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취향 2

구별짓기

by 이주낙

인간은 취향을 통해 타인과 연결된다.
어떤 음악을 공유하고, 같은 영화에 감동하며, 비슷한 스타일을 선호할 때, 우리는 서로를 이해하는 듯한 느낌을 받는다.

그 경험은 단순한 공감 이상의 의미를 가진다.

취향은 개인 정체성과 가치관의 일부이며, 공동체를 구성하는 중요한 축이다.

피에르 부르디외는 구별짓기에서 취향을 사회적 계급과 문화 자본을 구분 짓는 수단으로 설명했다.
취향은 단순한 감각이 아니라, 개인이 사회 내 자신의 위치를 표현하고 강화하는 ‘상징적 자본’이다.
이는 개인의 선호가 사회적 관계와 권력 구조 속에서 만들어지고 작동함을 의미한다.

예를 들어, 고급 식당에서 식사하는 이들은 단순히 음식의 맛뿐 아니라, 그 경험이 자신이 속한 사회적 계급을 드러내는 상징임을 인식한다.
반면, 대중음악의 팬덤 문화에서는 특정 장르나 아티스트에 대한 애정이 소속감과 정체성의 표현으로 작용한다.

취향은 자연스럽게 유사한 감각을 가진 사람들을 연결한다.
이 연결은 공동체와 연대감을 강화하지만, 동시에 타인을 배제하는 경계선이 되기도 한다.
특정 취향이 센스로 인정받고, 다른 취향은 무지나 촌스러움으로 치부되면서, 취향은 사회적 위계와 차별의 도구로 작동한다.

현대의 온라인 커뮤니티는 취향 기반 집단화를 촉진한다.
예컨대, 특정 음악 장르의 팬들이 자신들만의 문화와 언어를 만들고, 이를 공유하며 친밀감을 쌓는 반면, 다른 음악을 좋아하는 이들은 종종 배척되거나 조롱받는다.
이 현상은 에코챔버 현상으로 이어져, 사회적 분열과 고립을 심화시킨다.

하이데거가 말했듯이, 존재는 관계속에서 의미를 갖는다.
취향이 같다는 것은 편안한 관계의 전제조건일 수 있지만, 그것이 지나치게 중시되면 다양성의 수용과 타인의 존재 인정이 어려워진다.

진정한 인간관계는 취향의 일치에 기반하지 않는다. 오히려 서로 다른 취향을 견디고 존중하는 태도, 그리고 서로의 차이를 인정하는 태도가 필요하다. 다름에서 오는 충돌을 잘 정리하는 것이 중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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