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차별과 집중의 실패

원래 색을 잃어버린 영화

by 와칸다 포에버

2010년대 이후 가장 성공한 범죄, 형사 영화 세 개를 떠올린다면 <베테랑>, <범죄도시>, <극한직업>이다. 세 영화 모두 흥행 대박의 지표인 천만 관객을 돌파한 작품이다. (굳이 따지자면 범죄도시는 1편이 아닌 2, 3, 4편이 천만 관객을 넘었다) 장르만 놓고 보면 별다를 게 없어 보이지만 세 작품 모두 각자 개성을 가지고 있는 영화다. 눈에 띄는 특성이 있는 인물들이 공통적으로 있고 <베테랑>은 사회적 이슈를 잘 드러냈다는 것, <범죄도시>는 호쾌한 액션, <극한직업>은 영화 내내 웃기는 코믹 요소를 가지고 있었다. 내게 이 중 어느 영화가 가장 기억에 남느냐고 묻는다면 나는 베테랑이라고 답할 것이다. 그만큼 베테랑을 재미있게 봤고 2024년 속편이 나온다는 소식을 접했을 때도 기대감이 상당히 컸다.



한 교수의 죽음이 이전에 발생했던 살인 사건들과 연관성이 있는 것으로 밝혀지며 전국은 연쇄살인범으로 인해 떠들썩해진다. 베테랑 형사 서도철(황정민)과 강력범죄수사대 형사들은 이를 수사한다. 여기에 새로 형사 박선우(정해인)가 팀에 합류하며 사건은 새로운 방향으로 흐르게 된다.


단도직입적으로 말하자면 <베테랑 2>는 내게는 차별과 집중에 실패한 영화다. 첫 편이 2015년에 나왔으니 거의 10년 만에 2편이 나온 건데 부담감이 컸던 것인지 1편에서 선보였던 자신의 장점이 완전히 가려져 버렸다. 맨 처음에 나오는 장면이 가장 1편처럼 느껴졌다. “우리 돌아왔어.”라고 말하며 반갑게 관객의 향수를 자극하지만 이후 갑자기 핸들을 꺾어 버리는 느낌이었다. 뭔가 색다른 모습을 보여주고 싶었던 것 같다. 관객에게 웃음만 제공하자니 <극한직업>이 떠오를 것 같고 한 방에 범죄자들을 일망타진하는 모습을 보이자니 <범죄도시>가 떠오를 것 같아 걱정됐을까?



<베테랑>은 개성 넘치는 인물들이 극을 끌어 나가며 처음부터 끝까지 이슈를 파고 드러내는 게 특징이었다. 사고를 쳐도 이리저리 잘 피하는 재벌들의 문제, 이를 처단하는 것이 통쾌함을 줬다. <베테랑 2>도 사이버 레커, 범죄자 과잉보호에 대한 분노 등 사회 문제를 보여줬지만, 이번에는 그 모습이 잘 보이지 않았다. 나는 그 이유가 영화가 문제를 풀어가는 방법에 있었다고 본다. 영화에는 사회 문제를 해결하는데 형사가 아닌 다른 존재가 등장한다. 일종의 자경단 같은 존재이다. 그러다 보니 영화 내용은 웹툰과 드라마로 나온 <비질란테>가 떠오를 수밖에 없었다. 모범 경찰대생이 밤마다 자경단으로 활동하는 내용의 이 콘텐츠를 보지 않은 사람이라면 <베테랑 2>를 보고 못 느꼈겠지만 <비질란테>를 접한 사람이 이 영화를 봤다면 어디선가 본 듯한 기분을 느꼈을 것이다. 그런 느낌이 영화에 몰입할 수 없게 했다. 게다가 영화 속 자경단 활동에 대해 주인공의 특성에 이입한 건지, 감독의 생각인지 끊임없이 자기 생각을 메시지로 넣어 전달하려 했다. 이 영화는 메시지 전달이나 특정 인물 조명보다는 원래대로 이슈에 집중했다면 더 좋았을 것 같다. <베테랑>에서 이미 각자 특성 있는 형사들을 보여줬고 속편에도 사라진 이 없이 등장시켰다면 이들을 더 잘 활용했다면 좋았을 텐데. 새로운 형사 정해인의 투입으로 영화를 흥미롭게 하려 시도하고 실제로 정해인을 돋보이게 했을지 몰라도 원년 멤버의 비중이 줄어감에 따라 개성도 사라지게 만들어 버렸다.



2015년 <베테랑>이 흥행하면서 바로 2편을 제작하겠다고 한 언론 인터뷰 내용을 살펴보면 류승완 감독은 “정계 진출을 앞둔 앵커가 자신의 비위가 밝혀질까 봐 언론 조직을 동원하는 내용 등을 생각하고 있다”라고 말했다. 생각하고 있다는 것이기에 이런 식으로 이야기를 꼭 풀겠다는 확언은 아니지만 차라리 이 내용으로 영화를 만들었다면, 더 빠른 시기에 속편이 제작됐다면 <베테랑 2>는 조금 더 나은 작품이 되지 않았을까 생각한다. 너무나도 오랜 시간이 지나서야 속편이 나왔는데 그 사이 <범죄도시>와 <극한직업>이라는 영화가 <베테랑>이 선택해 나갈 수 있는 영화 흐름의 방향을 가져가 버렸다. 액션, 코믹 어떤 걸 택해도 비교 대상이 생겨버리기 때문에 조금 더 자극적인 이야기를 가져가려고 했지만, 그마저도 보는 이에게는 익숙한 것이었기 때문에 <베테랑 2>는 전편보다 부족해 보이는 영화가 됐다.


개인적으로 나는 <베테랑> 1편이 보여준 색감이 좋았다. 범죄 영화라고 매번 어둡지만은 않은 색깔이 인상적이었다. 하지만 2편은 밝은 색을 찾기가 어렵다. 영화 내용이 가볍지 않은 내용이라 그랬을 수 있지만 이런 미세한 것부터 <베테랑> 특유의 개성이 사라지는 것 같았다. 2편이 인상적이었던 것은 시간이 지나며 배우들의 몸값이 올랐으면 더 올랐을 텐데 전작의 인물들이 크게 변하지 않았다는 것이다. 전작의 인물이 언급되거나 배우 변화 없이 그대로 등장하는 것은 영화가 시도한 친절이었다고 생각한다. 하지만 이것을 제외하면 <베테랑 2>는 <범죄도시> 벽지를 발라놓은 방에서 <베테랑>이라고 말하는 것 같아 아쉬운 영화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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