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단 운동을 시작하기로 마음을 먹으면 먼저 그 운동에 맞는 장비를 쭉 구입한다. 그러고는 모셔놓는다. 그리고는 한참을 운동을 안 하다가 새로 시작하면 장비가 오래되서 운동을 할 수가 없다. 왠지 새로 나온 테니스 라켓으로 치면 백핸드 샷이 저절로 나갈 것 같다. 그래서 또 산다.. 악순환은 계속된다. 장비만 보면 프로다.
각각의 스포츠는 다른 장비를 요구한다. 스포츠라고 할 수는 없지만 다이어트도 마찬가지다. 독하게 다이어트를 하기로 마음먹고 실내용 자전거를 사는 사람도 있고 러닝머신을 사는 사람도 있다. 시간이 없으니 집에서라도 운동하기 위해서 이 정도 투자는 아깝지 않다. 하지만 결국에 대부분의 실내 운동기구는 빨래걸이가 되어있다. 사실 나도 다 겪어 본 이야기다. 실내용 자전거는 누군가에게 주었고 러닝머신은 오늘도 빨래를 말리고 있다.
장비는 많으면 많을수록 좋다. 실내용 자전거와 러닝머신은 날씨가 좋지 않거나 밖에 나갈 수 없는 상황에 운동을 할 수 있는 최고의 장비다. 하지만 처음부터 그렇게 큰 투자를 할 필요는 없다. 하지만 다이어트를 시작하기 전에 꼭! 꼭! 사야 하는 장비 몇 가지를 소개하려고 한다.
가장 중요한 것은 바로 운동화!이다. 구두 신고 운동하는 사람도 있나. 뭔 헛소리냐고 할 수도 있지만 의외로 많은 사람들이 간과하는 부분이다. 만약 누군가 10만 원을 주고 다이어트에 필요한 장비를 사라고 한다면 난 두 번 생각 안 하고 9만 5천 원짜리 러닝 슈즈를 살 것이다. 나머지 오천 원은 배송비다. 달리기는 모든 운동의 기초다. 많은 유산소 운동 중 가장 쉽게 할 수 있고 가장 효과가 좋은 게 달리기다. 처음 10분 15분 달릴 때는 크게 못 느끼겠지만 꾸준히 운동을 하다 보면 거리가 점점 늘어나게 된다. 장거리를 달릴 때 그냥 보통 운동화를 신고 달리면 다리에 더욱 무리가 갈 수 있다. 러닝 슈즈는 달릴 때 다리와 관절에 전해 오는 충격을 최소화할 수 있도록 설계되어 있다. 처음 시작할 때부터 관리를 잘해야 오래 운동할 수 있다. 구멍 난 난닝구(러닝셔츠) 를 입고는 달려도 되지만 오래된 운동화를 신고는 달리지 않는 게 좋다. 러닝 슈즈에도 여러 가지 종류가 있다. 실내 러닝머신용, 도로용, Trail 용 등이 있는데 사실 러닝 슈즈는 비슷비슷하다. 가격도 만만치 않으므로 다른 용도의 러닝 슈즈를 여러 켤래 살 필요는 없다. 나는 현재 달리기를 할 때 신는 도로용 러닝 슈즈와 피트니스 센터에서 운동할 때 신는 Crossfit 용 신발, 요 두 가지로 버티고 있다. 러닝 슈즈는 쿠션이 있어서 근력 운동을 할 때는 적합하지 않다. Crossfit 용 신발을 근력운동을 할 때도 적합하고 장거리가 아니라면 달리기를 하기에도 나쁘지 않다. 근력 운동을 오래해서 무거운 무게를 드는 사람들은 lifting shoes(한국말로는 모르겠다)라는 걸 신기도 하는데 보통 데드리프트를 할 때 많이 신는다. 신발 바닥이 쿠션이 없고 딱딱해서 무게를 들어 올릴 때 다리로 바닥을 밀어 올리기가 편하게 되어있다. 하지만 우리에게는 필요 없다.
9만 5천 원짜리 운동화를 사고 5천 원 배송비를 낸 후에 새로 온 운동화를 신고 운동하러 나가다가 우연히 바지에서 언제 넣어 놓았는지 기억이 안나는 돈이 나온다면 운동복을 사도록 하자. 사실 운동복은 사도 그만 안사도 그만이다. 집에 있는 무릎 나온 츄리닝과 목 늘어난 티셔츠 쪼가리만 있어도 운동하는데 아무런 문제가 없다. 하지만 사람이 또 기분이 그게 아니지 않은가.. 좀 예쁜 운동복 쫙 차려입고 가면 운동이 더 잘될 거 같은 느낌적 느낌이 든다. 추천을 하자면 노출이 많은 운동복을 추천한다. 비루한 몸뚱이는 가리면 가릴수록 변화가 없다. 창피해도 꺼내 놓아야 자극이 된다. 난 혼자서 집에서 운동을 할 때는 반바지 하나만 입고 한다. 운동을 하면서 어떤 근육이 자극이 되는지 제대로 힘을 받고 있는지 자세는 똑바로 되어 있는지를 살피기엔 자기 몸을 직접 보는 게 최고로 좋다. 여러 사람이 같이 운동하는 곳에서는 그렇게 벗고 운동할 수 없으므로 몸에 타이트한 옷을 입거나 나시티를 입는 게 좋다. 그리고 수시로 자세를 체크하자. 자기 몸도 수시로 체크해서 어느 부분에 운동이 더 필요한지를 살피면서 운동을 해야 한다. 그러기 위해선 노출이 많은 운동복이 더 좋다. (물론 땀 흡수는 기본이다.) 그렇다고 도를 넘어서 눈살을 찌푸릴 정도로 야한 옷을 입고 운동을 하는 여자분이 있다면... 감사하다. ^^
운동화와 운동복이 꼭 사야 하는 두 가지라면 나머지는 있어도 되고 없어도 되는 것들이다. 요거 없어서 운동 못했다는 핑계는 대지 말자.
