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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명진 Jul 22. 2022

시작 노트

서로가 더 많은 구원을 하겠다며 경쟁하고 있는 두 십자가를 본다. 청년의 문화센터라는 글귀가 적힌 공원엔 빛이 내린다. 십자가는 밤을 무한히 뱉어내고 있다. 어머니는 충정로를 충청로로 발음하셨고 나는 충청도는 엄마 살던 곳이라고 장난기 넘치던 대화를 건네며 길을 나선다. 어머니는 잘 웃으셨다. 글에서 빛이 난다거나 구원이 내려온다거나 하는 건 웃긴 소망이었으나 나는 때때로 그런 마음을 담아 시를 적었다. 다정을 묶어낸 편지를 부치는 심정으로 시를 쓰면 환멸과 비참으로 보이던 세상을 다시금 사랑으로 볼 수 있곤 하였다. 시인이여 다짐을 하자. 세상은 어디선가 또 내게 말을 걸어올 것이고, 나는 다시는 당신의 목소리를 놓치지 않으리라. 두 십자가 사이를 향해 새끼손가락을 건다. 나의 공간이 얼마나 더 푸를진 가늠할 순 없었지만 시 속에서의 나는 최후의 숨을 겨냥하는 저격수였고 생기를 머금은 새싹이었으며 누군가 쉬었다 가길 바라는 벤치였다. 순간을 영원처럼 사랑하고, 모든 걸 더 영원처럼 생각하여 적어야 했다. 이것이 나의 글이었고, 그것이면 충분하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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