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신 입에는 금수저가 물려있지 않다

앞날이 캄캄한 20대 들에게 30대 아저씨가 전해주고 싶은 말 -둘

by Alex Sangwoo Kim

내가 어릴 때 아무도 나에게 해주지 않은 힐링이 되지 않는 불편한 이야기.


'이 세상은 평등하다.' '너는 특별하다.' '모두에게 공평하게 기회가 주어져야 한다.' 그렇지 않다는 걸 학교 다닐 때는 아무도 가르쳐 주지 않았다. 아니 어렴풋이 알고는 있었지만 생각보다 세상은 더더욱 불공평했다. 일주일 내내 알바를 뛰어서 돈을 벌어도 난 학비를 내기에 급급했지만 한국에서 유학 온 유학생 친구들은 BMW를 타고 다니면서 주말에 파티를 즐겼다. 그들은 흔이 말하는 금수저를 물고 태어난 사람들 이었다.


대학교 다닐 때 맨하탄에서 upper east side 의 고급동네에 있는 델리가게 (슈퍼마켓)에서 야간 알바를 한적이 있었다. 낮에 빠진 물건을 새벽까지 채워 놓고 손님이 전화로 주문을 하면 배달도 가고 그런 잡 일을 했다. 크리스마스 즈음의 엄청 추운 겨울날 이었다. 난 추운 날이 좋았다. 추우면 사람들이 배달도 많이 시키고 배달을 가면 고급동네 주민들 답게 팁도 두둑이 주곤 했다. 어차피 가게에서 물건을 나르느니 배달 가는 편이 훨씬 좋았다. 그날도 어느 고급 아파트에 배달을 갔다. 꽁꽁 언 양손 가득히 주문한 물건을 가지고 낑낑거리며 집 앞으로 가서 벨을 눌렀는데 한눈에 봐도 부티가 흐르는 한국 남자 학생이 문을 열었다. 물건이 많아서 안에까지 들여놓아 주었는데 친구들끼리 모여서 파티를 하고 있었다. 다들 한국 학생들 이었다. 내가 한국사람 인 걸 눈치채고는 한국말로 '고맙습니다'라고 하며 내 손에 오불짜리 한 장을 쥐어 주었다. 갑자기 얼굴이 화끈해졌다. 이 좁은 한인 사회에서 날 알아보는 사람이 있을까 불안했다. 그 안에서 파티하는 모든 사람들이 날 깔보는 듯한 느낌이 들었다. 오늘따라 행색은 더욱더 꼬질했다. 따듯한 아파트 안에 반팔 차림의 그들 앞에 홀로 두꺼운 파카에 모자를 뒤집어 쓰고 서있는 내 모습이 너무 싫었다. 대답도 제대로 못하고 빠져 나왔다. '아 C* 인생 J 같네'라는 말이 튀어나왔다. 그 학생들이 나에게 무례하게 한 것도 내 돈을 빼앗아 간 것도 아니었다. 팁도 무려 오불씩이나 주었는데.. 내 입에선 욕이 튀어나오고 있었다.


이런 일들은 인생을 살면서 끊임없이 겪는다. 분명히 사람들이 세상은 공평하다고 했는데, 나는 특별하다고 했는데, 이게 무슨 개 같은 경우인가 싶은 경험들을 계속 겪다보면 현실이 보인다. 거짓말이 보인다.

이 세상에 공평은 없다.


사람들의 출발선은 모두 다르다. 누구는 평생 내 집 장만을 꿈꾸며 살아가고 누구는 태어나자마자 집을 수십 채씩 가지고 태어난다. (어떤 사람은 삼성전자도 가지고 태어난다) 자. 인정하자. 좀 억울한 면이 있긴 하지만 인정하자. 사실 억울할 것도 없다. 그 사람들이 내 돈 뺏아가서 부자 된 건 아니니까.. 그들은 그들 나름대로의 노력으로 (또는 부모님의 노력으로) 부를 이룬 것이다. 나와는 상관없는 이야기다. 금수저들을 의식할 필요는 없다. 비교는 의미없이 자신만 갉아먹는다. 내 상황에서 어떻게 살아갈지를 생각해보자.


