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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또봄 Feb 22. 2019

[19' 인도] 언제나 내 맘처럼 되지는 않는다.

2019.01.15의 기록, 카주라호.

뭔가 시련을 겪은 듯한 제목이지만 사실은 아니다.

원래는 봉사활동을 가는 날이었지만 전 날 저녁에-저녁이라고 하기도 뭐하다. 어제 거의 밤 9시 쯔음에- 무끄가 방문을 두드리더니 "내일은 축제라서 마을에 갈 수 없어. 그냥 쉬어야 해."라고 말했다. 내가 인도 가기 전부터 프로그램 계획이랑 일정도 다 보내줬는데 이렇게나 늦게 알려주다니... 역시 인도네 라고 생각하며 카주라호 택시 투어를 알아봐 달라고 했다. 그래서 오늘은 봉사활동 대신 카주라호에 간다. 그래서 내 맘대로 되지 않는 것이다. 한 달 전부터 짜 놓았지만 이렇게 항상 변수가 생긴다.

오르차-카주라호 택시투어는 3000루피이다. 왕복 6시간 30분 정도 걸렸고, 카주라호에 머물렀던 시간은 3시간 정도. 꽤나 멀어서 체력 소모가 심했다. 그리고 우리가 함께 한 아저씨가 그동안의 택시 투어 중에서 가장 매너 있으셨다...

전라도 밥집

카주라호는 오르차에서 차로 편도 3시간 정도 걸리는 곳이다. 아침을 못 먹고 출발하기 때문에 누룽지랑 어제저녁에 산 과자를 챙겨서 차에서 열심히 먹었다. 많이 먹지도 않았건만 찾아오는 식곤증 때문에 도착 직전까지 거의 잤다. 카주라호 서부 사원 군 앞에 주차를 하고, 우리는 점심을 먼저 먹으러 갔다. 3년 전부터 카주라호에 오고 싶어 찾아보았던 여러 정보들 중 맛집은 바로 '전라도 밥집'이다. 한국에서 전라도가 맛의 고장인 건 어떻게 알고 식당 이름을 전라도 밥집으로 지었는지 신기하다. 우리가 시킨 메뉴는 수제비랑 치킨 커리, 쌈밥이었다. 음식이 나오기 전까지 여기서 일하는 분(? 누군지 모르겠다 그냥 계신 분)과 이야기를 나누었는데 근처에 있는 학교에 한국인 선생님이 계신다고 했다. 그래서 여기에 한국어를 잘하는 사람들이 많은가 싶다. 카마수트라 책을 사라며 다가오는 아저씨들이 꽤 있었는데 다들 너무 유창하게 말을 건네며 책을 팔려고 했다. 하여튼 이 동네에서 한국어가 제2 외국어라고 할 정도로 한국어를 잘하는 사람이 많다.

음식은 굉장히 맛있었다! 고기가 없이 이런 맛이 나올까 싶을 정도로 수제비의 국물도 맛있었고, 특히 쌈밥과 함께 나온 된장국도 고소함이 일품이었다. 사실 많은 기대는 하지 않았는데 양배추가 먹음직스럽게 삶아져 나온 모습을 보고 여기는 진정한 맛집이구나 싶었다. 우리가 메뉴를 세 개나 시켜서 그런지 감자전도 서비스로 주셨다. 감자전은 생각보다 별로였다. 전라도 밥집의 메뉴를 추천해달라며 무조건 '쌈밥'과 '수제비' 이 두 개다!!


카주라호 서부 사원군의 입장료는 600루피이다. 입장할 때 고프로 쓰리웨이의 삼각대 부분만 뺏기고 들어갔다.


카주라호의 사원이 유명한 이유는 아마도 외관에 있는 자극적인 조각상들 때문이다. 카주라호보다는 '카마수트라'라는 단어를 더 많이 들어본 것 같다(카마수트라의 뜻은 'sex posture'이라고 한다). 인도에서 만난 동행들도 카주라호의 사원은 꼭 한 번 보고 싶다고 말했었다. 사원'군'답게 여러 개의 사원들이 모여 있다. 사실 나한테 사원은 종교적인 의미보다는 또 다른 문화에서 만들어진 건축물의 경험으로 다가온다.

사원의 겉은 모두 조각들의 모음으로 되어 있는데 그 조각들을 그리거나, 점토로 만드는 사람들이 많았다. 또 다른 예술품을 만드는 사람들의 모습을 총해 각자의 다른 해석을 볼 수 있다.


사원 안에 들어갈 때는 신발을 벗고 들어가야 한다. 내부에 들어가면 사원을 볼 수는 있지만 빛이 너무 적어서 조금은 무서웠다. 사원 군을 다 둘러보고 친구들 줄 카마수트라 트럼프 카드를 사서 다시 오르차로 돌아갔다.

일몰을 사랑하는 친구를 위해 찍은 사진

돌아가는 길에 보는 일몰이 정말 멋졌다. 우리나라에서는 건물들 사이로 해지는 모습을 봤지만 자연 속에서 보는 일몰은 정말 오랜만이다. 오르차로 돌아가는 길에 축제의 모습도 봤는데 여느 때보다 활기 찬 모습의 인도를 만날 수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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