3. 전자시계 - 시간을 잴 수 있는 시계가 있으면 도움이 된다. 이왕이면 stop watch 기능이 있는 전자시계가 좋다. 무슨 운동을 하더라도 시간을 잘 써야 한다. 1시간 운동을 해도 운동 효과는 천지 차이가 될 수 있다. 시간을 초 단위로 잘 쪼개서 쓰면 운동효과를 높일 수 있다. 달리기나 crossfit 같은 운동을 할 때 자기 기록을 항상 재고 그 기롤을 깨기 위해 운동을 하면 큰 동기 부여가 될 수 있다.
4. compression underware - 압박 속옷? 한국에서는 모라고 부르는지 정확히 모르겠는데 달리기를 할 때 필요하다. 처음 달리기를 시작할 때 나는 심한 비만이어서 오래 뛰면 다리 안쪽 허벅지 살들이 서로 쓸려서 고생을 했었다. 그때 입었던 게 compression underware인데 살 쓸림에도 좋고 허벅지 근육을 쫙 조여주어서 오래 달리기에 도움이 된다.
5. compression band - 압박 붕대라고 해야 하나? 관절이 안 좋거나 몸무게가 많이 나가는 사람들이 운동할 때 착용하면 관절에 무리도 덜 가고 고통도 줄여주는 효과를 준다.
6. 물병 - 거꾸로 세워도 물이 잘 새지 않고 충격을 받아도 깨지지 않는 플라스틱이 좋다. 그리고 제일 중요한 건 딱기 쉬워야 한다는 것! 난 개인적으로 빨대가 달린 물통은 선호하지 않는다. 빨대 안까지 잘 닦이지 않는 것 같아서 늘 찝찝하다.
7. 선크림, 모자, 장갑 - 시간과 장소가 허락해 밖에서 달리기를 할 수 있는 행운아라면 선크림, 모자, 장갑을 잊지 말자. 선크림은 4계절 내내 발라야 하고 모자와 장갑은 겨울에만 쓴다. 추운 날씨에 밖을 달릴 때는 두꺼운 패딩 잠바보다 모자와 장갑이 훨씬 더 도움이 된다. 얇게 여러 겹으로 옷을 챙겨 입고 따듯한 모자와 장갑을 끼면 웬만한 추위에도 달리는 건 문제없다.
8. 단백질 보충제 - 와.. 이건 진짜 쓸까 말까 고민하다가 쓴다. 난 사실 보충제가 쓸데없다고 믿는 사람 중에 하나다. 물론 단백질이 근육성장에 도움이 되기는 하지만 보충제를 먹어야 할 만큼 근육운동을 많이 할 수 있는 능력을 키우려면 최소한 운동을 6개월 이상 꾸준히 해야 된다고 생각한다. 운동을 처음 시작 한 사람들은 상대적으로 운동량이 많지 않으므로 보통 식사로도 근육생성에 필요한 단백질을 충분히 섭취할 수 있다. 극단적으로 음식을 제한하면서 운동을 한다면 필요할 수도 있다. 이건 사람들마다 생각이 다 다르고 내가 영양학을 전공한 전문가가 아니라 말하기가 조심스럽다. 내 경우엔 크게 쓸모없던 것으로 기억난다. 쓸모없다고 하기보다는 비용 대비 효과가 적었다고 하는 게 더 맞을 것 같다. 그냥 밥 잘 먹는 게 더 좋은 것 같다.
9. MP3 플레이어 와 이어폰 - 운동하면서 자기가 좋아하는 음악을 들으면서 하면 덜 지루하게 운동을 할 수 있다. 물론 나는 대한민국 30대 남자답게 걸그룹 노래 모음을 선호한다. 지금 시대가 어느 땐데 핸드폰 안 쓰고 MP3 플레이어를 쓰냐고 할 수도 있지만 난 운동할 때는 핸드폰을 가지고 가지 않는다. 집중에 방해만 되고 크게 쓸 일도 없다. 이어폰은 달리거나 크게 움직일 때도 불편함이 없는 스포츠 전용 이어폰이나 줄이 걸리적거리지 않는 무선 이어폰을 선호한다.
자 이제 장비는 웬만큼 다 갖추었다. 아참 가장 중요한걸 까먹었다.
제일 중요한건.. 장비산 돈이 아깝지 않도록
오늘도 건투를 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