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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거진 TV를 켰네

넷플릭스 일일 예능 시청 후기

by 와칸다 포에버

넷플릭스 예능 프로그램은 사전에 제작되어 모든 회를 한 번에 또는 일정 기간에 몇 개씩 공개하는 형식이 대부분이었다. 이 프로그램이 반응이 좋으면 시즌을 거듭하고 반응이 좋지 않으면 특집처럼 끝났다. 2025년 2월부터 넷플릭스는 새로운 시도를 하는데 TV 방송사가 매주 특정 요일에 방송하듯 일일 예능을 만든 것이다. 월요일에는 <동미새: 동호회에 미친 새내기>, 수요일에는 <추라이 추라이> 목요일에는 <미친맛집: 미식가 친구의 맛집>, 토요일에는 <주관식당> 일요일에는 <도라이버: 잃어버린 나사를 찾아서> 총 다섯 개다.


이 넷플릭스 일일 예능은 틱톡, 인스타 릴스, 유튜브 쇼츠의 영상 길이를 가진 ‘숏폼’과 TV의 영상 길이를 가진 ‘롱폼’ 사이의 형태를 가진 영상 길이를 가지고 있다. (특정 명칭이 없어 ‘미들폼’이라고 말하고자 한다) 숏폼은 도파민 자극에 치중된 짧은 시간 내 하이라이트 영상에 가깝고 롱폼은 숏폼에 비해 요즘 트렌드에 맞지 않다고 할 정도로 영상이 너무 늘어진다. 넷플릭스는 그사이를 노렸다. 숏폼처럼 순식간에 끝나지 않되 롱폼처럼 시청자가 자의적으로 영상을 끊지 않도록 하기 위한 시도라 할 수 있다.


다섯 개의 예능은 각자 제작사가 다른데 왠지 모르게 자체 경쟁처럼 보인다. 넷플릭스에서 성적이 잘 나오는 제작사와 추후 넷플릭스 예능 제작에 힘을 실어주겠다고 한 것은 아닐까 생각이 들 정도다. 제작사에는 추후 더 많은 제작 계약을 할 기회이자 망하면 큰일 나는 위기이다. 마치 스포츠로 따지면 월드컵, 게임으로 따지면 <더 킹 오브 파이터즈>를 보는 것 같다. 그래서 프로그램의 영상, 자막, 편집 등을 보면 제작사별 개성을 알 수 있다.


<동미새: 동호회에 미친 새내기>(이하 동미새)는 솔로지옥 시리즈로 유명한 시작컴퍼니에서 제작한 예능 프로그램이다. MC 데프콘이 하루 동호회 활동을 체험하는 리뷰 프로그램이다. 특정 소재를 가지고 체험한다는 점에서 유튜브 <워크맨>이나 <전과자>이 떠오른다.


<동미새>는 활동부터 뒤풀이까지 짧은 시간 안에 동호회 활동을 최대한 보여주려고 한다. 동호회 활동을 지켜보며 다양한 사람이 모이는 가지각색의 취미 활동, 인간적 모습을 볼 수 있다. 편집이 좋아 정해진 시간을 허투루 쓰지 않고 프로그램이 진행된다. 인터넷 커뮤니티에서 프로그램의 재미있는 부분을 캡처한 ‘짤’이 나오기에는 가장 좋은 예능이다. 이 프로그램이 오래가려면 다양한 동호회를 보여주는 것 외에 일반인 출연자를 잘 활용해야 한다. 프로그램의 대부분이 그들의 모습을 담았기 때문이다. 출연자의 개성이 눈에 띄지 않는다면 이들을 살릴 편집과 자막에 힘을 쏟아야 한다.


<추라이 추라이>는 카카오엔터테인먼트에서 제작한 격투기 선수 출신 추성훈과 개그맨 이창호가 다양한 사람을 만나며 버킷리스트를 ‘추라이(Try)’하는 이야기를 하는 프로그램이다. 모든 것이 시도하는 방송이다. 우리말이 어눌한 추성훈의 MC 활동도 이를 맡긴 제작사도, 버킷리스트를 시도하라고 권유당하는 게스트도. 그것이 이 프로그램이 가진 장점이자 위험성이다. 최근 추성훈의 활동이 성공하고 있어 그 화제성을 노렸기에 시기상으로는 적절한 프로그램이다. 기존에 익숙한 토크쇼와는 달리 진행이 틀에 박혀 있지 않기 때문이다.


이 방송은 전적으로 추성훈이라는 사람의 캐릭터에 의지하는데 그 이미지가 소모되는 순간 재미가 반감될 위험이 있다. 이 방송이 오래가려면 방송을 통제하지 않는 게스트가 나와야 한다. 불편해하지 않고 추성훈이 가는 대로 따라갈 수 있는 게스트가 나와야 프로그램이 추구하는 재미가 나올 것이다. 보조 MC로 출연하는 개그맨 이창호가 눈에 띄는데 산으로 갈 수 있는 프로그램의 진행을 원활하게 하는 모습에서 MC로서 자질이 보인다.


<미친맛집: 미식가 친구의 맛집>은 신동엽과 성시경이 출연한 <성+인물>을 제작했던 스튜디오 모닥이 제작한 방송이다. 이 제작사는 일본을 좋아하는 것인지 전 세계가 볼 수 있다는 넷플릭스 특성을 고려해 일본을 겨냥한 것인지 모르겠지만 편집이나 자막에서 일본 예능 같은 느낌이 많이 난다.


