간직하고만 있기에는 넘나 훌륭한 굿즈입니다
브런치 굿즈를 검색해보니 많이 간직하고만 계신 것 같아서 용기 있게 '브런치 굿즈 활용기'를 써본다. 초여름, 인스타에 그야말로 2019 서울 국제도서전 태그가 넘쳐나던 그때 당연히 나도 가보고 싶었다. 주말에는 독박 육아로 길 막히는 코엑스까지 외출하기 힘들 것 같아서 평일에 후다닥 뛰어갔다. 티켓도 현장에서 제 값 주고 들어가고 (다음에는 얼리버드 티켓을 사야겠다고 다짐함)
아이들 책 사러 갔던 유아교육박람회보다는 조용하겠지라는 마음으로 들어갔더니 입구에 들어가자마자 김ㅇ사 뚜둥! 안돼! 아이들 책에 또 눈이 팔리면 안 돼! 오늘은 내 책을 보러 온 거야! 마음을 다잡고 또 지나가는데 미ㄹ앤!! 아아! 아이들 책... 결국 만들기 키트가 들어있는 어린이 과학도서 몇 권을 사고 티켓에 붙어있던 3,000원 할인권도 바로 써버렸다.
입구에서 나눠주던 지도를 들고 왔어야 했는데... 엄청 후회하면서 그냥 무작정 여기저기 다녔다. '어엇! 빵이다!' 전시회장이 무지하게 커서 하마터면 빵만 먹고 집에 갈뻔했는데 빵집 덕분에 B홀에 들어갔다. 이 곳은 뭔가 초등학생들의 현란한 코딩 교육의 현장이었다. 눈을 들어 산을 보니 '음? 아시아 독립출판물!?' 다양한 굿즈들과 소책자들. 작가들의 노고가 묻어있는 작품 하나하나를 보면서 세상에는 참 천재들이 많다고 생각하며 집에 가려는 순간!
저기 뒤에 있는 까만 부스에 사람들이 줄을 서 있는 게 보였다. 뭐지? 하고 다가가서 보니 수첩을 준다길래 아직 아이들 하원 시간도 남았고 해서 기다리기로 했다. 이때까지도 기대치가 1도 없었다. 앞에 설명하시는 분이 사진을 찍고 인스타에 올리면 한정판 굿즈를 준다기에 아 그렇구나 하고 사진 찍고 인스타에 올리고 안으로 들어갔다.
- 어떤 주제를 고르시겠어요?
- 음... 퇴사... 요(육아라고 하기엔 내가 너무 아기 엄마 같아서 퇴사를 골라봄)
부스럭부스럭 커다란 종이 한 장을 주더니
- 찍으시면 되세요.
- 네? 아..(귀찮) 저는 큐알코드 어플이 없어요.(완곡한 거절 중)
- 네? 카카오톡 하시죠? 거기에 있는데요?
- 네? 저는 한 번도 써본 적이 없는데...
하고 카카오톡 화면을 보여주니 화면 맨 위 오른쪽에 있는 [QR]을 손가락으로 누르더니 종이 위에 바코드 위로 화면을 비추자마자 인식하는 소리와 함께 BRUNCH 링크가 걸린 글로 이동했다. 정말 신기한 경험. 처음 해본 큐알코드였다.
- 우와 신기하네요! 저... 굿즈 받아갈 수 있나요?
- 여기요 감사합니다.
- 아, 제가 더 감사합니다.
그러고 굿즈를 열었는데 대박대박 이런 대박이, 정말 너무 마음에 쏙 드는 게 아니겠습니까? 보통 무료로 나눠주는 굿즈 퀄리티가 이 정도라니, 브런치 기획팀은 정말 대단, 사이즈도 딱이고 센스 있는 귀여운 연필과 왼쪽에는 여러 작가의 글이 가득 들어있어서 글을 쓰고 싶게 만드는. 제작비는 또 무엇인가. 이로써 브런치에 나도 글을 써보고 싶다는 마음이 들었다. 한정판 굿즈에 현혹되어 브런치에 글을 쓰기로 마음먹은 사람 여기 있습니다. 저 말고 분명 더 있겠죠??... 그렇죠?
책을 읽고 문장을 수집하는 방법은 사람마다 모두 다른데 나는 연필로 슥슥 낙서하는 것을 선호한다. 책을 읽다가 평소에 마음에 남았던 이미지와 문장이 만날 때가 있는데 잊지 않고 기억해 두었다가 문장을 (때때로, 가끔, 시간이 나면) 그린다. 아기 재우고 한두 개씩 읽고 있는 문태주 시인의 <바람이 불면 바람이 부는 나무가 되지요> 수필집이다. 같은 한국말을 쓰는 사람이 맞는 건지 문장이 너무 좋아서 아껴 읽고 있다.
