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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또봄 Mar 27. 2019

짧은 시선으로 바라보는 몽골.

달과 별은 밤의 해다.

몽골에 온 지 그리 오래되지 않긴 했지만 한국이 그립냐 물어보면 '글쎄...'이지만 인도는 그립다. 인도의 풍경이 그립고, 아이들이 그립고, 냄새조차도 그립다. 그렇다고 해서 이 글이 인도에 대한 글은 아니다. 가끔 몽골이 아닌 인도로 봉사를 왔었더라면 더 좋지 않았을까는 생각도 들지만 지금, 이 곳에서만 내가 할 수 있는 일이 있기에 이 자리에 있는 것이니 말이다.

내가 사랑하는 인도.


겨우 두 달 전까지만 해도 나는 인도에 있었으니 오히려 한국보다 인도 생각이 더욱 많이 난다. 그래서 이 곳에서 내가 경험하는 모든 사건 속에서 인도의 추억을 끄집어내는 것 같다.





미안했는지 아저씨가 시골 구경을 시켜줬다.

내가 살고 있는 바가노르에서 울란바토르로 가기 위해서는 택시나 버스를 타야 한다. 버스 탈 생각은 전혀 하지 않았기 때문에(시간 조차 모른다) 지난 주말 역시 택시를 타기로 결정했다. 택시 요금은 편도 40,000투그릭(한화 약 18,000원). 130km의 먼 거리니 그렇게 비싼 가격은 아니다. 전 단원이 소개해준 한국어를 조금 하는 택시 아저씨를 통해 시내에 가곤 하는데 전날 밤에 전화가 와서는 울란바타르 가는 사람이 두 명 밖에 없어서 20,000투그릭에 가야 한다고 했다. 어차피 시내에는 꼭 나가야 하는 상황이고, 아직 생활비의 여유가 있어 알겠다고 했다. 근데 웬걸... 토요일이 되니 결국 나 혼자였다. 혼자서 40,000투그릭을 부담해야 하는 것이다. 분명 어제는 한 명이 더 있었는데 왜 오늘은 혼자가 된 것일까. 지금 생각해보면 아저씨가 편하게 가고 싶어서 거짓말을 했을 수도 있고, 진짜로 없었을 수도 있다. 어찌 됐든 마음속으로는 내 피 같은 돈... 하면서 택시에 탔다. 아저씨가 미안했는지 가던 도중 아이스크림을 사주겠다며 마트에 잠깐 멈췄다. 마트에서 아이스크림을 사서 나오니 그새 택시 뒷자리에 가족 네 명이 꽉 채워 앉아있었다. 이 상황은 뭐지...? 싶었는데 아저씨의 설명에 따르면

"시골 사람들은 원래 이렇게 타요. 돈 안 내고 막무가내예요."

응...? 그럼 돈 내고 타는 나는 뭘까. 나도 막무가내가 되어야 하는 걸까. 결국 마음속으로는 괜찮아를 수백 번 외치며, 가족 네 명의 돈을 함께 지불한 채로 울란바타르로 향했다.



파란 하늘과 노란색 아파트

내가 생각한 인도와 몽골의 공통점 중 하나는 '색을 아낌없이 쓴다'는 것이다. 우리나라의 건물들은 보통 하양, 검정, 회색 등의 무채색이 많다. 특히나 벽돌 건물, 다양한 색의 페인트칠이 된 건물은 벽화 마을이 아닌 이상 보기 힘들다. 하지만 인도와 몽골에서는 엄청나고 화려한 색채를 건물을 통해 즐길 수 있다. 미세먼지 없는 높은 하늘을 닮은 하늘색의 철문, 봄의 유채꽃을 닮은 노란색 아파트, 달콤한 딸기를 닮은 빨간색 지붕까지. 곳곳에서 무지개를 발견할 수 있는 곳이다. 어떻게 이런 색을 쓰지?라는 생각이 들 정도로 가끔은 무모한 색 조합들이기도 하지만 이런 다양한 색들이 보는 이로 하여금 '내가 지금 한국이 아니구나'라고 느끼게 한다. 특히나 나는 인도 곳곳에 자신만의 개성이 드러난 간판을 좋아했다. 때로는 벽에, 때로는 나무판자에 가게의 상호명과 전화번호를 적어둔 간판은 내용을 이해할 순 없어도 보는 재미가 있었다. 반대로 몽골의 간판들은 다르다. 내가 사는 동네에는 독특하게도 아파트 1층마다 서점, 음식점 등의 다양한 가게들이 있다. 어떤 물건을 파는지 가게 이름과 함께 사진이 첨부되어 있다. 굉장히 직관적이라 물건을 살 때 편하게 느낄 수도 있다. 어찌 됐든 색이 굉장히 화려한 나라라는 것!

인도의 화려한 간판들




갑자기 나타난 염소들

또 하나의 공통점은 길거리의 동물들이다. 인도는 소를 신성시하고, 돼지를 더럽다고 여긴다. 그렇게 때문에 그 두 종류의 동물의 고기는 먹지 않고, 고기를 먹는다면 보통 닭이나 염소를 먹는다. 내가 그동안 인도의 길에서 본 동물은 소, 돼지, 염소, 개 정도? 소와 개가 가장 많고, 돼지는 드문드문 보인다. 반면 소와 돼지고기를 먹는 몽골에는 양, 염소, 소, 말, 낙타 이렇게 다섯 종류의 가축이 있다. 몽골에서는 길거리는 아니고 도시와 도시 사이를 이동하는 도로에서 이런 동물들을 많이 볼 수 있다. 실제로 울란바타르로 가다가 염소 떼가 갑자기 나타나는 바람에 차가 지나가기 위해서는 잠시 기다려야 했다. 대부분의 사람들이 목축업으로 살아가기 때문에 작은 도시에는 정육점이 없다는 이야기도 들었다. 고기를 구하려면 옆 집 사람에게 달라고 해야 할 정도라고...!




이 정도면 꽤나 비슷한 모습이 보인다. 저번 글에서도 적었듯이 언어도 무지한 나에게는 비슷하게 들린다. 힌디어로 집은 घर(가르)이고, 몽골어로 손은 Гар(가르)이다. 이렇게 들리는 소리가 비슷한 단어들이 많다.

아파트 뒷편의 풍경

얼마 전 해가 다 진 굉장히 늦은 시간에 차를 타고 울란바타르 시내에 간 적이 있다. 보름달이 뜬 날이었는데 그날 느꼈다. 달이 참 밝구나 하고. 가로등이 없는 도로를 달릴 때 차의 창문을 통해 저 멀리까지 어둠 속에서 산의 윤곽이 보였다. 그 모습을 보고 달빛이 이렇게 밝았구나라는 생각이 들었다. 짧지만 평생을 도시의 건물 숲에 둘러싸여 살아왔기 때문에 항상 인공 빛만을 보았고, 저 멀리까지 내다볼 일은 전혀 없었다. 멀리까지 보기 이전에 건물들에 의해 시야가 차단되었다. 그러나 이제는 내 시야를 가리는 건물들도 없고, 밤에는 빛이 드물다. 가로등 대신에 달과 별이 나의 빛이 되어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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