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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Alex Sangwoo Kim Oct 08. 2015

(3) 뉴욕... 차가움... 두려움..  

파란만장 뉴욕이민 이야기(3)

18시간.. 길고도 긴 시간이었다. 영어한마디 못하는 중학생이 혼자 비행기를 타고 미국이라는 곳을 가면서 할수 있는건 불안에 떠는것 뿐이었다. 끝날것 같지 않은 시간을 뚫고 비행기는 JFK 공항에 창륙했다. 영어를 한마디도 못하니 무슨일이 있었는지는 정확히 모르겠으나 아마 이민심사를 위해 공항직원은 어떤 방으로 날 데리고 들어간 것으로 기억된다. 덩치가 산만하게 큰 흑인이였다. 태어나서 처음본 흑인이었다. 나에게 뭐라고 한다. 난 대답을 못한다. 그져 두렵기만 했다. 누군가 방으로 들어온다. 유니폼을 입은 한국인이었다. 지금 당장 송혜교,김태희,신민아가 손을잡고 내앞에 나타나도 그렇게 반갑지는 않을것이다. 항공사 직원 이었다. 그 이후론 그 누나가 다 알아서 했다. 한국사람이 어떻게 저렇게 영어를 잘하는지 신통방통 하기만 했다. 그렇게 한참이 지나서 나는 출국장으로 나올수 있었다.


출국장에서는 아빠가 기다리고 있었다. 짐을 끌고나오는 나에게 달려와서 나를 안았다. 태어나서 아빠와는 처음 해보는 포옹인것 같았다. 아빠는 울고 있었다. 세상에서 가장 증오하는 아빠였는데 그래도 아빠를 보니 안심이 되고 온몸에 긴장이 풀렸다. 오늘 아침부터 지금까지 태어나서 처음하는 일들의 연속이었다. 너무 피곤했는데 정신은 또렸했다. 난 아빠를 따라 집으로가는 차에 몸을 실었다.


내가 상상한 미국은 철저히 한국에서 최고의 인기를 누렸던 미드 '베벌리 힐즈 아이들'을 통해서 만들어 졌다. 잔디밭에 누워서 자유롭게 공부하는 고등학생들, 스포츠카를 몰고 다니고 데이트도 하고, 주말에는 집앞 잔디를 깍는.. 뭐 그런게 미국 이겠지 라는 막연한 상상을 했다. 이세상에서 제일 잘사는 나라가 미국이 아닌가!! 현실은 그렇지 않았다.  나중에 안 사실이지만 베벌리 힐즈는 미국 최고의 부자들이 사는 동네였다. 우리나라로 치면 '꽃보다 남자' 정도 되는 드라마를 보고 만든 내 허상은 집앞에 내리자 연기처럼 사라져 버렸다. 우리집은 뉴욕에 Elmhurst 라는 한인 밀집 지역이 었다. 뭔가 밤이되면 총소리가 울려퍼질듯한 그런 거리들.. 밤이되면 눈만 보이는 흑인들.. 문신이 가득한 남미 사람들.. 실망이라기 보다는 두려움이 밀려왔다. 앞으로 난 이곳에서 살아야 한다고 생각하니 덜컥 겁이 났다.


집으로 들어갔다. 이층집 이었는데 일층은 주인 부부가 살고 방이 두개달린 이층은 우리가족이 쓰는 구조였다. 그중 한곳에 내 방이 마련되어 있었다. 베이지색 침대, 책상, 옷장. 새로산 가구들로 내 방은 꾸며져 있었다. 짐을 풀기도 전에 새엄마는 저녁을 차려 주었다. 갈비찜, 잡채 같은것들이 가득했다. 미국에서도 한국음식을 먹는다는게 너무 신기했다.  저녁을 먹고 방으로 들어와 침대에 누웠다. 미친듯이 피곤했지만 잠은 오지 않았다. 집에서는 미국 냄새가 났다. 어떻게 설명할수 없는 미국냄새가 분명히 방에서 나고 있었다. 내가 미국에 있다는게 실감이 나지 않았다. 아무리 생각해도 꿈을 꾸는것 같다. 아무 생각도 나지 않았다. 그냥 멍하니 침대에 누워있었다.


나는 지금 뉴욕에 와있다. 믿을사람은 나 자신밖에 없다. 살아야 한다. 나의 기억속의 뉴욕의 첫 느낌속에는 차가움.. 그리고 두려움만이 존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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