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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와칸다 포에버 Oct 22. 2020

결국 한 명의 시민

어떤 삶을 살더라도

미국에서 꼽는 걸작이라지만 영화 문외한인 내게는 그저 오래된 영화였던 <시민 케인>. 영화를 보고 난 후 느낀 점을 적어본다.


시민 케인


언론계 큰손인 찰스 포스터 케인(오슨 웰즈)은 엄청난 성공을 누렸고 몰락도 경험한 롤러코스터 같은 인생을 산 사람이다. 저택에서 죽음을 맞이하며 남긴 말은 로즈버드. 기자들은 그 말에 담긴 엄청난 의미를 밝히려 그의 족적을 좇는다. 


이순신 장군처럼 "나의 죽음을 적에게 알리지 말라." 같은 울림이 있는 말을 남길 수도 있었다. 하지만 그가 남긴 로즈버드 한 단어는 듣는 이에게 고개를 갸우뚱하게 만든다. 케인은 왜 그 말을 했을까. 임종 순간에 떠오른 것이라서? 로즈버드라는 단어가 자신의 인생 모든 것을 함축한 내용이 담은 단어라서? 우리는 알 수 없다. 저마다 해석하기 나름이다.


희로애락. 인생이라는 여정에서 우리는 이 네 가지 감정을 느끼며 산다. 그리고 다양한 상황을 경험한다. 언젠가는 사랑에 빠지기도 하고 성공의 맛을 누리기도 한다. 각자의 가치관도 다르고 사회적 위치도 다르다. 불안한 주머니 사정 속에 사는 사람들은 생각한다. 돈이 많다면 명예가 있다면 걱정 없이 살 수 있지 않을까. 하지만 돈 많은 재벌도 사업의 성공과 유지에 걱정하고 본인의 안위 때문에 걱정한다. 아무리 대단한 인생을 살았다 하더라도, 별의별 일을 겪든 겪지 않든 결국 하나의 사람인 것이다.



사람을 완벽하게 평가할 수 있을까. 자신을 스스로 잘 파악하는 것도 어려운데 타인을 처음부터 끝까지 파악하고 설명하기란 쉽지 않은 일이다. 설명하더라도 대부분이 유추와 판단하는 일에 가까운 것이다. 누군가를 확실히 알기란 거의 불가능에 가까운 일이다. 인생이란 게 그런 게 아닌가 싶다. 나를 포함한 그 누구도 나와 남의 인생을 쉽게 정리할 수 없고 정의할 수 없다. 



결국 케인이 남긴 로즈버드는 누구도 해석해내지 못한 채 끝이 난다. 그리고 의외의 물건에서 그가 남긴 말이 등장한다. 로즈버드는 그가 어린 시절 즐겨 타던 썰매 이름이었다. 대단한 기대와 궁금증으로 찾는 사람에게는 얼마나 허무한 일인가. 케인은 어린 시절의 추억이 그리웠기에 그 말을 남겼던 것일까?


다만 알 수 있는 것은 케인도 하나의 사람이고 시민이라는 것이다. 그의 과거를 돌아보는 동안 그 역시 남들과 다를 것 없는 인생을 살아왔다. 이 땅에 태어나고 자라 죽음이라는 지점에 도달하는 평범한 인생 말이다. 단지 방향과 고도의 차이가 조금 있었을 뿐이다. 시민은 우리뿐만 아니라 케인에게도 어울리는 단어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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