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9년 9월 모임 두 번째. 나에게 가장 야박한 사람
02 아티스트 웨이
아티스트 웨이에서는 창조성 회복을 위해 꾸준히 해야 하는 두 가지 미션을 제안한다. 그중 하나는 모닝 페이지이고 다른 하나는 아티스트 웨이이다. 저자인 줄리아 카메론은 책 전체에 걸쳐 두 활동이 왜 필요하고 어떻게 해야 하고 그 효과는 무엇인지에 대해서 설명해두었다. 이 활동에 대해서 궁금하거나 해보고 싶은 사람은 책 아티스트 웨이를 읽어보는 것이 좋겠다.
줄리아 카메론, 아티스트 웨이, 임지호 옮김, 경당, 2012.
원서: The Arthist's Way, 1992.
모닝 페이지란 무엇일까? 간단히 말해 매일 아침 의식의 흐름을 세 쪽 정도 적어가는 것이다. “어휴, 또 아침이 시작되었군. 정말 쓸 말이 없다. 참, 커튼을 빨아야지. 그건 그렇고 어제 세탁물은 찾아왔나? 어쩌고저쩌고......” 모닝 페이지는 저급하게 말하면 두뇌의 배수로라고 부를 수 있다. 그것이 모닝 페이지가 하는 커다란 역할 가운데 하나이기 때문이다.
모닝 페이지, 45쪽.
매주 두 시간 정도 시간을 정해두고, 이 시간에는 당신의 창조적인 의식과 당신 내면의 아티스트에게 영양을 공급하는 것이다. 아티스트 데이트는 소풍 같은 것, 즉 미리 계획을 세워 모든 침입자들을 막는 놀이 데이트의 형태를 띤다. 아티스트 데이트에는 당신 자신과 내면의 아티스트, 즉 당신의 창조성이라는 어린아이 외에는 아무도 데려가서는 안 된다. 연인이나 친구, 배우자, 아이들, 그 누구도 말이다.
아티스트 데이트, 58쪽.
아티스트 웨이를 읽고
사전에 작성한 독후감의 부분을 읽고, 왜 그런 말을 했는지 나누는 시간을 가졌다. 본격적으로 토론을 하기 전에 책에 대한 감상을 나누는 시간이었다. 개인적인 경험과 생각이 노골적이었지만, 그만큼 가장 우리와 맞닿아있는 부분이기도 하다. 개인을 특정할 수 있는 내용을 지우기 위해 독후감과 구두로 나눈 이야기를 섞고 개인의 문체를 없애다 보니 혼란스러웠다. 다른 이의 작품을 훔치고 훼손하는 기분이 들었다.
그래서 규칙을 정했다. 이 글은 1코노미를 하려는 누군가에게 1코노미 독서모임을 가졌던 사람들이 했던 생각과 나누었던 대화를 공유함에 있다. 동일한 내용은 합치고, 한 주제당 250자 내외로 축소하여 명료하게 내용만 전달하려고 했다. 편집은 내가 했지만 본 글의 표현이나 내용은 1코노미 멤버 개개인의 것이다.
나를 찾을 때 생겨날 일들을 기대한다.
내 안의 창조성이 새로운 길을 보여준다.
1코노미에서 왜 아티스트를 논하는가? 지금 나의 생활과 아티스트라는 단어에 아무 관계가 없다고 생각해왔다. 그러나 창조성이 밖이 아니라 내 안에 있다 하니 새롭게 다가온다. 내가 가진 것들을 발견하고 궁극적으로 나를 찾게 해 주는, 그런 일을 해본 적이 없다. 12주의 과제를 통해 새로운 길을 볼 수 있을 것 같다.
왜 해야 하는 것만 하고 있었던가.
아이들은 틈만 나면 낙서를 한다. 눈치를 보면서도 짬을 내서 여기저기에 그림을 그리고 색을 칠한다. 그냥 재미있어서 그린다. 나도 그렇게 이유 없이 하고 싶었던 것이 있었는데 효율을 고민하는 수동적인 사람이 되어버렸다. 자유롭고 모험적인 부분은 내려놓고 목표와 결과, 그리고 명성을 바라보며 사는 것이 성공으로 가는, 인정받는 길이라고 여겼다. 되돌아보니 무엇을 하고 싶은지 무엇을 좋아했었는지 무엇을 즐기는지도 모르게 되어 있었다.
