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거진 TV를 켰네

정체기지만 쉴 수가 없는 연애 프로그램

by 와칸다 포에버

단체로 나와 짝을 찾는 연애 프로그램들은 잠시 쉬어야 할 때가 아닐지 생각한다. 보기 힘들 정도로 수가 많았음에도 저마다 자기 색깔이 있어 보는 재미가 있었는데 새 시즌을 거듭하거나 스핀오프 프로그램이 나올 때마다 점점 자기 색깔이 없어지고 비슷하게 느껴지기만 한다. 결혼 업체에서 단체 미팅을 지역과 장소만 다른 곳에서 주선하는 기분이랄까. 연애라는 같은 소재를 활용한다지만 다른 콘텐츠이기를 기대하는 시청자는 재미보다 피곤함을 느낄 수 있다.


채널A의 <하트페어링>은 2010년 후반 연애 프로그램 시장을 주도했던 <하트시그널> 제작진들이 새로 만든 프로그램이다. 출연자들이 연애에서 오는 설렘뿐만 아니라 이후 동반자로서 조건이 맞는 사람을 찾는 프로그램이다. 나는 이 프로그램을 보면서 제작진들이 숙제 같은 기획을 했다는 생각이 들었다. PD 지원자들이 만든 기획안처럼 프로그램을 만들어 놓았다. 내세운 차별점이 어설프게 느껴졌다.


이 프로그램은 변화가 참 형식적이다. 다른 프로그램들과 달라 보이기 위해 내세운 것은 ‘페어링 장치’라는 새로운 요소, 해외 촬영, 방송 이후 나오는 공식 리뷰 프로그램 등이 있다. 이것이 획기적이라는 느낌보다 새로운 것에 관한 강박에서 나온 것만 같다. 이걸 빼면 <하트시그널>과 다른 게 뭔지 모르겠다. <하트시그널>이 재미있었던 이유는 예쁘고 잘생긴 사람들의 연애를 보는 재미도 있었지만, 관찰자인 연예인 패널이 관찰 대상들의 심리를 추리하는 재미에 있었다. 페어링 장치라는 것을 관찰 대상들에게 제공함으로 호감 대상을 추리하는 것은 연예인 패널과 프로그램 출연자 모두에게 분담하는 모양으로 변했다. 새로운 재미 추구라고 할 수도 있지만 전체 프로그램의 흐름은 달라진 게 없다. 오히려 계산 없는 뜨거운 사랑이 계산하는 차가운 사랑으로 변한 것 같아 몰입이 힘들다. 프로그램 자체도 특유의 색을 잃어버렸다.


TVING에서 선보인 <환승연애, 또다른 시작>은 <하트시그널> 이후 인기를 끈 <환승연애>의 스핀오프 프로그램이다. 각 시즌에 나왔던 출연자들이 모여 여행을 하는 중에 새로운 관계를 만드는 프로그램이다. 일종의 올스타전 같은 프로그램인데 그들의 남녀 지인이 한 명씩이 합류해 기존 인물을 보는 재미는 물론 새로운 조화에서 오는 재미를 노렸던 것 같다. 예전에 <하트시그널>의 스핀오프였던 <프렌즈>가 생각난다. 다른 점이라면 <프렌즈>는 친목 다지기에 가까웠지만 <환승연애, 또다른 시작>은 프로그램의 주 소재인 연애를 소외하지 않았다.


하지만 <환승연애>를 보고 난 후 이를 보는 사람이라면 이 프로그램이 이해가 되지 않을 수 있다. 이 시리즈에서 헤어지고 새로운 사랑을 찾거나 재결합하는 것은 허물기에는 너무나 거대하고 완고한 구조다. 스핀오프 프로그램이니 전혀 다른 정체성을 가진다고 반박할 수도 있다. 그렇기에는 이 프로그램은 새로움만을 추구하기에는 <환승연애>의 후광에 기대고 있다. 기존의 출연자들이 나오는 것만 봐도 그렇다. 하지만 새로 출연하는 인물들은 누군가의 지인이기에 우정이라는 연은 있지만 사랑이라는 연은 없는 사람들이다. 우정 여행을 가장한 사랑 찾기에서 새로운 인물은 외적으로는 끌릴 수 있으나 연인이라는 접점과 이야기가 없는 이들에게 몰입하는 것은 어렵다. 오히려 무슨 기준으로 이들을 선발했는지 물음표가 생긴다.