일본 드라마 <고독한 미식가>로 유명한 배우 마츠시게 유타카과 성시경이 서로의 맛집을 체험하는 것이 주된 내용이다. 소재나 프로그램 목적은 뚜렷하고 기존에 보기 힘들었던 인물이 출연자로 나온다는 것만으로 다른 방송에 비해 특별하거나 시청자를 흥미롭게 할 뭔가가 있어 보이지 않는다. 음식을 먹는 방송이 이미 많고 이 방송의 출연자가 음식에 관해 뛰어난 지식을 보이는 것이 아니고 특별히 많이 먹거나 군침 돌게 먹는 것도 아니기 때문이다.


성시경과 마츠시게 유타카가 동일한 재료를 가지고 서로 맛집을 소개해주거나 특정 상황, 주제에 어울리는 맛집을 소개하는 등 다른 모습을 보여주는 등 맛집 추천에 집중하거나 식사 중에 음식에 관한 이야기만 나누는 것이 아니라 다양한 주제의 이야깃거리를 던져주면 좋을 것 같다. 개인 이야기, 국가 간 문화나 생각의 차이를 보여줄 만한 토론 거리나 음식 소개 등 한국과 일본 모두 흥미를 느낄만한 것을 내세운다면 조금 더 방송이 흥미진진해질 것 같다.


<주관식당>은 <무한도전>으로 유명한 김태호 PD의 제작사 TEO에서 제작한 프로그램이다. 이 프로그램은 셰프 최강록과 유튜버 문상훈이 게스트의 의뢰에 맞춰 요리하는데 ENA에서 방영했던 <현무카세>와 닮았다. <현무카세>는 게스트에 맞춰 요리를 대접하고 요리와 식사 중 이야기를 나눴던 방송이다.


그냥 의뢰에 맞춰 요리한다. 그리고 먹는다. 이런 진행만으로는 큰 재미를 느끼기 어렵다. 그래서 제작사가 선택한 셰프가 최강록이라고 생각한다. 특출난 요리 실력뿐 아니라 그만의 캐릭터를 가지고 있기 때문이다. 최강록은 어리숙해 보이지만 자신만의 주관으로 의식을 관통하는 모습을 보인다. 어떤 고민이나 생각에 관해 자신의 주관을 보여줄 수 있다는 것이 최강록이 가진 매력이다. 그래서 이 방송은 초점을 게스트에만 맞추지 말고 최강록에게도 맞춰야 한다.


이 방송은 제목 그대로 여러 주관을 보여줘야 한다. 첫째는 게스트의 주관으로 게스트에게 어떤 질문을 던졌을 때 게스트만의 주관이 드러날 수 있게 해야 한다. 둘째는 요리의 주관으로 게스트의 요구를 해결할 요리에 셰프 최강록의 주관이 들어 있어야 한다. 셋째는 인간 최강록의 주관으로 게스트의 고민에 해결책을 제공해야 한다.


<도라이버: 잃어버린 나사를 찾아서> KBS 출신 박인석 PD가 퇴사 후에 차린 스튜디오 투쁠에서 제작한 프로그램이다. KBS에서 방영했던 <홍김동전>의 출연진이 모인 후속작, 두 번째 시즌이라고 봐도 무방하다. 방송 플랫폼이 넷플릭스라 지상파 방송국에서는 보여줄 수 없었던 제한된 것을 보여줄 수 있다는 점에서 <홍김동전>의 애청자를 기대하게 했다.


<홍김동전>부터 오랜 시간 함께 했기에 호흡은 걱정할 게 없다. 이 프로그램은 큰 판을 깔아주고 출연자가 자유롭게 움직일 수 있게 하기 때문에 출연자의 컨디션에 프로그램의 재미가 달렸다. 기존 시청자 층 외에 새로운 시청자가 유입할 수 있게 넷플릭스라는 더 넓고 제한 없는 환경에서 다양한 소재를 주저 없이 활용해야 한다.


넷플릭스의 예능 프로그램 제작은 영화나 드라마에 비해 성공이 미약했다. 성공하기 위해 여러 제작사와 작업하고 영상이나 방영 형태에도 새롭게 시도하는 것에서 그 열망이 보인다. 이런 도전은 작은 규모를 가진 제작사를 키워 방송 업계가 회복, 성장하는 것 장르나 상영 시간 등 다양한 형태의 영상으로 예능이 나아가는 데 도움이 될 것으로 보인다.


희망적인 전망을 현실로 이루기 위해 가장 중요한 것은 어떤 프로그램이든 그에 맞춘 편집, 프로그램 특성에 맞는 내용을 갖춰야 한다는 것이다. 국내를 포함한 세계의 수많은 시청자를 가진 넷플릭스가 국내 시청자, 세계 시청자 중 어느 쪽을 겨냥하느냐에 따라 프로그램의 소재와 편집이 달라질 것이다. 어느 한쪽이라도 웃음 코드를 맞추지 못한다면 소위 ‘오픈 빨’로 잠깐 흥행할지는 몰라도 점점 인기가 떨어질 것이다. K-콘텐츠라는 이름에 기대하지 않고 자기 색을 유지하되 시청자가 흥미를 느낄 소재를 계속 개발해야 한다. 그렇다면 이 프로그램 이후 나올 넷플릭스 예능은 점점 더 성공이라는 과녁에 가깝게 다가갈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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