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또봄 Nov 12. 2019

봉사단원의 일상

여기는 몽골, 바가노르 입니다.


저는 몽골 울란바타르에서 동쪽으로 약 130km 떨어진 바가노르라는 작은 도시에 살고 있습니다. 이 곳에서 편모 가정, 조부모 가정 등의 빈곤하게 살고 있는 아이들을 대상으로 꿈나무센터에서 한국어, 영어, 예체능 등의 수업을 진행하고 있어요. 한 달에 한 번씩은 BHN, 기초 생활을 위한 식품과 물품들을 지원하고 있습니다.


07:00

원래는 보통 5시 30분쯤 일어나 아침에 요가를 가는데 얼마 전에 다리를 다치는 바람에 평소보다는 늦잠을 자고 있어요. 일어나서 씻고, 간단하게 아침을 먹습니다. 아침에 뭐 먹는지는 TMI 지만 보통 우유나 요거트 같은 유제품을 먹습니다. 건강이 저의 가장 큰 관심사이거든요!


09:00 출근

저는 9시에 출근을 합니다. 출근 후 그 날 수업 준비, 점심 준비를 시작해요. 보통 월요일에는 그 주에 먹을 반찬을 만들어둡니다. 그러면 나머지 요일에는 아주 편하게 점심 식사를 준비할 수 있어요. 원래는 월-금 평일 내내 제가 점심을 준비했는데 11월부터는 새로 선생님이 오셔서 그분이 화, 목 이틀 간의 식사를 준비해주셔요. 그래서 한결 편해졌습니다! 매 번 장 보고, 식사 준비하는 것도 가끔은 벅찼거든요... 물론 저는 요리를 좋아하는 편이라 재밌긴 했어요. 다만 몽골에서는 다양한 식재료를 구할 수 없기 때문에 메뉴가 고갈되는 문제점이 있었지만요...


10:00 오전반 수업 시작

아이들이 센터에 와서 가장 먼저 하는 일은 손 씻기! 이런 사소한 습관을 길러주는 것도 저의 일이에요. 몽골은 오전반, 오후반으로 나눠서 학교 수업을 진행합니다. 마치 우리나라의 1970년대 같죠? 그래서 저희 꿈나무센터도 오전반, 오후반으로 수업이 나눠져 있습니다. 오전에 학교 가는 아이들은 오후에 센터를, 오후에 학교 가는 아이들은 오전에 센터에 온답니다. 보통 월, 수, 금은 한국어 수업을 그 외에는 미술, 음악, 영화, 요리 등의 수업을 진행하고 있어요. 아이들이 가장 좋아하는 수업은 당연히 영화 보는 날... 아이들이 배운 한국어를 조금이라도 복습해볼 수 있길 바라며 한국어 더빙 애니메이션을 보여주고 있어요. 역시 실사 영화보다 애니메이션이 언어를 몰라도 내용 전달력도 좋다고 생각하고요!



11:30-13:30 점심 식사

무슨 점심시간이 이렇게 기냐 라고 생각할 수도 있지만 센터를 떠나고 오는 시간이 제 각기 다른 아이들이기 때문에 어쩔 수 없답니다. 저는 건강이 최우선이기 때문에 먹는 것도 중요하다고 생각해요. 그래서 한국에서 급식판을 주문해서 아이들에게 밥과 국, 반찬 세 가지로 구성된 식사를 제공합니다. 가끔은 떡볶이나 라면 같은 막 만들어도 맛있는 음식들도 해요! 오전반 아이들은 식사 후 양치를 하고 학교로 갑니다.



13:30-15:00 오후반 수업 시작

오후반 아이들은 식사 후에 양치를 하고 수업을 시작해요. 오전반과 같은 수업을 진행합니다.


15:00-16:00 일지 및 보고서 작성

아이들이 모두 집에 가고 나면 저는 그 날의 일지와 보고서를 작성합니다. 매일 어떤 수업, 어떤 음식을 먹었는지, 내일은 어떤 수업을 진행하는지 등의 일지를 쓰고 오늘은 누가 센터에 왔는지 출석부를 작성해요. 매주 금요일에는 이번 주의 주요 업무, 다음 주 예정 업무에 대한 주간 업무 일지를 작성합니다. 매월 마지막 주에는 뉴스레터를 작성해 후원자들께 꿈나무 센터의 소식을 전달하고 매월 초에는 월간 보고서에 지난달의 활동에 대해 , 그리고 다음 달의 예정 업무를 작성합니다.


16:00 퇴근

9시에 출근해서 16시에 퇴근이라, 정말 꿈같은 직장이 아닐까 생각이 듭니다. 하지만 제가 사는 바가노르는 작은 도시이기 때문에 혼자서 여가 생활을 할만한 것들이 매우 적어요. 저는 퇴근 후에는 보통 요가, 스피닝 수업을 가거나 집에서 책도 읽고, 영화도 보고, 플루트 연습도 가끔, 팔찌도 가끔 만듭니다. 자신이 일을 만들지 않는 이상 바쁘기는 힘들어요.


평일의 일상은 이렇고 주말에는 보통 울란바타르 시내에 나가서 동기 단원들을 만나 맛있는 음식도 먹고 영화관에 가기도 합니다. 바가노르에서는 구하기 힘든 식재료들을 나가서 사 오기도 해요. 돼지고기, 각종 채소류, 한국 식재료를 주로 구입합니다. 이렇게 매주 시간을 보내고 있어요. 가끔은 주말에 바가노르에서 아이들 가정 방문을 하기도 하고, 마을 사람들을 대상으로 팔찌 만들기 수업을 합니다. 아마 앞으로 제 인생에 이렇게 한가롭고 여유로운 시간은 이번이 마지막일 것 같아요. 한국에서는 절대 누리기 힘든 행복이죠. 다만 아쉬운 점은 제가 몽골어를 잘했다면 할 거 없는 바가노르가 혼자 있어도 더 즐거울 수 있었을 거라는 예상이에요. 그래도 남 부럽지 않게 행복합니다.


매거진의 이전글 잠시 한국 좀 다녀오겠습니다.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