정적인 내면과 함께 시간이 흘러갔다.
조직생활을 할 때는 스스로의 마음이나 생각은 내려놓곤 한다. 내 의사와 상관없이 예라고 말한다. 감정 표출은 좋지 않았고 이성을 앞세우는 것이 편했다. 시간이 흐르면서 나에 대해 점점 더 둔감해졌다. 내면을 모르니 시간이 빠르게 흘러갔다. 연말을 맞이할 때마다 익숙한 일상에 멈춰 선 기분이 들었다. 돌이켜보면 나에게 솔직하지 않았고, 밖으로 나오고 싶은 나를 잠재웠다는 것을 알았다. 풍요로운 삶을 살기 위해서는 나를 들여다보고 다양한 표현을 하여 창조성과 감수성을 이끌어내야 하지 않을까.
내 현재, 내 감정에 솔직하기보다는 멋있어지고 싶다.
나를 직면하기가 무겁다.
모닝 페이지를 쓰는 것이 망설여진다. 꾸준히 쓴 일기를 되돌아보면 ‘왜 내가 이 시간에 신문을 보지 않았고 유튜브를 보았을까.’, ‘왜 어제 상사에게 말을 거칠게 했을까.’와 같은 사소한 잘못이 떠오를 것 같았다. 내 기록을 보고 우울해질까 봐 두려웠다. 그 과정을 넘어서야 그다음 단계로 넘어갈 수 있다고 하는데.
날 것 그대로를 꺼내기가 쉽지 않다.
피카소는 아이와 같은 표현을 추구하면서 살았다고 한다. 아이들은 날 것 그대로의 표현을 한다. 그러나 다른 친구들이 그리는 그림과 비교하며 자신이 그림을 못 그린다고 말한다. 못 그리는 그림이 무엇이고, 잘 그리는 그림이 무엇인데? 우리는 다른 사람에게 보여주기 위한 이미지를 만들고 있는 것은 아닐까? 나는 내 표현이나 나를 존중하고 소중하게 생각하고 있었을까? 모닝 페이지를 적을 때조차도 멋지게 잘 쓰고 싶은 나를 발견했다. 이 글은 그 상황에 느낀 감정이 아닌데. 날 것 그대로를 어떻게 솔직하게 표현할 수 있을까. 그게 계속 어렵다.
정제된 말을 쓴다.
잊어버리고 있었던 어린 시절의 꿈이 떠올랐다. 예전에는 생각이 자유로웠고 다양하게 표현할 수 있었다. 이제는 익숙하지 않다. 다시 자유롭게 쓸 수 있을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목적지에 도달하지 못할까 봐 시작을 쉽사리 할 수 없었다.
나에게 엄격했다.
내 안의 아티스트(=창조성)는 어린아이와도 같다고 한다. 아이를 마주할 때에는 작은 일에도 크게 칭찬하고, 넘어지더라도 격려를 하는 것이 당연한데도 나에게는 그러지 않았다. 성인이기 때문에 안 되는 것, 못하는 것에 더 집중했다. 거울 앞에 선 듯이 나를 똑바로 보며 내 안의 창조성에게 잘한다고 말한다면 그 아이의 성장을 통해 내 다음 모습을 찾을 수 있을 것이다.
타인의 시간과 결과에 압도당했다.
새로운 시도를 하면서 늦은 나이를 걱정하는 이유에는 그 행위의 결과를 떠올리기 때문이라는 내용에 공감이 갔다. 어떤 일을 가슴에 품고 있을 때는 계기가 있기 마련이다. 누군가의 멋있는 모습을 보고 나도 저렇게 되고 싶다고 생각했을 것이다. 잘 해내어 그 끝에 있는 사람을 마음에 품으니 내가 할 수는 있을지 얼마나 많은 시간을 투자해야 하는지 걱정부터 된다.
1코노미를 하려면 지금 하고 있는 일을 포기해야 할 것 같았다. 두려움이 앞서 현실이라는 명목으로 아무것도 하지 못했다. 시작하는 과정인 호기심을 가지고 탐구하는 과정에 초점을 맞춘다면 나이와 상관없이 가벼운 마음으로 시작을 할 수 있지 않을까?
