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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또봄 Nov 12. 2019

잠시 한국 좀 다녀오겠습니다.

1년 전 저는 뭐 하고 있었을까 생각해보니 딱 이맘때쯤 봉사단 공고를 보고 지원할지를 고민하며 지원서를 쓰고 있었겠네요. 그땐 '인도도 다녀왔는데 뭐가 힘들겠어!'라는 무식한 용기와 패기로 지원했는데 막상 와보니 생각보다 힘든 것들이 참 많았어요. 1년 이면 그리 길지 않다고 생각했고, 한국에서도 혼자 영화 보기, 전시회 가기 등의 혼자서도 잘 다녀서 외로움 같은 건 무딘 편이라고 자부했는데 그렇지 않다는 걸 느낀 8개월이에요.


안 그래도 요새 한국 가고 싶다... 이 생각을 엄청나게 했는데요. 마음속으로 생각한 일이 현실이 되어버렸습니다. 사실 얼마 전에는 한국을 다녀왔거든요. 봉사단원 계약 상 좋은 일로는 한국으로의 방문이 거의 불가합니다. 저 또한 좋은 일로 간 한국은 아니었어요. 가족들이 몽골에 놀러 왔고, 맛있는 음식을 대접하고 싶어 데려간 식당에서 화상을 입었어요. 한국에 돌아가려면 의사의 소견이 필요해 사진을 찍어 보내니 '그렇게 심각하지 않으니 몽골에서 치료받는 게 어떨까요?'라는 답이 돌아왔어요. 하지만 다리의 상처뿐만 아니라 마음의 상처도 너무 커서 '지금 한국을 가지 않으면 난 여기 더 이상 못 있겠구나.'라는 생각이 절로 들더라고요. 한국이었으면 제대로 치료도 받았을 거고, 이런 사고는 있지도 않았을 텐데 여기 괜히 와서 다친 거라는 생각까지도요. 어찌 됐든 전 일주일의 일시 귀국의 승인을 받고 한국에 잠시 다녀오기로 했습니다. 한국에 아침에 도착하자마자 병원에 가니 보이는 것보다 화상이 깊으니 2주의 치료를 요한다는 진단을 받았습니다. 괜히 더 억울해지는 진단이었어요. 그래도 한국에 와서 상태가 어떤 지 한국어로 설명도 듣고 치료를 받으니 한결 낫네요. 그들의 의료 기술을 무시하는 게 아니라 제 상태조차 제대로 설명을 듣지 못한 채 드레싱만 받는 건 두려움만 가득했거든요.


결과적으로 전 2주 간의 병가로 한국에 다녀왔고, 덕분에 다리의 화상뿐만 아니라 마음까지 회복하고 다시 몽골로 왔어요. 3월의 초심을 찾았달까요. 이제 마음속에 가득 채워 온 긍정적인 것들을 아이들에게 무조건 나눠주는 게 아니라 함께 누려야겠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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