저녁의 시간을 맞으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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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리스 시인 사포가 쓴 <저녁별>이라는 시를 오늘 읽었다. 시는 짧았다. "저녁별은/ 찬란한 아침이/ 여기저기에다/ 흩뜨려놓은 것을/ 모두 제자리로/ 돌려보낸다./ 양을 돌려보내고/ 염소를 돌려보내고/ 어린이를 그 어머니 손에/ 돌려보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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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시는 참 여러 가지를 생각하게 한다. 우리들의 일상에서 아침이 하는 일이 무엇인지를, 낮에 우리는 무엇을 욕망하는지를, 본래의 자리 즉 제자리가 어디인지를, 그리고 내가 저녁마다 돌려보내야 할 것의 목록이 무엇인지를 생각하게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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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저녁은 빛이 스러지는 때다. 빛은 서서히 사라진다. 모래가 바람에 흩어지듯이. 그리고 깊은 데로 들어간다. 내면이라는 곳으로, 혹은 제자리라는 곳으로, 그러므로 저녁의 시간은 돌아오고, 돌아가는 시간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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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저녁의 시간에 많은 것을 기다렸다. 아버지와 어머니가 들판에서 돌아오기를 기다렸다. 초저녁별이 우리 집 지붕 위로 돌아오기를 기다렸다. 풀밭에서 염소를 몰고 돌아오기도 했다. 아버지로부터 소를 받아 집으로 몰고 오기도 했다. 내게 저녁의 시간은 돌아오는 것을 기다리고, 또 손수 맞이하는 시간이었다. p.113
'고독과 방랑 그리고 장미 또는 모순의 시인'으로 불린 라이너 마리아 릴케. 릴케에게는 생활의 규칙이 있었다. 그 가운데 하나는 오전 시간을 활용해서 편지를 쓰는 일이었다. 릴케는 스스로 "저는 편지를 아직도 인간들 사이의 가장 멋지고 풍요로운 교제 수단으로 생각하는 구시대풍 사람들 중의 한 사람입니다"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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특히 릴케는 프란츠 크사버 카푸스라는 문학 지망생에게 1903년부터 5년 동안에 걸쳐 10통의 편지를 보냈는데, 잘 알려진 대로 그것이 책으로도 출간된 <젊은 시인에게 보내는 편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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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 편지글에서 릴케는 '위대한 고독의 내면'을 상당히 강조한다. 가령 다음의 문장들을 읽을 때 이러한 사실은 분명하게 발견된다. "친애하는 카푸스 씨, 당신의 고독을 사랑하고 당신의 고독이 만들어내는 고통을 당신의 아름답게 울리는 비탄으로 견디게 하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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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독은 단 하나뿐이며, 그것은 위대하며 견뎌내기가 쉽지 않습니다. 거의 누구에게나 고독을 버리고 아무 하고나 값싼 유대감을 맺고 싶고, 마주치는 첫 번째 사람, 전혀 사귈 가치조차 없는 사람과도 자신의 마음을 헐고 하나가 된 듯한 느낌에 빠지고 싶을 때가 있기 마련입니다. (...) 그러나 그때가 바로 고독이 자라나는 시간입니다." p.109
(...) 이 책은 하루를 살면서 '놓친 인연 Missed Connection'에 대해 이야기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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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가 보낸 시간에도 분명 아쉽고, 또 미련이 남는 일들이 있다. 물론 이미 지나버린 시간을 되돌릴 수는 없다. 그 시간 속으로 되돌아가 일이 진행되는 방향의 물길을 다른 쪽으로 변경할 수도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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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러나 우리는 어느 때에 시간의 경과를 펼쳐놓고, 또 놓친 인연에 대해 생각함으로써 다시 또 올 내일의 시간에는 좀 더 그 과정에 집중할 수 있을 것이다. 그리하여 과거보다 더 멋지고 행복한 시간을 살 수 있을 것이다. p.143
마지막은 스누피로 유명한 피너츠의 작가에 관한 책이다. 벌써 9월인데 한동안 바쁘다고 놓았던 책을 다시 읽고 기록해야겠다. 브런치 굿즈 안에 있는 포스트잍이 너무너무 많은데 그만큼 책을 읽기를 소망하며, 음... 마무리 어떻게 하지요? 끝! 다들 브런치 굿즈 써보세요...!?
이야기가 사라지도록 내버려 두지 말고 끈질기게 질문하세요. 너무 늦기 전에 지금 당장 그렇게 하세요. 이것이 만화에 대한 아이디어를 줄러 일으키는 사고방식이다. 나는 언제나 더 깊이 들어가려고 노력한다. 우리는 모두 매체의 한계에 가로막히게 되며, 코믹 스트립에는 죽음 같은 주제를 이야기할 공간이 충분하지 않다. 그러나 열심히 노력한다면 그 주제를 담아낼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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또 나는 세상을 향해 열린 자세를 유지하려고 노력해야 한다고 생각한다. 나는 책을 많이 읽는다. 단순히 자료를 찾거나 아이디어를 짜내기 위해서만은 아니다. 독서가 즐겁기 때문에 읽는다. p.109
<찰리 브라운과 함께한 내 인생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