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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또봄 Mar 13. 2019

인간은 적응의 동물.

몽골에서의 10일을 되돌아보며.

많은 고민과 준비 끝에 몽골에 오게 되었고, 이제 그 준비한 것들을 차근차근 이 곳에서 이루는 중이다.

외로우면 뭐하지, 음식은 어떻게 해 먹지 등등 쓸데없는 고민부터 미래에 대한 고민까지 아직 해결할 수 없는 것들 투성이지만.


도착하고 5일 정도는 아침마다 코피를 흘렸다. 여긴 건조해도 너무 건조하다. 지금은 건조함에 적응했나보다.



인도에서도 많이 느꼈던 거지만 이 곳에서도 느끼는 가장 큰 문제점은 바로 '언어'다. 몽골에 오기 전에 공부를 안 한건 아니지만 해도 어려운 게 언어이다... 스페인어를 한창 신나게 배우던 중에 몽골어를 하려니 처음에는 과부하 걸리는 줄 알았다. 게다가 1월에 3주 동안 인도에 있다가 오니 가끔은 몽골어가 힌디어처럼 들린다-실제로 비슷한 말도 있다. '얼마예요?'가 힌디어로는 '끼뜨나 헤?', 몽골어로는 '히뜨웨?'이다. 진짜 비슷하지 않은가!!- 그래도 아이들과 이것저것 활동도 하고, 한글을 가르치며 몽골어를 배울 수 있었다. 아직 할 줄 아는 건 자기소개와 단어 몇 개 정도지만... 몇 달 후의 모습이 더 기대되는 나 자신이다!! 진짜로!

어렵다 어려워...

언어가 통하지 않아서 생겼던 일 중에 오늘 있던 일은,

원래 센터 화장실에 칫솔꽂이가 있는데 칫솔이 10개가 넘게 꽂혀있다 보니 위생적이지 않아서 개인별 칫솔 걸이를 샀다. 거기에 이름을 써주고 자기 칫솔을 꽂아놓으라고 몸짓으로 설명했다. 9살 아미나와 졸자야는 알아듣고 화장실에 꽂아두고 왔는데 7살 쳉게르는 화장실에 가더니 오질 않는 거다. 화장실 안이 다 보이게 문이 열려 있어서 보니까 오자마자 이를 닦는 중이었다. 난 칫솔을 꽂아두라고 했는데(몸짓으로) 쳉게르는 양치질을 시작했다. 나의 설명이 더욱 열정적이었어야 했나 보다...



에어프라이어를 가지고 온 보람이 있다.

음식도 많은 걱정이 있었다. 2년 전에 여행 왔을 때 보름 정도 몽골에 있었는데 고기 냄새 등등 때문에 5킬로가 빠졌었다. 이번에 와서도 적응 못하면 어쩌지 싶었는데 그새 적응을 해서 너무 잘 먹는다.  파스타도 해 먹고, 에어프라이어로 삼겹살도 구워 먹었다. 합 60kg의 짐이 무색하지 않게 잘해 먹는 중이다. 그래도 걱정이 있다면 채소를 구하기가 힘들다는 것. 양배추, 당근, 감자, 양파, 마늘. 이런 기본적인 채소밖에 구할 수가 없다. 물론 울란바토르 시내에서는 파도 있고 상추도 있고 다양하지만 내가 사는 바가노르는 그런 큰 마트도 없고, 수요가 많지 않아 들여놓지를ㅣ 않는 것 같다. 근데 파가 너무 먹고 싶어서 울란바토르에서 대파와 화분을 사 왔다. 지난 주말에 심어놨는데 꽤 잘 자란다. 온도가 가장 중요한데 중앙난방이라 온도 조절이 힘들다. 어제까진 괜찮던 애가 오늘은 좀 노래진 것 같기도 한데 어떻게 해서든 잘 살려봐야겠다. 아니면 이번 주에 또 사 오지 뭐...


내가 사는 아파트

아 그리고 내가 지금 사는 집은 인생 첫 자취방이다. 인턴 하면서 기숙사 생활은 해봤지만 혼자 모든 걸 꾸려가는 집은 처음이다. 천장인지 벽인지 매일 같이 하얀 가루가 떨어져서 청소하기 바쁜 집이지만 나름 아늑하게 잘 꾸며놓았다. 인스타그램에서 #방 꾸미기 를 틈틈이 구경만 하다가 이렇게 막상 나만의 장소를 꾸미려니 돈이 여간 드는 게 아니다. 게다가 내가 사고 싶은 가구나 소품들을 구하는 것 또한 만만치 않다. 어차피 1년만 살고 나갈 집이니 많은 애정을 쏟을 수는 없지만 첫 자취이다 보니 그렇게 무신경할 수는 없는 공간이다. 한국에서 가져온 가랜드, 꼬마전구, 담요 등을 얹어두니 꽤 내 맘에 드는 공간이 되었다. 가장 맘에 드는 공간은 침대. 내가 좋아하는 담요와 친구가 준 시바견 인형. 게다가 인도에 가기 전 급하게 산 침낭이 지퍼를 여니 이불처럼 쓸 수 있는 형태였다. 그래서 나는 구스 이불을 덮고 잔다!


새로운 취미보다는 내가 원래 가지고 있던 취미를 더 발전시켜 보려고 한다. 60kg의 짐 중 일부는 인도에서 사 온 마크라메 실들. 이 색도 예쁘고, 저 색도 예쁘지만 고르고 골라서 6개의 실타래를 가져왔다. 팔찌를 만들어서 선물로도 주고, 새로운 디자인을 시도해보려고 한다. 잘 만드는 사람들이 이미 많아서 상업적으로 나가기에는 이미 글렀다...!

어릴 때 꾸준히 하다가 지금은 거의 안 하는 플룻도 가져왔다. 너무 오래 쉬다가 다시 시작하니 저음은 소리가 잘 안나기도 하고, 반음의 운지법이 가물가물하지만 1년 동안 꾸준히 하면 제법 하지 않을까 싶다. 피아노도 치고 싶어서 지부장님한테 피아노 칠 수 있는 곳을 여쭤보니 집에 놀러 와서 쳐도 된다고 하셨다! 요가 가기 전에 30분 정도 연습하고 가야겠다.


아직은 10일 차라 한국이 그렇게 그립지는 않다. 물론 앞으로도 그립지 않을 것이라는 건 아니다. 그래도 10일 동안 잘 지내왔으니 남은 355일도 잘 보낼 것 같다. 아이들에게 정말 많은 것을 전하고, 파견 기간을 마칠 때에는 아이들과 나 모두 새로운 꿈을 가지고 있기를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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