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거진 TV를 켰네

대통령의 예능 출연에 관한 생각

by 와칸다 포에버

정치적으로 어떤 성향이고 어떤 정당과 사람을 지지하느냐를 떠나 나는 대통령을 비롯한 정치인이 예능 프로그램에 출연하는 것을 좋아하는 편이 아니다. 특히 선거철이나 큰 행사를 앞둔 특정 시기에 출연하는 것은 더욱 그렇다. 출연하기 위한 목적은 여러 가지겠지만 그 의도를 아무리 설명해도 좋게 느껴지지 않는다.


대통령이 예능에 나오는 것은 우리나라에서도 자주 있었던 일이고 우리나라만의 일도 아니었다. 미국도 빌 클린턴 대통령이나 버락 오바마 대통령은 예능에 출연했다. 김대중, 노무현 대통령을 시작으로 많은 대통령이 재임 중이나 후보로 활동할 때 방송가 문을 두드렸다. 정치인의 고착된 이미지를 바꾸고 새롭게 구축하는 데는 방송만큼 효과적인 장치가 없기 때문이라는 것이 증명됐기 때문이다. 정치인 예능인 <적과의 동침>이 방영되고 많은 정치인이 출연했던 것도 이 때문일 것이다. 이 시대에 정치인의 예능 출연이 낯선 일이 아니게 된 지는 오래됐다. 새로운 얼굴이 필요한 방송국도 자주 볼 수 없고 위상 있는 이들의 출연은 더 많은 시청자를 끌 방안이 될 수 있으니 웬만한 일이 아니고선 만류할 이유가 없다.


하지만 그 결과가 항상 좋은 것은 아니라는 것이다. 이명박 전 대통령은 예능 출연을 하려다 미국산 쇠고기 수입 문제로 들끓는 여론 때문에 포기했다. 윤석열 전 대통령은 대통령 취임 후 여러 예능에 출연하며 예능을 정치에 이용한다며 비판을 받았다. 당시 야당의 대표였던 이재명 대통령이 대통령 취임 후 예능 프로그램에 출연하니 당연히 현 야당의 공격을 받을 수밖에 없다. 윤석열 대통령이 출연할 때도 비난했으니, 너도 한 번 당해보라는 식이다.


뭔가 홍보하는 데에 있어 대통령보다 위상 있는 사람이 있는지 떠올리기 어렵지만, 꼭 대통령이 홍보해야 하는 건지라는 의아함이 있다. 이재명 대통령은 예전부터 많은 방송에 나왔을 정도로 방송 친화적인 사람이지만 다른 대통령처럼 좋지 않은 전례도 많은데 굳이 본인이 방송에 출연해야 할 정도로 중대한 사항인지 묻고 싶다. 한국 음식을 소개하고자 한다면 대외적 회의나 행사로 알리는 게 더 효과적인 방법이 될 수 있지 않을까.


사람마다 지지하는 사람이 다르니 누가 언제 출연해도 대통령이라면 욕을 먹는 것이 당연한 일로 여길 수 있다. 요즘처럼 정치 성향이 극과 극에 달한 지금 그나마 이를 줄일 방법은 국정에서 좋은 성과를 내는 것이다. 그래야 대통령이 무엇을 하든 잠잠해진다. 예능 출연도 빛날 수 있다. 녹화 시기는 사고 전이겠지만 국가정보자원관리원에 화재 사고가 일어나 정부 시스템이 마비된 때에 프로그램이 방영되며 출연 시기에 관해 손가락질받는 것은 어쩔 수 없이 받아들여야 하는 것이다. (물론 그 외 다른 일은 잘 해내고 있기에 큰 문제로 보이지 않는다)


자기 민낯을 온전히 드러내는 사람이 있겠느냐마는 대통령을 비롯한 정치인들이 방송에 나와 보이는 모습들이 이미지 구축이라는 의심의 눈은 거둘 수가 없다. 여러 군데 빠지지 않고 출연해 자신의 진짜 모습을 반복해 보이는 것도 아니고 인기 프로그램 같은 특정 프로그램에 나와 잠깐 자기 이야기를 남기니 더욱 그렇다. 진정성이 없어 보이는 것이다. 방송에서 자기가 한 말과 다른 행보 때문에 임기 말에 조롱거리의 자료로 쓰이는 일이 잦아지다 보니 정치인의 방송 출연은 시청률 높이기, 정치인 이미지 만들기로 외 다른 목적은 찾기 힘들어 보인다.


“대통령이 절대 방송에 출연하면 안 된다”라고 말하지는 않겠다. 하지만 예전보다 더 비난이 일색인 지금은 시기와 방송의 장르 고려에 신중해야 할 필요가 있을 것 같다. 왜 대통령이 나와야 하는지 무엇을 보여줄 수 있는지 확실한 설명이 뒷받침되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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