넷플릭스의 <솔로지옥>은 해마다 새 시즌을 거듭하고 있지만 해변에 가서 하는 짝짓기 그 이상도 그 이하도 아닌 게 됐다. 미니게임을 통한 커플 매칭을 통해 호화 호텔에서 하루를 보내는 것이 눈에 띄지만, 이들이 내세우는 화끈함이 무엇인지 모르겠다. 이들이 비유를 부정하지 않는 한국판 <투핫>이라는 이미지는 버려야 할 것 같다. 그렇다고 선정적인 것을 추구하라는 것이 아니다. 요구해도 한국 사회에서 그렇게 할 수 있는 사람은 없을 것이다. 그래서 그저 그런 연애 프로그램이 되어버리는 약점을 보인다. 이를 만회하고 자연스럽게 보이고자 어떻게든 뜨거워 보이려고 편집하는 제작진의 고뇌가 눈에 보인다.


<솔로지옥> 출연자들이 가진 빼어난 외모와 매력 있어 보이는 능력은 어느 연애 프로그램보다 상당하다. 하지만 그것이 오히려 다른 세상 이야기처럼 보여 몰입감이 떨어질 때가 있다. 대다수가 인플루언서이기에 이들의 커플이 되기 위한 노력과 목적은 연애가 아닌 자기 홍보 같다. 다른 프로그램보다 더욱 그렇게 느껴진다. 또 고된 환경에서 설렘을 찾는 것이 아니라 그 환경에서 벗어나기 위해 마음에 있든 없든 어떻게든 누구 하나 커플이 되어 하루 휴양을 하려는 모습으로 느껴진다. 차라리 게임 요소를 더 치열하고 처절하게 해 아무것도 없는 무인도에서 벗어나기 위해 펼치는 처절한 지능, 육체 싸움에 집중하는 게 나을 수 있겠다. 여기에 솔로로 남으면 정말 지옥이라는 것을 보여주기 위해 철저하게 소외시킨다면 생존이 목적이든 연애가 목적이든 여러 모습을 보여줄 수 있을 것 같다.


여행이나 미식 프로그램처럼 연애 프로그램의 주된 재미는 대리만족이다. 서로 다른 남녀의 미묘하고 애틋한 감정, 태도, 행동 등을 보며 설레고 긴장하는 재미가 있다. 하지만 지금 프로그램들은 본질에 집중하고 있는 것 같지 않다. 프로그램 속 세부 요소나 편집의 발전보다 오직 출연자의 외모와 능력 등에 치중하면서 몰입을 떨어트리고 있다. 처음 시선 끌기에는 좋지만, 이들에게 진정성이 느껴지지 않는다면 오히려 악수가 될 수 있는 방법이다.


여기에 프로그램 출연자들의 행보도 진정성에 의문을 주고 몰입을 방해하고 있다. 방송이 한창 진행 중인데 남성지와 여성지 화보 촬영과 인터뷰가 나돈다. 이 때문에 이들의 방송 출연 목적이 인기를 얻는 것 외에는 없는 것처럼 느껴진다. 이제 연애를 소재를 한 프로그램은 리얼 프로그램보다 시트콤처럼 봐야 할 것 같다. 몰입하지 말고 현실과 가상을 구분하라고 말할 수도 있다. 하지만 신작 영화를 보지 않은 사람에게 영화의 내용을 알려주는 것도 민감하게 반응하는 것이 요즘 시대다. 적어도 프로그램이 끝나기 전까지는 시청에 집중하고 몰입할 수 있게 이런 외부 활동은 자제하는 것이 맞지 않을까. 화제성이 정점에 오른 시기에 맞춰 인터뷰가 공개되는 것이 서로에게 좋겠지만 말이다.


조금은 다른 시도를 한다며 출연자의 다양성을 꾀하는 프로그램도 종종 있다. 이혼 부부를 비롯한 헤어진 커플, 동성애자 등 모두 초기 이목을 끄는 데는 성공하지만, 그 이상의 반향은 이끌지 못한다. 더는 새로운 것을 찾기가 쉽지 않은데 다른 방송을 참고하자니 따라 했다고 비난하고 조금이라도 변화를 주려 해도 시청자에게는 큰 변화로 안 느껴지니 방송 만드는 사람들도 고역일 것이다. 그렇다고 어느 정도 흥행은 유지하는 장르의 예능이 연애 프로그램이니 그만둘 수도 없다. 누구보다 방송 관계자들이 잘 아는 상황이자 느끼는 딜레마일 테니 연애 프로그램은 정체기더라도 쉴 수 없을 것 같다. 정답은 새 시즌이 전작보다 더 흥행하도록 최선을 다하는 수밖에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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