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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5년 1월의 몽골

좋은 사람이 되고 싶다는 부담을 내려놓고.

by 또봄 Mar 03. 20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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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년 4월에 시작한 W사업 단기봉사단 파견이 얼마 전 마무리되었다. 사전 오리엔테이션부터 국내 교육, 그리고 현지 파견까지, 내내 ‘내가 잘하고 있는 걸까?’라는 의문이 들었다. 혹시라도 누군가 상처를 받거나 나를 미워하지는 않을까 걱정이 되기도 했다. 행동 하나, 말 한마디에 신경 쓰고 걱정하는 내 모습이 안쓰럽기도 했다. 그러나 결국 깨달은 것은, 나는 나답게 잘해왔다는 것이다. 모두가 나와 맞을 수는 없다는 사실도 알게 되었다. 왜 그렇게 좋은 사람이 되려고 애쓰며 살아왔는지, 아니면 잘 맞는 사람들을 기다려야 하는지 싶기도 했다. 최근에 비슷한 주제로 친구와 이야기를 했다. 결론은 모두를 만족시킬 수 없다는 것! 10명 중 2명만 나를 좋아해 줘도 성공한 거다. 나머지 8명이 나를 어떻게 생각하든지 알바야?!


해외 봉사를 인솔할 때마다 단원들에게 늘 “아이들에게 무언가를 주러 온 것만 생각하지 말고, 우리가 더 많이 배우고 얻을 수 있다는 걸 기억하라”, “아이들에게만 봉사하는 게 아니라 바로 옆에 있는 사람들에게도 잘하는 것이 봉사다”라는 말을 했다. 잔소리를 듣다가도 어느 날은 그 말들이 마음을 움직일 수 있기 때문에, 계속해서 이야기했다.


이번 활동에는 카메라도 가져갔다. 22살 때, 처음으로 돈을 모아 샀던 니콘 D5500. 한때는 그 카메라로 열심히 찍었지만, 스마트폰 카메라 성능이 워낙 좋아져서 카메라는 거의 두고 다니게 되었다. 그런데 오랜만에 카메라를 들고 다니니, 새로운 시각을 가지게 되었다. 뷰파인더로 초점을 맞추며 보게 되는 아이들의 얼굴, 그리고 아이들을 바라보는 단원들의 표정. 그 자리에서 있는 듯 없는 듯하며 모두의 아름다운 모습을 한 장이라도 더 담고 싶어 열심히 셔터를 눌렀다. 인물 사진이 역시 풍경 사진보다 재밌다!


브런치 글 이미지 3


몽골은 겨울에 가야 제대로 즐길 수 있는 나라였다. 물론 여름도 너무 좋았지만, 겨울의 풍경은 특히 인상 깊었다. 여름에 가면 나무도 심고, 벽화도 그리고, 바깥에서 공놀이도 하며 선선한 여름의 몽골을 즐길 수 있다. 그러나 겨울의 몽골은 실내에서 대부분의 시간을 보낸다. 한낮에도 영하 2-30도까지 떨어지기 때문에 인솔진의 입장에서는 단원들의 건강을 위해 단 한순간도 추운 날씨에 내버려 둘 수가 없다. 그렇지만 단원들의 운동량이 걱정되어 매일 아침 단장님과의 산책 시간을 만들었다. 단장님은 매일 일찍 일어나시는 분이었고, 또 산책을 좋아하시는 분이었다. 이왕 산책 가실 거 단원들을 데리고 가주시면 좋을 것 같다 부탁을 드렸고, 이동하는 날을 제외하고는 매일 산책을 나가주셨다. 덕분에 정말 모두가 만족할 수 있는 아침 시간을 보냈다.


울란바토르의 아침, 단장님과의 산책울란바토르의 아침, 단장님과의 산책


이번을 마지막으로 여러 이유 때문에 대학생 해외봉사 인솔은 그만둬야겠다고 생각하던 중에 좋은 사람들을 만났고, 그만두지 못할 것 같다. 어디를 가든 그 장소에 대한 기억은 사람이 차지하는 부분이 큰데 이번 몽골, 바가노르는 정말이지 최고였다.

앞으로 또 이만큼 좋은 사람들이 모일 수 있을까 싶지만 좋은 사람이 아니면 뭐 어떠하리. 그거 나름대로 또 내가 살아가야 할 길이겠지 싶다. 좋은 사람이 되고자 하는 노력은 이제 그만하고, 나답게 살아가보자!


사랑하는 바가노르 아이들!사랑하는 바가노르 아이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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