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판사판 야구 싸움
<최강야구>가 방송사인 JTBC와 제작사인 스튜디오 C1의 불협화음으로 갈라서는 일이 일어났다. 이에 따라 스튜디오 C1은 <최강야구>의 출연진으로 <불꽃야구>라는 콘텐츠를 제작하고 JTBC는 <최강야구>를 새로운 팀으로 재구성하며 새로운 시즌을 준비했다. <불꽃야구>는 법적 싸움으로 유튜브에 영상을 게시해도 계속 삭제되는 일이 반복됐고 <최강야구>는 팀 재구성 중 프로 구단에 소속되어 있던 이종범 코치가 프로 야구 시즌 중 팀을 나와 감독으로 합류하는 등 잡음이 떠나질 않았다.
JTBC가 방송국으로서 권한이 있다고는 하나 지금 <최강야구>의 모양새는 잘나가는 식당 주인 내쫓고 물려받았다고 말은 하는데 맛이 바뀐 음식 내놓는 모습 같다. 구성이 분명 같음에도 재미가 부족하다. 이전의 방송이 시즌을 거듭하며 이야기를 쌓아나갔는데 그 탄탄했던 이야기를 다 무너뜨리고 새로 지어야 하기 때문이다. 선수 영입 과정이 상세히 나오는 것도 아니고 그렇다고 분쟁 과정을 재미있게 이야기할 수도 없다. 익숙한 음식을 전혀 다른 맛으로 보려니 맛이 떨어진다. MBN의 야구 예능이었던 <빽 투 더 그라운드> 출신 선수들이 많기에 그렇게 안 보이려 해도 <최강야구>보다 <빽 투 더 그라운드>처럼 느껴질 때가 많다. 새로운 얼굴들에 캐릭터를 입혀나가야 하는데 그들의 매력을 잡고 시청자의 이목을 끄는 데 많은 시간이 필요하다.
방송 구성은 이전의 <최강야구>, 지금의 <불꽃야구>와 비슷하다. 유명 은퇴 선수들이 출연해 야구 경기를 한다는 큰 틀은 다르지 않다. 경기는 기존 야구 경기 방식을 따르지만, 컵 대회를 치르는 것이 특이점인데 프로구단 상대로 이겨야 하는 것이 아니기에 진짜 최강의 호칭을 받을 수 있는지 의문이다. 새로운 선수 영입도 트라이아웃이 아닌 특정 팀과 대결 후 승리하면 눈에 띄는 선수를 영입해 가는 것인데 상대 선수에게는 져야 이득인지 이겨야 이득인지 혼란스러울 것 같다는 생각이 든다.
결국 제작진의 역량 문제가 크다고 볼 수 있다. 기존 제작진에 익숙해져 새로운 제작진과 방식에 적응하는 데 시간이 필요하다는 것으로 변명할 수 있겠지만 이런 잡음 속에서 <불꽃야구>라는 과거에는 협력자였으나 지금은 경쟁자가 되어버린 이들과 싸움에서 승리하려면 철저한 준비로 맞서야 하지 않을까? 단지 익숙한 프로그램의 이름을 사용하고 팀만 구성해 놓으면 이전의 인기를 계속 끌 수 있다고 생각했다면 오산이다. 남은 팬도 있겠지만 기존 팬의 대다수는 <불꽃야구>를 따라갔기 때문에 새로운 팬을 이끌고 기존 팬을 되돌릴 방법을 미리 마련해야 했다.
방송업계는 큰 싸움이나 야구계에서는 홍보 창구가 늘어나니 나쁜 게 없어 보인다. 정작 방송 출연자들은 서로 사이가 좋다 하니, 야구 홍보와 발전이라는 목적 달성은 물론 자기 주머니도 두둑해지니 오히려 좋다고 생각하려나. 저작권을 가지고 있다고 해도 후발주자, 따라쟁이는 <최강야구>라는 이미지를 가지고 있기에 이를 빨리 털어내야 하는데 구성도 진행 방식도 비슷하기에 쉽지 않아 보인다.
<최강야구>와 <불꽃야구>의 경쟁. 이 진흙탕 싸움의 승자는 누구라고 할 수 있을까? 애초에 JTBC에서 <최강야구>를 계속하기로 결정한 것은 <최강야구>의 성공보다 <불꽃야구>를 없애기 위한 ‘너 죽고 나 죽자’는 식의 자폭 공격을 하기 위한 게 아니었을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