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거진 TV를 켰네

계속 이어가기에는 난도가 높은 예능

재판을 예능에 녹였다

by 와칸다 포에버

새로운 예능을 찾다가 이전에 SBS에서 방영한 파일럿 프로그램을 봤다. <국민 참견 재판>이라는 방송이다. ‘세상을 떠들썩하게 만든 뉴스 속 그 사건 판결에 발칙하게 참견해 보며 막힌 속 뻥 뚫어줄 국내 최초 사이다 재판 버라이어티!’라는 소개로 제작된 이 프로그램은 2024년 2월에 방영했다. 드라마, 시사, 예능 제작진이 모두 참여했다는 홍보와 함께 시작한 이 방송은 2회에 그쳤고 이후 정규 방송으로 나오지는 못했다.


SBS가 <그것이 알고 싶다>, <궁금한 이야기 Y> 등 유명한 시사교양 프로그램이 있는 방송국이다 보니 이를 활용해 예능으로 풀어보면 좋은 반응을 얻지 않겠느냐는 생각으로 새롭게 준비했던 것 같다. 비슷한 방송이라 할 수 있는 <꼬리에 꼬리를 무는 그날 이야기>도 오래 방영하고 있으니 말이다.


법원 판결은 판사라는 일반인보다 훨씬 법 지식이 뛰어나고 그에 따라 자격이 있는 사람이 내리는 것이지만 일반인이 보기에 난해하고 공감할 수 없는 때가 있다. 그런 논란이 되는 판결은 언론을 통해 공개되고 많은 지탄을 받는다. 그래서 판사들도 더 나은 판결을 할 수 있도록 국민대표 배심원이라는 출연진에게 도움을 요청한다. 출연진은 논란이 되는 사건을 들여다보고 각자의 생각대로 판결을 내리는 것이 방송의 진행이다.


프로그램 자체만 놓고 보면 유익한 방송이다. 모른 채 지나칠 수 있는 사건에 대해 들여다볼 수 있기 때문이다. 하지만 <꼬리에 꼬리를 무는 그날 이야기>와 큰 차이가 없었다. <꼬리에 꼬리를 무는 그날 이야기>는 이야기를 듣고 끝나지만 <국민 참견 재판>은 출연진이 판결까지 내린다는 것이 다른 점이다. 하지만 안 좋게 말하면 그게 다였다.


법에 관해 이야기하니 금방 지루해질 수 있는 약점을 이 방송은 처음부터 안고 간다. 그래서 무겁고 자극적인 내용을 다뤄야만 한다. 사건 가지고 농담하거나 장난을 칠 수는 없기 때문이다. 그렇다고 이야기를 듣고만 있자니 방송의 재미가 없고 중간에 껴서 농담하자니 실제 사건을 다루기에 조심스럽다.


또 첨예한 갈등이 일어나는 문제를 소재로 한다면 이 방송으로 뭘 하고자 했는지가 조금 더 두드러져야 했을 것 같다. 기존의 판결을 뒤집을 수 있도록 목소리를 내자는 것인지. 아니면 다른 의도가 있는지. 논란거리를 조명하는 것 이상의 방향성은 보여주지 못했다.


그렇다면 무조건 판결이 잘못되었다고 비판해야 하는 건가? 답답하게 느껴지는 판결에 대한 비판이 시원하게 느껴질 수도 있지만 전문가가 아닌 사람이 비판하는 것은 논리적이라기보다 감정적으로 느껴질 때가 많다. 이 방송은 비판할 만한 판결, 즉 소재거리를 찾기는 쉽지만 제작하기는 난도가 높은 방송이었다.


출연진도 이해가 되지 않았다. 성, 세대, 인종, 전공 등이 다른 연예인들이 배심원으로 모였는데 이들이 국민을 대표할 수 있는지, 이들이 요청할 정도의 인물들인지, 이들이 판결을 내려서 어떻게 할 것인지 의구심이 들었다. 시청자의 흥미를 끌기 위해 폭력 같은 자극적인 사건이 나와야 하는데 이런 무거운 주제에 비해 몇몇 출연진의 자세는 진지하지 못했기 때문이다. 차라리 실시간 방송으로 시청자를 동시 접속하게 하거나 방청객을 모아 함께 이야기하고 판결하는 방식이었다면 더 국민 참견하는 모습처럼 보이지 않았을까.


법 지식에 대해 함께 알아가는 방향으로 제작되었어도 흥미로웠을 것 같다. 정당방위, 심신미약 등 법정에서 활용되는 이런 용어 등에 대해 이야기하기는 하지만 훑고 지나가는 느낌이 들었다. 법과 관련된 퀴즈를 풀거나 사건을 다시 보는 중에 이런 용어에 대해 이해하고 토론하는 모습을 보여주는 등의 법 지식을 배우는 장면 등이 있었다면 시청자에게 더 편하게 다가가지 않았을까.


재판부는 왜 이렇게 판결할 수밖에 없었는지, 사람들은 이 판결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는지 인터뷰를 담는 등 비하인드 스토리나 다양한 사람의 의견을 담은 장면이 있어도 좋았을 것 같다.


요즘 들어 극단적인 방송이 더 많이 나오는 것 같다. 자신들만 힐링하는 방송 또는 아주 자극적인 것으로 시선을 끌려 하는 방송. 눈으로 보고 귀로 듣는 것이 방송이기에 감각적인 측면을 공략하는 것이 참 중요한 일이다. 하지만 다른 측면에서도 재미를 줄 수 있는 방송을 고안하는 것이 다양한 시청자를 끌어모으고 방송 제작의 발전하는 데 도움이 될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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