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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와칸다 포에버 Oct 06. 2020

힐링이 필요해

안빈낙도 안분지족  천석고황 음풍농월

나의 인생은 사계절이 있는 한 해처럼 다채로웠으면 한다. 하지만 바뀌는 계절과 다르게 회색 건물 숲속에서 늘 비슷한 일상을 보내고 있다. 스멀스멀 다가오는 현실과 이상 사이의 괴리감, 여기에 코로나 19 바이러스 때문에 바깥 공기를 누릴 자유마저 속박당해 찾아오는 우울함. 힐링이 필요함을 절실히 느끼는 요즘이다.


그렇게 2020년의 절반이 지나가 버렸다. 따스한 봄기운은 이제 뜨거운 여름빛으로 옷을 갈아입고 있다. 목이 터지라 우는 매미 소리, 밤낮 가릴 것 없이 활발히 움직이는 수많은 벌레. 탐스럽게 익은 과일과 채소, 송골송골 맺혀 이마와 등에 흐르는 땀방울. 여름 하면 떠오르는 것이 많지만 올해 과연 제대로 경험할 수 있을는지. 마스크를 벗지 못해 답답한 얼굴처럼 답답한 마음으로 한가득하다.


<리틀 포레스트>


영화 <리틀 포레스트: 여름과 가을>은 이 아쉬움을 조금이나마 달래줄 영화다. 도시 생활에 지친 이치코(하시모토 아이)는 고향으로 돌아와 농사를 지으며 산다. 고향은 시내로 나가려면 한 시간 이상이 걸리는 오지. 그 안에서 직접 농사지은 작물들과 채소로 매일 정성껏 식사를 준비하고 행복을 느낀다.


하시모토 아이


영화의 중간마다 동네 이웃, 친구들과 소소한 이야기나 엄마와 추억을 돌아보는 이야기는 잔잔한 재미를 준다. 하지만 영화를 보는 동안 더 눈에 들어오는 것은 이치코가 사는 마을 코모리의 풍경과 군침 돌게 하는 그녀의 요리 과정이다.



우거진 나무, 탐스러운 열매와 채소, 흐르는 물, 푸른빛에서 황금빛으로 변하며 자라나는 논밭 등의 모습은 갇혀 있던 우리의 시야를 트이게 해준다. 단지 그곳에서 나는 재료로 음식을 만들 뿐인데 그 과정에서 나는 소리와 화면은 아기자기한 재미가 있어 보는 사람에게 하여금 영화에서 눈을 뗄 수 없게 만든다. 보이는 것은 분명 단조로운 자연과 일상이다. 하지만 우리가 쉽게, 자주 접하지 못했기 때문인지 영화 속 계절이 바뀌는 동안 청량감과 편안함이 감돈다.



이치코는 자동화된 도시보다 무엇이든 수동으로 해내야 하는 자연에서 더 나은 삶을 사는 걸까? 단정 지을 순 없겠지만 자연과 친화되어 사는 모습을 보면 그래도 행복을 누리고 있는 것 같다는 생각이 든다. 이치코가 요리 재료를 수확하듯 보는 사람은 ‘나도 한 번?’이라는 귀농을 향한 순간의 충동을 수확한다. 치유와 행복의 삶이 마치 기다릴 것 같아서 말이다.



이 영화를 보고 여운이 있거나 이야기를 더 감상하고 싶다면 <리틀 포레스트 2: 겨울과 봄>을 보시길 추천한다. 지금 이 시국에 ‘No Japan’은 외치지 못할망정 일본 영화를 추천하느냐고 하시는 분들은 우리나라에서 리메이크한 <리틀 포레스트>가 있으니 보시길 바란다. 답답한 우리의 기분을 달래줄 2시간 남짓의 ‘힐링 타임’이 기다리고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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