나에게 더 맞는 방법이 있을 것을 알고 있다.
창조적이기 위해 오롯이 혼자일 필요는 없다.
생각해보면 나는 오래전부터 아티스트 데이트를 꾸준히 해오고 있었다. 몸이 이끄는 대로 마음이 이끄는 대로 작품을 보곤 했다. 작가의 말처럼 미친 듯이 창작을 하고 싶었던 걸지도 모르겠다. 책에서는 아티스트 데이트를 할 때 꼭 혼자서 하라고 한다. 많은 사람들과 함께 하면 흥에 겨워서 본질이나 맥락을 잃을까 봐 염려하는 걸까? 지금까지는 내가 혼자 하지 않아 문제가 있었을까? 혼자도 시도해보니 다른 충만함이 있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억지로 혼자 고독하게 할 필요는 없을 것이다. 누군가와 함께 말을 하고 식사를 하거나 차를 마시면서도 힘을 얻을 수 있으니 말이다.
생각을 꺼내는 데에는 정해진 시간이 없다.
주변의 아티스트 친구들과 함께하면서 익숙해진 내 방식들이 있다. 이미 습관처럼 굳어온 나의 행동과 책의 지시는 어울리기도, 그렇지 않기도 했다. 모닝 페이지를 아침 외에 쓰면 어떨까? 나는 그동안 적는 것을 좋아해 하루 중 아무 때나 글을 쓰면서 한 권 한 권씩 쌓아왔다. 본질은 (시간보다는) 꾸준함과 행동에 있다. 모든 결과는 시작으로부터 이뤄지는 것이기 때문이다.
이미 생각이 너무 많은 사람도 있다.
작고 쓸모없지만 좋아하는 기념품이나 수집품이 있다. 책에서는 획일적 사고에서 벗어나 다양한 생각을 하기 위해 이런 것들을 늘어놓으라고 한다. 나는 반대로 생각이 너무 많아서 집중을 잘 못하는 편이라 시야에서 치워두었다. 아무것도 없는 방에서 지루함보다는 마음의 안정을 얻는다. 혹시 어른이 되어 그런가 싶어 씁쓸했다. 다시 꺼내 두어야 하는가? 역시 안 되겠다. 일단 내 방은 세상의 틀에 맞추고 나는 따로 찾아야겠다 싶어서.
창의성 키우는 방법도 시대에 따라 달라지지 않을까.
책이 발간된 년도가 2003년도이다. 16년 사이에 많은 것들이 변했다. 이 책의 길이 창조적일 수 있는 유일한 방법은 아닐 것이다. 12주간의 커리큘럼을 따라가면 무언가 진행하고 있다는 감각은 얻을 것이다. 하지만 정해진 틀에 맞춰서 행동해야 하기 때문에 오히려 한계와 장벽이 되지는 않을까? 지금의 세대들에게는 반대로 독이 되지는 않을까 하고.
재료가 많은 데도 불구하고
아티스트 데이트나 모닝 페이지는 더 많은 부품을 모으고 조립을 하라는 훈련과도 같다 여겨진다. 머릿속 생각이나 경험을 조합하여 새로운 것이 나올 때 의미 있는 창작활동이 된다고 생각한다. 지금은 부품을 구하는 것이 어렵지 않다. 인터넷으로 전 세계인들을 다 알 수 있고 모든 것을 보고 배우고, 찾을 수도 있다. 어렸을 때 레고를 하면 부품이 많지 않았어도 가지고 있는 것으로 비행기를 만들곤 했다. 그때는 다른 생각 없이 새로운 비행기를 만드는데 집중했는데, 지금은 풍족하다는 이유로 오히려 나태하고 있지는 않았던가.
1코노미인이 되고 싶다 - 창조성
02 책 - 아티스트 웨이
04 나는 창조성을 회복하기 위해서 어떤 노력을 하는가
킴은 2~3년 동안 독서모임을 운영하면서 스쳐 지나가는 관계와 생각들이 아깝다는 생각을 했다.
너무나 빠르게 읽고 나눠야 했던 개념들이 혼란스러워, 지금은 모임을 쉬고 글을 정리하고 있다.
그 당시에 몰랐던 이야기의 흐름을 발견하는 것이 기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