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교만 하는 것은 아닌지
인스타그램이 유행할 수 있었던 이유는 내 주변을 비롯한 전 세계의 이용자의 삶을 실시간으로 볼 수 있기 때문이었다. 하지만 호화스러운 삶 같은 자기 자랑으로 느낄 수 있는 내용을 볼 때마다 자신의 삶과 비교하게 된다. 이에 따라 우울증을 겪고 자기의 삶을 비하하며 세상과 단절되는 부작용이 생기기도 했다. 그래서 정신 관리를 하는 의사나 강사들은 SNS를 자제하는 것을 자신의 삶에 집중하는 방법의 하나로 제시하기도 한다.
의도 여부를 떠나 방송을 보면 동기부여가 되는 때가 있다. 의도가 보이는 방송은 너도 할 수 있다고 계속 격려하거나 특정 문제에 대한 해결책을 제시함으로 따라 하기를 발한다. 의도가 보이지 않지만, 동기부여가 되는 경우는 프로그램 출연자의 삶이나 행동을 봤을 때 배울 점이 있다고 느끼게 되는 경우 그러하다.
표현 방식이 어떻든 ‘너도 할 수 있어’라는 긍정으로 끝나야 하는 메시지는 ‘나도 할 수 있을까?’라는 의문으로 끝나는 방송이 종종 보인다. 채널A의 <성적을 부탁해 티처스>와 KBS의 <크레이지 리치 코리안>이 그러했다.
<성적을 부탁해 티처스>는 성적이 오르지 않아 고민인 학생에게 유명 강사들이 알맞은 해결책을 제시해 고민을 해결하는 솔루션 프로그램이다. 초창기에는 하위권 성적을 가진 학생들의 문제를 해결하는 모습을 자주 보였지만 회를 거듭할수록 이들보다 상위권 학생들이 성적을 더 올릴 방법을 고민하는 모습을 보이기 시작했다. 상위권이라고 성적에 고민이 없을 리가 없다. 하지만 양극화를 더 크게 만드는 것이 아니라 격차를 느끼는 이들에게 희망을 주고자 했던 것이 이 프로그램의 기획의도 아닌가.
일상을 관찰하는 모습을 볼 때도 이들은 어떻게 생활해 성적을 유지하는지, 빠른 시기에 어떻게 성적을 끌어올렸는지(대놓고 자랑하지 않지만)를 부각하는 모습이 자주 보였다. 잘하는 아이만 더 잘하게 하면 이 프로그램의 색은 옅어진다. 이 프로그램을 보는 시청자 중에 비슷한 고민을 하지만 직접 해결 방법을 찾지 못해 프로그램의 제시를 따르려는 이가 있을 것이다. 현실 속에서도 어려움을 느끼고 있는데 TV를 통해 또 비교당하고 격차를 느껴야 하니 희망보다 절망을 얻기 쉬운 방송이 됐다.
<크레이지 리치 코리안>은 세계에 나가 자기의 부유함을 자랑하는 한국인의 성공기를 관찰하는 프로그램이다. 재물의 부유함만 뽐내는 것이 아니라 열정, 흥, 노력 등의 부유함도 보여준다고는 말하지만, 여유가 있는 사람이 타향살이할 때 흥 있게 살기 쉽다. 이 프로그램은 세계에서 성공한 사람들을 보며 애국심을 느끼게 하려는 것인지, 우리도 저들처럼 할 수 있다는 동기부여를 하려는 것인지 방향성이 애매하다. 둘 다 보여주려고 하는 것일 수도 있으나 그것이 보는 이들에게 긍정적인 영향을 줄 수 있는지는 알 수 없다.
결코 성공한 이들의 인생을 무시하거나 헐뜯거나 업신여기는 것은 아니다. 존중하고 존경할 만한 일이다. 배울 점이 있다면 배워야 한다. 이 두 프로그램 모두 체계적인 것 같지만 전하는 메시지가 빈약하다. ‘우리도 할 수 있어’라는 메시지가 이어져야 하는데 ‘우린 해냈어’에서 그쳐 버린 것처럼 보인다.
특정 삶을 살아야 성공한다는 제시는 시청자에게 ‘그래, 해보자’가 될까? ‘그렇게 하지 못한 난 망했어’가 될까? 불교는 일체유심조(一切唯心造)라고 모든 것은 생각하기 나름이라고 말한다. 모든 현상과 경험이 마음의 작용임을 강조하며, 진리와 의미는 고정된 것이 아니라 개인의 관점과 해석에 따라 달라질 수 있다는 것이다. 어떤 콘텐츠를 소비하더라도 사람마다 느끼는 것이 다르고 몰입하는 부분도 다르다. 그렇기에 이미 만들어진 콘텐츠의 의도는 이러하니 너희가 단단한 마음가짐으로 잘 소화해야 한다고 말하는 것은 너무나 무책임한 행동이다. 모든 사람을 챙길 수는 없지만 기획한 대로 방송을 끌고 나가되 조금은 오해할 수 있는 부분은 최소화하는 것이 제작자에게 필요한 모습이 아닐지 생각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