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9.10.3. 목
흐린 오전과 달리 다행히 낮에는 날이 좋아져서 점심을 먹고 걷기에 좋았다. 여름에는 초록잎들이 있어서 코가 즐겁고, 가을에는 바스락거리는 낙엽 밟는 소리에 귀가 즐겁다. 오후에는 빛이 좋아서 감사한 날이었다. 오늘은 팔레트도 깨끗이 씻고, 물통에 물도 다시 받고, 붓도 탈탈 털어서 재료를 다듬고 도구를 정리하자. 가을은 구름도 빛도 아름다워서 하루하루 지나가는 게 아쉽다.
우리 집은 3층 남서향이다. 지난번에 부동산 하시는 분이 오후 네시에 오셨는데 그 날따라 햇살이 따뜻하게 감싸안는 느낌이었다. 그분은 우리 집 거실에 서서 여기저기 살펴보더니 쓸데없는 빛이 들지 않아서 좋은 집이라고 하셨다. 오전에는 나무에 반사된 빛과 바람에 일렁이는 나뭇잎이 좋고, 오후 햇빛에 내리쬐는 우리 집 거실이 좋다. 이 집에 와서 좋은 일만 넘쳐서 더 좋은걸 지도 모르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