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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Alex Sangwoo Kim Oct 16. 2015

(7)결혼은 나에게 지옥이었다

파란만장 뉴욕 이민 이야기(7)

구김이 없었다. 처음 그녀를 만나서 연애할 때 느낀점 이었다. 누군가가 다가와도 아무런 경계 없이 사람을 대하고 사람을 잘 믿고 누구에게나 잘 베푸는 그런 사람이었다. 나는 누구를 만나도 의심을 하고 나 이외에는 사람을 잘 믿지 않았다. 모든 관계에 손익 계산을 하고 아무 말도 고지 곧대로 믿지 않았다. 엄마가 돌아가시고 혼자 살아가면서 생긴 버릇이었다. 사람은 자기와 다른 사람에게 끌린다고 했던가? 나는 그런 그녀가 참 좋았다.   


처음 그녀를 만났을 때는 난 학교를 다니고 있었다. 집이랑은 연락을 끊고 혼자 친구들과 나와서 알바를 하며 근근이 연명을 하고 있었고 돈도 없었다. 아버지는 두 번이나 이혼을 하셔서 혼자  살고. 집에 돈이 많은 금수저도 아니었다 (가난한 집에 외동아들이었다.). 모든 세상을 삐뚤게 보는 참 모난 성격을 가지고 있었다. 그에 반해 그녀는 화목한 가정에서 어려움 없이 자랏고 남들이 부러워하는 직장을 다녔으며 사람이 주위에 엄청 많이 있는 그런 사람이었다. 내가 생각해도 내가 뭐가 좋아서 만났는지 모르겠다.  


처음 만났을 때부터 나는 뭔가 삐뚤어져 있었다. 나에게 가족은 불편한 존재였다. 내가 나중에 가정을 꾸린다는건 상상하고 싶지도 않았다. 결혼이라는 건 나에게 끔찍한 지옥과도 같았다. 내가 보고 자란 부부는, 결혼은, 가정은 항상 미움과 증오로 이어지는 엔딩을 위한 시작이었다.  아직 결혼할 나이는 아니었지만 처음부터 확실히 하고 싶었다. '나는 너를 포함해서 누구 하고도 결혼할 생각이 없는 사람이다. 혹시 결혼을 전제로 사람을 만나고 싶다면 딴 사람을 만나라' 참 재수없는 남자였다. 그래도 그녀는 날 다 이해해 주었다.  


파리 여행을 다녀오고 나서 처음으로 알바를 안 하고 학교를 다녔다. 육 개월 정도 버틸자금은 만들어 놓았다고 생각했는데 돈은 생각보다 빨리 모래처럼 내 손을 빠져 나갔다. 알바도 생각보다 쉽게 잡히지 않았다. 졸업 준비하는 것도 버거운데 생활이 점점 쪼들려 갔다. 돈이 없어서 점심 때 중국 배달음식을 시켜서 둘로 나눴다. (점심 때는 lunch  special이라고 해서 특별 할인을 한다) 음식의 반은 점심 때, 반은 저녁 때 먹었다. 저녁에도 먹어야 되기 때문에 면 종류는 시키지 않았다. 패스트 부드점에 dollar menu (하나에 1 달러씩 하는 저렴한 메뉴) 에 있는 햄버거도 내 주식 중 하나였다. 그때 단련이 돼서 그런지 한 음식을 1달쯤 먹는 건 크게 두렵지 않다.   


어느 날 그녀가 나에게 돈을 내밀었다. 내 사정을 눈치챈 것 같았다. 만난 지 반년도 안돼서 였다. 자존심이 상했다. 근데 그것보다 놀라움이 더 컸다. '왜? 나를 몰믿고?  '라는 생각이 들었다. 이 사람이 나를 믿는구나 라는 생각이 들었다. 내 기억으로는 500불 (약 50만 원) 정도 들어 있던 걸로 기억이 난다. 자존심은 상했지만 거절할 여력은 없었다. 그렇게 돈을 빌려 급한 불을 껐다. 그러나 졸업까지는 아직 몇 달이 더 남아 있었다. 그렇게 500 불 1000 불씩 돈을 빌려 거의 4000 불(400 만원) 가까운 돈을 빌리게 되었다.   


졸업을 했다.  졸업하자마자 일주일 인가만에 직장을 잡았다. 갓 졸업한 대학생 초봉은 참 빈곤했다. 이래선 평생 가도 빛을 못 갚을 것 같았다. 주말 야간 알바를 잡았다. 월요일부터 금요일까지는 직장에 다니고 금요일 저녁 퇴근하자마다 알바를 가서 그다음날 새벽까지 일을 했다. 그리고 토요일 야간 알바 일요일 야간 알바를 하고 월요일날 다시 출근을 했다. 악착같이 돈을 모았다. 그리고 2달만에 빌린 돈을 다 갚았다. 뭔가 체한 게 내려간 느낌이었다. 돈도 중요했지만 날 믿어준 그녀의 믿음이 거짓이 아니었다는 걸 조금이라도 빨리 증명하고 싶었다. 나중에 들은 이야기지만 그녀는 돈에데해서 별로 크게 신경 안 썼다고 한다. 괞한 자격지심 이었던 것이다.   


만난 지 2년쯤 되어서인가 그녀가 나에게 말을 했다. 이제 결정을 해야 할 것 같다고 했다. 결혼 이야기를 꺼냈다. 당장은 아니더라도 그녀는 사람을 오래 만나보고 결혼을 하고 싶다고 했다. 결혼을 전제로 만나지 않으면 더 이상 만나기 힘들것 같다고 했다. 결혼을 진지하게 생각해 보자고 했다. 분명히 처음 만날 때부터 확실히 결혼은 없다고 말을 했는데 갑자기 무슨 소리인가 했다. 난 결혼은 안 한다고 말했다. 내 인생에 결혼은 없다고 말했다. 그러자 그녀는 그만 만나자고 했다.     


그녀는 내 곁을 떠나겠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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