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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Alex Sangwoo Kim Jan 30. 2016

죽는다는 건..

나의 장례식 풍경

대학교 졸업하고 몇 년 동안은 정말 결혼식을 많이 다녔다. 매주 한건씩은 기본이었고 하루에 두 군데를 가야 할 때도 많이 있었다. 30대 초반에는 돌잔치 러쉬였다. 지금도 끊이지 않고 돌잔치를 가기는 하지만 한창 피크였을 때보다는 한풀 꺾인 느낌이다. 이제 30대 중반을 넘어서 후반이 되니 장례식을 찾는 경우가 점점 많아진다. 아직은 부모님이 돌아가시기는 이른 나이긴 하지만 올해만 해도 두 분의 친구 부모님이 돌아가셨다. 이제 그럴 나이가 되었나 보다.


미국의 장례식은 한국과는 약간 다르다. 한국에서는 며칠 동안 장례를 치르지만 미국은 돌아가신 고인의 종교에 따라 기독교식 또는 불교나 천주교 식으로 한 시간 정도 예식을 올린 후 장례식이 끝난다. 그리고 아직도 적응이 안 되는 부분 중의 하나는 미국에서는 장례식중 뷰잉 (Viewing) 이란 것을 한다. 고인의 시신을 곱게 단장해 장례식에 참석하는 사람들에게 얼굴을 보여주고 마지막 인사를 하는 시간이다. 아무리 단장을 한다고 하지만 생전의 모습과는 사뭇 다른 고인의 얼굴을 보면 만감이 교차한다. 늘 장례식에서 예식을 보고 있을 때 나도 모르게 내 장례식을 떠올린다. 


나의 장례식은 어떠할까? 내가 마지막으로 내가 사랑하는 사람들과 만나게 되는 그 순간은 어떠할까? 누가 나에게 인사를 해주러 올까? 평소에 생각해 보지 못한 것들을 장례식에서 떠올린다.


큰일이 없는 한 나의 아내와 아이들은 장례식장을 지켜줄 것이다. 내 소망 중에 하나가 내 아내보다 먼저 죽는 것이다. 남자가 혼자 남으면 참 서글퍼 보인다. 그래서 신이 여자에게 몇 년의 평균 수명을 얹어주신 것 같다. (남자들이 저질러 놓은 일들  뒤처리하고 오라고..) 운이 좋다면 아이들의 배우자와 손자, 손녀들이 있을 수도 있겠다. 그리고 아직 살아있다면 그리고 움직일 수 있다면 기꺼이 먼 길을 달려와줄 친구들의 얼굴이 몇 떠오른다. 아마 교회나 성당 등을 다니지는 않을 테니 손님이 많이 오지는 않을 수도 있겠다는 생각이 든다. (미국은 교회나 성당을 나가지 않으면 많은 사람을 만나기가 쉽지 않다.) 남은 가족이 너무 외롭지 않을 정도의 조용하고 조촐한 장례식이었으면 한다. 그리고 가족들이 너무 슬퍼하거나 당황하지 (금전적으로나 시간적으로나 )  않을 준비된 장례식이었으면 한다. 좀 엉뚱한 생각이긴 하지만 혹 아이들이 다 성장하지 않았을 때 죽음을 준비해야 할 상황이 온다면 영상을 하나 녹화해서 장례식 때 틀어서 사람들에게 부담을 주고 싶다. 혼자 계신 아버지를 부탁한다는 이야기, 아내의 재혼을 나쁘게 보지 말아달라는(또는 응원해 달라는) 이야기, 시간 나실 때 자라나는 아이들을 한 번쯤  들여다봐달라는 이야기.. 뭐 이런 구질구질한 부탁을 하고 싶다. 


쓰다 보니 죄다 가족의 걱정이다. 나는 종교가 없다. 사후세계도 사실 믿지 않는다. 만약 사후세계가 있어서 정말로 늘 행복하기만 한 천국에 간다면 이미 그건 지금의 나와는 다른 다른 존재일 것이다.  비록 같은 존재일지라도 지금 내가 가지고 있는 사상, 감정, 기억들을 다  잊어버린 채 행복하기만 하다면 무슨 의미가 있겠는가? 특별히 천국이 기대되지도 않는다. 다만 종교를 안 믿으면 끝없이 지옥불에 튀겨질지도 모른다고 겁을 하도 줘서 살짝 졸기는 했지만 만약 신이 존재한다면 내가 생각하는 신은 그렇게 쪼잔한 사람은 아닐 것 같다는 나름의 믿음을 가지고 나를 위로하며 살고 있다. 내가 바라는 사후세계는 그냥 전등 끄듯이 딱 꺼지고 끝! 소멸!! 이랬으면 좋겠다. 내가 이 세상을 착하고 열심히 살았으면 나를 아는 사람들이 내가 사랑하는 가족들에게 조금이라도 힘이 되어 줄 것이고.. 그거면 충분한 보상이 될 것 같다. 산사람이 중요하지 죽은 사람이 무엇이 중요하겠나? 난 이미 죽었고 누군가가 나른 평가하는 건 무의미 하지만 나의 아내, 나의 자식으로 아직 남은 생을 살아야 하는 가족들에게 피혜를 주고 싶지는 않다. 


글을 쓰며 찬찬히 생각해 보니 내 삶의 마지막에 중요한 건 결국 가족인 것 같다. 큰 야망이 있어서 무언가를 이루고 싶은 것도 없고.. 세상을 바꾸고 싶다는 원대한 꿈도 없다. 그저 나와 함께한 기억을 행복한 기억으로 생각해 준다면 그래서 그들의 삶이 힘들 때 조금이나마 힘이 되는 기억으로 남았으면 좋겠다. 그리고 내가 떠나는 그 순간에 최소한 가족과 함께한 시간에 대한 아쉬움은 없었으면 좋겠다. 부끄럽지 않은 남편, 자상한 아빠로 기억되었으면 좋겠다. 나의 아이들이 삶이 너무나 무거워 좌절할 때.. 난 참 그래도 많은 사랑을 받은 소중한 사람이라는 것을 알아주었으면 좋겠다. 그래서 잘  살아야겠다는 생각이 든다. 사랑하는 가족과 같은 곳에서 숨을 쉬고 살을 비비고 사는 이 세상에서  행복해야겠다는 생각이 든다. 좀 더 가족에  집중해야겠다. 좀 더 열심히 사랑해야겠다.  다시 한번 다짐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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