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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거진 TV를 켰네

스포츠 예능의 다양화 시도

배구라는 새로운 종목으로 도전하는 방송국

by 와칸다 포에버

‘언더독’

JTBC <뭉쳐야 찬다>와 <최강야구>가 어느 정도 성공 궤도에 오르니 방송국마다 스포츠 예능을 도전하고 있다. 이전부터 스포츠 예능은 종종 등장했다. 여전히 방송 중인 SBS <골 때리는 그녀들>이 있고 잠시 씨름을 소재로 한 예능이 쏟아져 나왔다. 그 이전에는 다양한 스포츠에 도전하며 동호회 붐을 노렸던 KBS <우리동네 예체능>이 있었다. 더 이전으로 가면 KBS <천하무적 야구단>, <날아라 슛돌이> 등이 있겠다.


방송이 인기를 얻으면 해당 종목에 많은 관심이 쏠린다. 실력이나 종목에 관한 진정성이 떨어져 보일지라도 내가 관심을 가진 종목이 주목받으면 그 프로그램에 출연하는 연예인이 좋게 보인다. 반대로 내가 좋아하는 연예인이 프로그램에 출연해 열심인 모습을 보이면 평소에는 관심 없던 그 운동 종목에 흥미가 생긴다. 서로 이득을 볼 기회이기에 방송 업계도 스포츠 업계도 최선을 다한다.


스포츠 예능의 이야기 진행 갈래는 크게 두 가지로 나뉜다. 오합지졸인 팀이 우스꽝스러운 모습만 보이다 점점 실력을 갖춰 나가거나, 실력을 갖춘 팀이 계속 최고 수준의 팀만큼 경쟁력을 보이거나. 전자는 예능에 무게 중심을 두고 있고 후자는 진정성에 무게 중심을 둔다. 요즘은 후자에 가까운 방송이 많다. 아무리 예능이라도 스포츠를 소재로 한다면 보는 시간 아깝지 않은 경기력을 보여줘야 한다. 아니면 지더라도 끝까지 물고 늘어지는 저력이라도 보여줘야 한다. <최강야구>가 인기를 끌었던 것도 그 이유다. 프로에서 인기를 누렸던 선수들이 전성기 모습은 보이지 못해도 그 수준에 가까워지려고 노력하는 모습이 인상적이었기 때문이다.


그런 면에서 인기 스타가 방송에 나와야 한다는 것은 스포츠 예능 방영의 첫 번째 공식이다. 누구에게나 익숙한 이가 나와야 한다. 야구와 축구 예능은 너무 많으니 다른 종목을 활용하는 스포츠 예능이 등장하고 있는데 MBC <신인감독 김연경>은 직관적인 제목에서부터 알 수 있듯이 우리나라 배구의 최고 인기 스타인 김연경을 감독으로 한 배구 예능이다.


배구를 소재로 하고 있다는 점에서 다른 스포츠 예능과 차별점이 있다. 여기에 김연경이라는 스타가 나온다는 점도 시청자를 주목하게 하는 강점이다. 은퇴 선수, 프로 방출 선수, 아마 선수 등 정점에서 활약하고 있진 않지만, 배구에 열정을 가진 선수들을 모아 프로 제 8구단을 목표로 여러 팀과 대결을 펼친다는 것도 다른 스포츠 예능과 다른 점이다. 목표만 거창한 것이 아니라 목표에 도달하기 위해 이겨야 하는 상대들이 만만치 않기에 목표 달성이 쉽지 않다.


많은 사람이 이 방송을 본다면 이는 방송으로서 성공하는 것이다. 하지만 진짜 성공했다는 말을 듣기 위해서는 새 구단을 창단하거나 많은 선수가 프로에 진출해야 핸다. 이를 위해 경기력이 좋아야 한다. 이는 단지 경기를 잘하기 위한 것이 구단 창설, 선수 홍보를 위한 것이다. 정말 프로 구단 창설이 목표라면 아무리 실력 좋은 상대를 만나더라도 압도적인 모습, 최소 대등한 모습을 보여야 한다. 하지만 팀의 이름인 ‘언더독스’처럼 약자에 가까운 이들이 모인 팀이다. 좁은 배구판에서 프로 팀끼리도 정보와 소문이 돌았을 텐데 출연자들이 프로를 능가하는 실력자였다면 진즉에 프로팀에 뛰었을 것이다. 이런 시선을 뒤집기 위해서는 선수들은 자신의 능력을 최대한 발휘해야 한다. 이 방송은 재기를 노리는 선수들의 여러 구단을 향한 ‘쇼케이스’다. 팀의 목표를 위해 김연경이 선수로 뛸 수 있겠지만, 그렇다면 ‘언더독’이라는 팁 콘셉트에 맞지 않고 쉽게 목표를 달성하는 일종의 치트키이기에 사용하지 않을 것이다.


성공을 위해서는 경기력 외에 다른 볼거리가 나와야 한다. <최강야구>가 눈에 띄었던 것은 입담 좋은 야구선수가 많았기 때문이다. 아쉽게 이 방송에서는 그런 선수를 찾기 힘들다. 또한 절박함이 더 묻어나는 방송이기에 끝없는 웃음을 바라기는 힘들뿐더러 배구에만 열중했던 선수들에게 예능적 감각을 기대하기도 어렵다. 그래도 방송은 캐릭터를 부여하려 하거나 선수들의 서사를 풀어주는 등 예능적 요소 활용만이 아니더라도 김연경 외 다른 스타를 만들고 방송으로서 재미를 만들기 위해 노력한다. 스타를 만들지 않더라도 배구의 흥행을 위해 전략이나 용어 설명에 더 공을 들이는 식의 방법으로 볼거리를 만들어야 방송과 배구 인기에 모두 도움이 될 것이다.


이 프로그램은 김연경의 김연경에 의한 프로그램이다. 그러다 보니 선수들보다 김연경이 돋보인다. 출연자는 많지만, 배구를 좋아하는 사람이 아니라면 이들이 누군지 잘 모를 것이다. 이는 어쩔 수 없는 부분이다. 방송도 김연경이라서 전폭적인 투자를 한다. 나중에 운이 좋아 후원자를 구할 수 있을지라도 김연경이 관두면 방송도 투자하는 이들도 사라질 것이다. 이 프로그램을 계기로 실력이 괄목상대하게 성장하는 선수도 있겠지만 모두가 그러기에는 방송 촬영이 주이기에 훈련 양도 시간도 프로 선수보다는 적을 것이다. 이처럼 열악한 환경에서 8구단 체제라는 목표를 이루는 것보다 냉정하게 눈에 띄는 몇 명의 선수만 프로 다시 가는 것이 이 프로그램의 가장 행복한 마지막이 아닐지 생각된다.


11월에 또 다른 스포츠 예능이 방송을 준비하고 있다. SBS는 서장훈을 감독으로 한 <열혈농구단: 라이징이글스>, 채널A는 여자 야구를 소재로 하는 <야구 여왕> 등이 있다. 실력과 스타 한 가지 요소만으로는 방송의 성공을 보장하기 어렵다. 성공하기 위해 무엇이 필요한지, 더 새로운 것을 보여줄 수 없는지 이전 프로그램을 참고해 준비할 필요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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