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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시은 Nov 25. 2019

왜 결혼을 안 했느냐고 물으시길래

저 사실은...

오늘 다른 팀의 동갑내기 한분이 퇴근하시다가 화장실에서 나와 마주쳤다.



-시은 씨는 왜 결혼 안 했어요?

-저 사실은...



하고 말을 아끼자, 혹시 갔다 오신 거냐고 물으셨다. 솔직하게 말씀드렸다. 요즘 세상에 이게 뭐가 흠이라고.



-돈이 없어요. 그래서 결혼을 할 수가 없어요.



결혼하면 다 돈이라던데, 결혼식부터 해서 집도 그렇고, 처음부터 끝까지 돈이라는데, 돈이 없다.



남자가 있어야 결혼을 하죠, 이런 말을 할 수 있는 사람들도 있다던데 나는 남자친구가 있는데 돈이 없다. 다행히 나만 없는 게 아니라 남자친구도 돈이 별로 없다. 더 다행인 건 둘 다 이 문제에 대해서 그렇게 불행하다고 생각하지도 않는다.



그래서 둘 다, 비자발적 비혼주의자가 되었다.



가끔 어디 가서 농담 반 진담 반으로 비혼주의자라고 밝히면, 비혼주의자인데 왜 연애하시냐고 묻는 사람들이 종종 있다.



정말 죽도록 비혼이 좋아서가 아니라 결혼할 형편이 안 된다. 



또, 결혼 자체가 그렇게까지 매혹적인지도 솔직히 모르겠다.



물론 구구절절한 내 마음과 이런 상황까지 털어놓진 않았다.



-와, 좋겠다. 축하해요. 부럽다. 시은 씨가 이긴 거예요. 안 하는 게 좋아요. 결혼 안 하실 수 있게 계속 돈이 없길 제가 빌어드릴게요.



좋은 건가.



돈이 없는  슬픈데 그게 결혼  해도 되는 이유가 된다는 , 그것도 이런 저런, 너저분한 충고를 완벽하게 차단하는, 아주 깔끔한 이유가 된다는 게 너무 좋다.



계속 좋아야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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