도 이겨낼 수 있을 것 같은 결말을 기대하게 한다. 영화 속 사람들의 모습뿐만 아니라 영화의 밝은 빛은 여전히 우리가 사는 세상은 따뜻하다고 말하는 것 같았다.


신카이 마코토는 과거에는 현실을 그대로 받아들이는 작품을 주로 만들었다면 2011년 동일본 대지진 이후에는 힘든 재난이 일어나도 이를 노력해서 극복하는 방식으로 만든다고 영화 연출, 제작 방식의 변화를 한 인터뷰에서 밝혔다. 그 내용을 보고 나니 그가 잘 다루는 빛은 단순히 사람들을 자신의 영화를 보게끔 하려고 붙잡는 수단이 아닌 마음을 움직이게 하는 메시지 전달 수단처럼 느껴졌다. <스즈메의 문단속>의 빛도 그 따뜻함으로 영화를 보는 사람들에게 더 감동을 전하고자 했던 것은 아닐까 생각이 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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