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9.01.17의 기록
4년 간 이 곳에 오면서 가장 많이 느낀 점은 이왕 온 거, '아이들과 더 깊게 소통하다'는 것이다. 그리고 언어가 통하면 활동할 때 더 구체적으로, 효과적으로 결과를 이끌어 낼 수 있다고 생각한다.(이 생각은 1월 한정. 2월에는 또 다른 생각이 들었다. 과연 좋은 결과는 내가 만족하는 수준에 이르러야 하는 것일지. 마을 사람들이 원하는 좋은 결과는 나와 다를 수 있다. 이 부분은 나중에 더 써봐야겠다.)
오늘의 활동이 그렇다. 언어가 통하지 않는 점 때문에 더 좋은 결과-내 기준의 좋은 결과-를 얻지 못했다.
활동을 건물 안이 아닌 야외에서 진행한다는 것도 너무 안타깝다. 그렇다고 건물이 없는 것도 아니다. 학교 건물도 있고, 도서관 건물도 있지만 아이들 전부를 수용하기가 힘들다. 거의 이 곳에서 진행해오기는 했지만 더 나은 환경에서 아이들과 함께 하고 싶은 마음이 든다.
어제 했던 나라 소개를 바탕으로 각자 가고 싶은 나라, 먹어 보고 싶은 음식, 해 보고 싶은 것 등에 대해 그려보기로 했는데 다들 알아서 그렸다. 내가 영어로 말하면 맘따가 힌디어로 통역해주는데 일단 어제의 활동이 제대로 진행이 되지 않았고, 원래 계획은 나라 소개-그림 활동이 같은 날이었지만 스케치북이 없었던 관계로 따로 진행하면서 아이들이 대부분을 잊은 것 같았다. 내가 힌디어를 잘했더라면 아이들에게 더 풍성하게 정보를 전달할 수 있었을 텐데 하는 아쉬움이 크다.
그래도 기억을 했는지 피라미드를 그리는 아이들도 있었다! 아이들 그림의 특징이라면 한 명이 뭔가를 그리기 시작하면 주변에 앉아있던 아이들 모두가 같은 걸 그리기 시작하는 것이다.
아론이 물을 그리자 모든 친구들이 물과 물고기와 나무를 그리기 시작했고, 바르사가 태극 문양을 그리자 보비와 다른 친구들이 태극 문양과 태극기를 그리기 시작했다. 그래도 이렇게 어제의 나라 소개에 대해 조금이나마 기억을 하는 것 같아서 다행이다. 다음번에는 영상 같은 더 효과적인 도구를 이용해서 설명해주고 싶다.
라즈쿠만은 자기 이름을 한글로도 쓸 줄 안다. 한글을 아는 게 아니라 우리가 써준 자신의 이름을 보고 외워서 바로 쓴다. 물론 'ㄹ'을 거꾸로 쓰긴 하지만!
나를 그려주기도 했다. 티셔츠의 줄무늬 빼고는 안 비슷한 것 같다...ㅎㅎ
로티아나에서도 같은 활동을 했다. 찬드라반과 비슷하게 한 명이 뭔가를 그리면 다들 비슷한 그림을 그린다. 오른쪽 사진은 태극기를 그려주니 직접 색칠하는 모습이다. 로티아나 마을 학교는 기존의 닭장에 페인트칠을 하고, 칠판과 책상 등 기본적인 교실의 가구들을 들여놓아 만들었다. 좀 더 학교다운 학교가 만들어진다면 아이들이 더 좋은 환경에서 공부할 수 있을 것 같다. 물론 학교가 생긴다고 해결되는 일은 아니다. 그 부분에 대해서도 더 고민해봐야 한다.
아직 내가 많이 부족하다는 걸 느낀 날이다. 뭐든 맘대로 되는 건 없다 정말... 같은 언어로 소통할 수도 없으면서 아이들에게 너무 많은 걸 전달하려고 했던 게 아닌가도 싶다. 프로그램 대상의 수준만을 생각하지 말고, 주변 환경과 나의 수준 또한 함께 고려해야 한다고 느꼈다. 무엇보다도 가장 중요한 건 서비스 대상자의 필요와 욕구. 이 분야에 대해 사례도 더 찾아보고, 공부가 필요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