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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와칸다 포에버 Apr 20. 2021

고마워, 대학내일

<대학내일>이 2019년 12월 16일 914호에서 기나긴 방학이라는 이름으로 종이 잡지 인쇄 중단을 선언했다. 내겐 가슴이 철렁거리는 말이었다. 학교에 다니는 동안, 졸업한 이후에도 매주 도서관을 찾아갈 정도로 나는 정말 대학내일을 좋아했기 때문이다. 내 반응과 달리 대학내일은 담담하고 덤덤했다. PDF 파일이나 홈페이지 내 기사, SNS 등을 통해 만날 수 있어서인지. 내 마음도 모르는 대학내일. 좋아하는 가수의 은퇴, 결혼 선언을 지켜본 팬의 심경도 이런 것일까? 


많은 학생 잡지는 내 일주일의 청량제 같았던 존재였다. 매주 월요일이면 다양한 학생 잡지가 쌓여있는 도서관으로 가 한 움큼 모아 천천히 읽어보는 게 내 낙이었다. SNS와 인터넷으로도 볼 수 있음에도 인쇄물을 찾아 종이를 넘기며 손맛을 즐겼다. 그중 최고는 대학내일이었다. 뷰티, 취업 같은 한 주제에 몰려 있던 잡지에 비해 대학 내일은 사람의 마음을 위로해주는 느낌이 들었다. 전반적으로 대학생들이 공감할 내용이 많았고 여행, 취업 같은 관심 가질만한 정보도 많았기에 마음에 드는 부분이 있을 때면 그 페이지를 찢어 스크랩해놓기도 했다. 어쩌면 푸념이라고 할지 몰라도 기자가 쓴 글, 학생 독자가 기고한 글은 많은 고민으로 불안했던 내게 조금은 위로가 되었다.


그래서였을까. 독자로서 머물기보다 직접 제작에 참여하고 싶어서 학생기자 모집이 뜰 때면 나 역시 지원했다. 면접을 봤던 곳은 일반 가정집 느낌이 나면서 고양이가 꽤 있던 곳이었다. 뭔가 동화 속 요정들이 일하는 아기자기한 공장의 모습이랄까? (기억이 오래돼 왜곡된 것일 수도 있다) 일반적인 회사의 모습이 아닌 지금은 스타트업 기업들이 추구하는 자유로운 분위기의 모습이었다. 탈락의 고배를 마시긴 했지만, 면접 분위기도 딱딱한 분위기가 아니었다. 아마 기자였을 것 같은데 대학생의 이런저런 이야기를 경청해주던 면접관들의 모습은 너무나 인상적이었다. 지금 고백하지만 섭섭한 마음에 몇 주는 안 읽었습니다. 후후.


대학교를 거니는 게 좋아 지금도 여러 대학에 가곤 하는데 먼저 가는 곳이 학생회관이다. 대부분 그곳에 대학내일이 있기 때문이다. 회관이 아니더라도 도서관, 학과 건물 앞에 가면 대학내일이 자기를 좀 가져가라고 손짓하는 것처럼 보였다. 내가 학교에 다니던 시절에는 빠르면 2~3일, 늦어도 금요일이 되면 흔적 없이 사라져 버리는 게 대학내일이었다. 간혹 남아 있는 날에는 ‘표지 모델이 남자인가?’ 생각하곤 했는데(보통 여자 모델이 화제를 모았다. 사라지는 속도도 남자 모델이 표지로 있던 것보다 여자 모델인 경우 더 빨랐다.) 꼭 그 이유 때문만은 아니었다. 요새는 잔뜩 쌓여 있거나 종이가 습기를 머금어 원래 크기보다 잔뜩 부풀려진 모습으로 만나기도 했다. 


어떻게 보면 디지털 시대라는 이름 아래 전자책이 나오는 이때 종이 잡지는 크기가 작을지라도 불필요한 공간을 차지하는 불편한 존재가 되었을지도 모른다. 책이 아니라도 다양한 정보와 소식을 접할 수 있는 창구가 많아진 것도 잡지에 사람들의 손이 가지 않는 이유 중 하나이지 않을까. 매주 대학 생활의 소소한 재미를 책임지고, 한가인을 비롯한 스타들의 등용문 역할도 하곤 했던 표지 모델계 미다스의 손이었던 대학내일도 시대 변화의 흐름을 벗어나기는 쉽지 않았을 것이다. 


얼마 전 펭수가 표지 모델을 했다는 소식을 접하고 한 권 소장하고 싶어 오랜만에 모교를 방문할 계획도 세웠지만, 순간의 귀차니즘이 계획을 포기하게 했다. 그래서 지금 땅을 치고 후회 중이다. 종이 잡지 출간을 안 할 줄 알았더라면 진즉에 챙겼을 텐데. 이 글을 읽는 분 중에 대학 내일 관계자가 계실지 모르겠지만 만약 계신다면 한 권만 선물해주실 수 없나요? 흑흑.


대학내일은 내 대학 생활의 활력소였다. 나뿐만 아니라 대학내일을 즐겨 읽었던 사람이라면 모두에게 그 역할을 했을 것이다. 그런 의미로 1999년부터 지금까지 쉬지 않고 달려온 대학내일에 공로상을 수여 한다. 대학내일 고마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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