예를 들어 친한 친구와 내가 가수의 꿈을 이루기 위해 고등학교를 그만두고 오디션을 보러 다닌다고 치자. 제 2의 EXO를 꿈꾸며 둘은 열정을 다해서 도전했다. 어찌어찌 돼서 SM 연습생이라도 되면 좋겠지만 둘 다 오디션에 모두 떨어졌다. 사람들이 말한 데로 열정을 다해 노력했지만 결국 가수가 되지는 못했다. 내 친구는 결국 포기하고 아버지가 하시는 고기집중 하나를 맡아서 하기로 했다. 헉.. 우리 아버지는 고깃집이 없다. 고등학교 졸업장이 없는 나는 취직도 할 수 없다. 알바를 찾는데 그것마저도 쉽지 않다. 결국 친구가 하는 고깃집에서 알바를 한다. 이런 개 같은 세상이 화가 난다. 세상은 공평하지 않다. 나는 불합리한 세상의 피해자다.


그럼 가난한 사람은 도전을 하지 말았어야 했나? 아니다. 최소한 누군가가 이 도전이 성공할 확률은 아주 낮고 그것을 위해서 넌 지금 니 인생에서 가장 중요한 시간을 통째로 걸고 있다는 사실을 정확하게 알려주어야 한다는 것이다. 그리고 실패했을 경우에 입는 데미지는 그 친구와는 전혀 다르다는 사실도 알려 주어야 한다. 무조건 꿈을 따라가라! 도전해라! 포기하지 마라! 그딴 무책임한 말이 아니라 정확하게 현실을 직시시켜 주어야 한다는 거다. 인생을 건 도박을 하기 전에 최소한 계산기는 두드려보라는 말이다. 가수가 되지 못했을 때의 경우를 대비해 Plan B를 만들라는 충고 정도는 해줘야 했다는 것이다. 그래도 하겠다면 그때 가는 거다. 그렇게 모든 상황을 다 인지하고도 도전을 하겠다고 하면 아마 더욱더 죽기 살기로 매달릴 것이다. 실패해도 최소한 남탓은 안 하지 않겠는가


난 영화감독이 너무 하고 싶었다. 게다가 뉴욕에는 세계 최고의 Film 학과가 있는 NYU 가 있다. 성적도 그리 나쁘지 않아 대학교가 사정권 안에 있었다. 어릴 때부터 이런저런 알바를 안 해본 적 없는 나는 나름 계산을 했다. NYU 의 학비는 살인적이다. 내 성적으로는 장학금은 어림없다. 졸업을 해도 영어가 완벽하지 않은 Film 전공 학생이 미국에서 할 수 있는 일은 많이 없다. 그 대신 수억의 학자금 대출이 남을 것이다. 난 자신 없었다. 우리 집은 절대 내 학자금을 내주지 않을 것이다. 모두 다 내 몫이다. 필름 공부를 하고 나와서 취직을 한다고 해도 평균 연봉이 그리 높지 않다. 그 연봉으로 학자금 갚으려면 20년은 걸릴 것이다. 투자 대비 수익이 나지 않는다. 위험요소도 너무 크다. 주립대학으로 눈을 돌렸다. 학비는 내가 알바하면서 다 커버할 수 있는 수준이다. 전공도 Engineering을 택했다. 졸업하면 취직은 보장될 것이다. 비겁하다고? 뭐 그럴 수도 있다. 근데 난 시간이 지나면 지날수록 내가 정말 선택을 잘했다는 생각이 강하게 든다.


금수저는 인생을 살아가는데 참으로 편리한 도구다. 하지만 금수저가 인생을 책임져 주지는 못한다. 금수저 보유 여부에 따라서 난이도는 차이가 나겠지만 각각 인생의 책임은 본인에게 있다. 도전은 필요하다. 도전은 가끔 세상을 바꾸어 놓기도 한다. 많은 청춘들이 인생을 걸고 도전을 한다. 열정, 도전 모두 다 젊은이들의 특권이다. 인정한다. 분명 그것은 살아가는데 도움이 될 것이고 해보지 못한 도전은 평생 후회와 아쉬움이 된다. (난 아직도 영화 시상식 같은 걸 보면 왠지 모를 허탈감이 있다.) 하지만 금수저 없이 헤쳐나가는 고난도 인생을 살아가는 우리 같은 보통 사람은.. 똑똑한 도전을 해야 한다. 열정과 무모는 같은 말이 아니다. 가슴은 뜨겁지만 머리는 차갑게.. 신중에 신중을 더해서 똑똑하게 준비해라. 세상은 만만하지 않다. 탐욕스러운 많은 어른들은 젊은이 들에게 도전, 열정을 강요하며 자신의 사리사욕을 채운다. 인생은 한번뿐이다. 철저한 준비, 냉정한 판단으로 확률을 최대한 높인 후에 도전해라. 다시 한 번 기억해라. 금수저가 없는 우리에게 실패는 더 뼈아프게 돌아올 수도 있다.


우리 입에는 금수저가 물려있지 않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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