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BS 예능 프로그램의 정체성 논란
SBS의 인기 예능인 <신발 벗고 돌싱포맨>이 위기에 직면했다. 방송의 위기는 시청률, 논란의 방송 내용, 출연자나 방송에 의한 사고 등에서 나오기 마련이다. 하지만 이번 사례는 조금 다르다. 출연자의 바뀐 상황에 의한 정체성의 위기가 찾아왔다. 그 대상은 프로그램 내 주축 출연자인 이상민과 김준호이다.
<신발 벗고 돌싱포맨>은 이혼 후 ‘이혼자’이 된 남성들이 게스트들과 솔직하게 이야기를 나누는 토크쇼다. 한번 다녀온 경험을 토대로 독신 생활이나 결혼 생활을 포함한 민감하게 느낄 수도 있는 소재도 대화로 다루는 것이 이 방송의 매력이었다.
이상민과 김준호가 2025년 재혼함에 따라 이들이 ‘이혼자’을 대표할 수 있는지가 의문이다. 결혼했으니 꼭 하차해야 한다는 규칙은 없다. 하지만, 이 두 명의 상황 변화가 프로그램 제목과도 어울리지 않고 프로그램의 정체성에 어울리겠냐는 것이다. (이 프로그램은 <미운 우리 새끼>의 스핀오프로 제작됐다. <미운 우리 새끼>에 출연 중인 이상민과 김준호는 싱글로 사는 모습이 아닌 결혼 생활을 보여줌으로써 <미운 우리 새끼>가 보여줬던 풍경이 아닌 <동상이몽 2 - 너는 내 운명>에서 보여줄 법한 풍경을 보여 이 또한 논란이 되고 있다)
프로그램의 정체성에 어울리지 않는다는 이유로 하차하는 프로그램은 MBC <나 혼자 산다>가 있다. 제목 그대로 나 혼자 사는 모습을 보여줘야 하는 프로그램이기에 출연자가 결혼하면 자연스럽게 하차한다. 소리 소문 없이 사라질 수도 있지만 학교 졸업하듯 다른 출연자들의 축하를 받고 감사 인사까지 전한다.
방송국 입장은 난처하다. 주축이라 할 수 있는 출연자를 하차시키자니 대체 자원을 뽑고 성장시킬 시간이 없고 계속 끌고 가자니 같은 방송국에서 방송 중인 <동상이몽 2 - 너는 내 운명>과 다를 게 없기 때문이다. 하지만 SBS의 편을 들자면 이상민과 김준호의 출연이 걸릴 게 없다. 나이를 먹을 만큼 먹어도 철없어 보이는 아들의 관찰 일기라는 기획의 <미운 오리 새끼>는 아들의 결혼 생활도 어머니의 시선에서 바라볼 수 있는 것 아닌가. <신발 벗고 돌싱포맨>은 남자 4명이면 되는 거지, 이혼자였던 사람도 포함할 수 있는 것 아닌가. 방송의 기획은 만들어 가는 과정 중에서도 바뀔 수 있다. 기존 포맷에 억지로 맞추면서 기획 의도를 희석하고 있다는 지적을 받을 수 있지만 논란까지 생길 필요는 없다는 것이다.
하지만 프로그램을 소비하는 시청자를 위해서는 너무 안일한 행동으로 보인다. 새로운 재미를 만들어 가기 위해서는 기존 출연자에게만 기대기보다 기획에 맞는 새로운 출연자를 발굴하려는 모습을 보일 줄 알아야 한다. 과감히 이 둘의 결혼 생활은 <동상이몽 2 - 너는 내 운명>으로 옮겨 이 프로그램에도 힘을 실어 주고 새로운 인물과 이야기로 <미운 우리 새끼>와 <신발 벗고 돌싱포맨>을 만드는 도전에 힘을 쏟아야 한다. 이상민과 김준호의 결혼 생활 이야기도 소비되면 그때 프로그램은 어떻게 끌고 갈 것인가.
SBS는 쉬운 방법으로 편하게 시청률을 유지하기보다 새로운 도전이 필요한 때다. 출연자든 프로그램의 기획이든 어느 한 곳에 집중해야 프로그램의 방영 기간도 지속할 수 있을 것이다.
글을 쓰고 난 후 <미운 오리 새끼>의 출연자인 김종국도 결혼 소식을 알렸다. 절반 이상이 현재 프로그램의 진행 흐름에 어울리지 않기에 제작진은 고민이 많을 것 같다. 영화도 같은 소재를 리부트하며 새 영화처럼 만드는 게 다반사인데 <미운 오리 새끼>도 새롭게 다시 시작하는 것도 나쁘지 않을 것 같다. 출연자를 보고 콘텐츠를 보는 시청자도 있지만 프로그램 자체를 즐기는 시청자도 있기 때문이다. 프로그램의 브랜드 파워에 자신이 있다면 과감히 시도하면 좋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