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다 똥 같습니다.

배설에 대한 배설

by 이주낙

말을 참는다는 건, 말이 목까지 차올라 있다는 뜻이다.

누군가 내 말을 잘 듣는지 조차도 의문이지만, 문제는 막상 말을 못참고 꺼내고 나면 꼭 이불을 찬다.

거의 1년 중에 200번은 말 때문에 이불을 차는 것 같다.


그럼에도 말을 못 참는 걸 보니, 어른이 되려면 아직 먼 것 같다.


근데 어쩌면 누구의 말이든 어떤 말이든 '말'이란 게 원래 허술한 게 아닐까 싶다.

'말' 자체가 허술한데, 안 그래도 허술한 내가 그 허술한 걸 허술하게 뱉으니 어딘가 닿기도 전에 어긋나 있는 것은 어쩌면 당연할지도 모르겠다.

방귀처럼, 나오면 후회가 조금 남고, 똥처럼 민망하다.

누구도 별 신경 안 쓴다는 걸 아는데도 그냥 그렇다.


오 백현진 아저씨네...



영화 '경주'에서 박해일 대사가 맴돈다.

“다 똥 같습니다.”

너무 오래전에 본 영화라 기억나는 거라곤 신민아 이쁜 거랑 이 대사다. 문득 이런 생각이 든다. 다 똥 같다.

비트겐슈타인이 “침묵해야 한다”라고 했을 때도 이런 기분이었을까? 근데 그러고 나중에 나이먹고 말 할 수 있다고...그냥 게임이라고 하면서 말 바꿨다면서?..(사실 잘 모름;;)


그래서 나도 그냥 말과 글을 게임처럼 생각하려고 한다. 맨날 그냥 싸고, 냄새나면 치우고...똥칠도 하고...

이 역시도 똥... 오늘도 또 똥 역시... 다 똥 같습니다...

keyword
작가의 이전글말이 안통하는 이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