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빠 이야기
우리 아이들은 영락없는 한국인 입맛 이다. 그리고 그중에서 아이들이 가장 좋아하는것은 짜장면 탕수육을 파는 한국식 중국집 이다. 90년대도 아니고 먹을게 넘치는 이곳에서 아이들은 세상에서 짜장면이 가장 맛있는줄 알고 있다. 그러다 보니 자연스럽게 아이들과 함께 외식을 하면 중국집을 가게된다. 중국집으로 가는 차 안에서 흥분한 아이들을 보면 나도모르게 배가 부르다.
내 아내는 늘 짬뽕을 먹는다. 100번을 가면 100 번다 짬뽕을 먹는다. 매운 국물을 사랑하는 그녀에게 짬뽕을 빼앗아 가는건 참으로 잔인한 일이다. 우리 아이들은 당연 짜장면이다. 그런데 문제는 아이들이 아직 작아서 짜장면 한그릇을 시켜서 나눠 먹어도 반 이상이 남는다는것이다. 그래서 생각해 낸것이 내가 짜장 곱배기를 시켜서 아이들과 나눠 먹는 방법이었다. 가격도 보통 짜장과 크게 다르지 않고 곱배기를 시키면 셋이서 딱 정당히 배부르게 먹는다. 아주 이상적이다. 한가지만 빼고는..
나는 짜장면이 싫다.
난 어렸을때부터 볶음밥이 좋았다. 집에서 만들어 먹어도 되는걸 왜 돈내고 먹냐고 엄마한테 욕을 먹어가면서도 난 항상 볶음밥을 시켰다. 집에서 먹을때는 절대 느낄수 없는 밥알 하나하나가 계란에 코팅된듯한 그 맛 때문에 항상 나는 볶음밥을 시켰다. 그러나 아이들과 중국집을 가면서 부터는 남아서 버리는 짜장면이 너무 아까워서 볶음밥을 시키지 못했다.
그날도 여느때와 다름 없이 다같이 먹을 탕수육 하나, 아내를 위한 삼선짬뽕 하나, 그리고 우리가 나눠 먹을 짜장 곱배기를 시키려던순간 문득 슬퍼졌다. '볶음밥 하나 얼마나 한다고 먹고싶은거 못먹고 살아야 되나! 내가 이정도 능력은 된다! 나 자신을 사랑하자! ' 남는 짜장면은 버리고 오겠다는 큰 결심을 하고 용감하게 볶음밥 추가를 외쳤다.
뿌듯했다. 오래간만에 무언가 날 위해서 했다는것이 뿌듯했다. 잠시후 음식들이 나왔다. 김이 모락 모락나는 아름다운 자태를 뽑내며 감희 탕수육에게도 밀리지 않을법한 비쥬얼의 볶음밥도 함께 나왔다. 그런데 문제가 생겼다. 낮에 미친놈처럼 뛰어놀던 꼬맹이가 음식을 기다리다 제풀에 지쳐 잠이 들어버렸다. 아무리 깨워도 일어나질 안았다.
분명 새벽에 일어나서 밥내놓으라고 난리를 칠것이 분명했다. 아픈건 참아도 배고픈건 못참는 놈이다. 날 닮았으니 뭐라 할수는 없다. 다 불어 터지는 짜장면을 싸갈수는 없는 일이다. 왜 불길한 예감은 늘 적중하는지.. 결국 나는 또 짜장면을 먹고 볶음밥을 싸서 집에 왔다.
GOD 의 어머님께가 듣고싶은 그런 밤이었다.
야이야이야 그렇게 살아가고 그렇게 후회하고 눈물도 흘리고~~
야이야이야 그렇게 살아가고 너무나 아프고 하지만 다시웃고~~ 두둠칫~