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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Alex Sangwoo Kim Oct 27. 2015

(10) 누군가와 같이 산다는 것..

파란만장 뉴욕 이민 이야기 (10)

행복했다. 처음으로 누군가와 가정을 이루어 산다는 거.. 사람들이 말하는 신혼생활이 이런 거구나 싶었다. 혼자서 살아가던 나에게는 모두 다 새로운 경험이었고 모두 다 황송한 경험이었다. 초보 주부인 그녀는 요리를 잘 하지 못했다. 분명 요리 재목은 다 다른데 모든 요리에서 떡볶이 맛이 났다. 그래도 너무 맛있었다. 매일매일 돼지우리 같은 곳에서 살다가 주말에는 같이 빨래도 하고 청소도 하고.. 사람답게 사는 게 참 신기했다. 같이 의지하면서 살아갈 수 있는 사람이 있다는 거.. 믿을 수 있는 사람이 있다는 게 참 좋았다. 


힘든 점도 있었다. 다들 결혼하고 나면 텅 빈 집에 혼자 있지 않아서 좋다고 하던데 나는 그게 너무 힘들었다. 난 형제가 없다. 엄마는 어렸을 때부터 일을 하셔서 대부분의 시간을 혼자 보냈다. 그나마 엄마가 돌아가시고 나서는 아빠와 함께 살아도 거의 방에서 나오지 않았기 때문에 혼자 있는 것에 너무 익숙했다. 룸메이트들과 살 때도 방에 들어오면 불이나 거나 도둑이 들어오지 않는한 서로 방해하는 일이 전혀 없었기 때문에 항상 혼자 지냈다. 결혼하고 나서 혼자 있을 수 있는 공간이 없어지니 그게 너무 힘들었다. 집에 항상 누가 있다는데 이렇게 힘든 일인지 그때 처음 알았다. 그래서 때로는 저녁을 먹고 나가 차에서 두세 시간씩 아무것도 안 하고 앉아있기도 했다. 그런데 그녀는 그런 나를 이해하기  힘들어했다. 그녀는 항상 친구들이 많았다. 성당에도 열심히 다녀서 성당 친구들, 대학교 동창들, 볼링 리그 사람들, 회사 사람들.. 혼자 있는 것은 그녀에게 익숙지 않은 일이었었나 보다. 내가 혼자 있고 싶어 하는걸  서운해했다. 


그리고 나는 사람을 믿지 않았다. 새로운 사람을 만나는걸 꺼리고 항상 거리를 두는 버릇이 있었다. 그에 반해 그녀는 쉽게 사람을 믿고 친해지는 성격이어서 여기저기서 손해도 많이 보는 스타일이었지만 그것마저도 상관하지 않는 그런 사람이었다. 그래서 그런지 그녀는 주위에 사람이 많이 있었고 나에게도 그들을 소개해주려고 노력했는데 난 그게 부담스럽고 싫었다. 그녀는 그녀의 삶을 나와 공유하고 싶어 했고 나는 몸에 맞지 않는 옷을 입은 듯 불편했다. 


어느 날 둘이서 이야기를 하는도중에 살짝 충격적인 이야기를 들었다. 가끔 나에게서 불안할 만큼의 차가움을 느낀다고 했다. 둘 사이의 문제가 있거나 이런 게 아니고 내가 사람을 대하는 것이나 아빠를 대하는 것들을 보면 언제든 자기를 떠날 수도 있는 사람이겠구나 라는 생각이 든다고 했다. 다른 사람을  그리워하거나 동정하는 그런 감정들을 느끼지 못하는 사람 같다고 나에게 말했다.  그리고 그런 나를 진심으로  안타까워했다. 그런 생각은 한 번도 해본 적 없었는데 그런 이야기를 들으니 아.. 내가 역시 뭔가 이상한 건가.. 덜컥 겁이 났다.  


사람이 변하는 건 쉽지 않은 것 같았다. (아직도 시니컬한 성격은 바뀌지 않은 것 같다.) 무언가 긍정적으로 생각하고 기대했다가 상처받기보다는 항상 최악을 생각하고 준비하는 오래된 습관이 몸에 배어버렸다. 그나마 무한 긍정인 그녀를 만나서 많이 유화가 될 수 있었지만 쉽지만은 않은 시간이었다. 


이런 나의 성격을 한방에 변화시켜버린 사건이 일어났다. 결혼한지 1년이 막 넘었던 그때 하늘이 우리 부부에게 새 생명을 선물해 주셨다. 처음 임신 소식을 들었을 때는 역시나 덜컥 겁이 났다. 어떻게 해야 할지.. 아이를 잘 키울 수는 있을지.. 내가 아빠 자격은 있는 건지.. 기쁨과 불안이 뒤섞인 오묘한 기분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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